2020/08/19 16:53

프로젝트 파워 극장전 (신작)


본격 시간제 수퍼파워 무비. 


스포일러 파워!


일시적인 유전자 조작을 일으키는 알약으로 먹을 때마다 딱 5분 동안만 가질 수 있는 초능력. 사람에 따라 그 능력도 다르고, 무슨 러시안 룰렛 마냥 과다복용하거나 오남용할 경우 초능력은 커녕 곧바로 폭사 할 수도 있다는 점 등 장르 영화적 규칙은 나름 알차게 꾸린 셈이다. 근데 그 규칙들이, 정말 이름과 허울뿐인 규칙들이었던 게 가장 큰 패착 아니었을지.

일단 제한사항을 만들어두었으니 주인공이든 악당들이든 모두가 그 같은 규칙 아래에서 놀아야지 않았겠나. 그러나 정말이지 말로만 제한사항일 뿐이다. 주요 주인공 셋 중 둘이 알약을 먹는데 조셉 고든 레빗의 '프랭크'는 방탄 능력을, 제이미 폭스의 '아트'는 일종의 강력한 파동 발생 능력을 얻는다. 문제는 그 능력들이 각 캐릭터의 아이덴티티와 긴밀히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 수퍼 히어로 장르에서는 주인공의 능력이 곧 주인공의 성격과 관련있거나 또는 그 때문에 규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둘의 능력은 각각의 아이덴티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프랭크는 경찰이니 방탄 능력 있는 것이 요긴하게 쓰이고 좋겠지. 그러나 아트의 파동 발생 능력은? 그거 그냥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니냐고. 사기 같은 능력이라 너무 위험하다고 퉁치며 마지막까지 숨기고 또 숨겼던 거 아니냐고.

아, 하던 얘기는 끝마쳐야지. 장르 영화로써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규칙 이야기. 영화 속의 ‘파워’라는 알약은 딱 5분 동안의 초능력을 준다. 근데 너무 많이 먹거나 몸에 안 받으면 전자레인지 돌린 것 마냥 육체가 그냥 터져버릴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실제로 그래서 먹자마자 터지는 악당들도 많이 나오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너무 많이 쳐먹다가 끝내 터져버리는 묘사도 많다. 허나 주인공들에게는 그딴 게 안 통한다. 일단 아트야 뭐 상술했듯 사기 캐릭터니까 본인 스스로도 다칠 수 있다는 핑계로 참고 참다가 막판에 딱 한 번 터뜨렸지. 그럼 프랭크는? 이 새끼는 적 본진에 홀로 돌격하면서 여러 알약 들고 가서 5분 런닝타임 끝날 때마다 하나씩 또 먹는다. 이 새끼가 마지막 부둣가 장면에서 먹은 약만 못해도 세 알 이상 될 것 같은데 이 새끼는 전혀 그런 부작용 신경 안 쓰던데? 국가 공무원이자 정당한 법 집행관이면 약발도 잘 받는다는 거냐.

아트 이 새끼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사기 캐릭터인데, 끝까지 자기 능력을 봉인해둔다. 그래, 좋다 이거야. 근데 다른 초능력자 악당들 상대로는 말도 안 되게 잘 싸움. 제아무리 전직 군인이었고 초능력 실험에 관여했었던 인물이었다해도 이건 너무 어드밴티지 많이 깔아준 거 아니야? 사실 다 떠나서 그냥 인물 자체로만 놓고 봐도 별로 재미있는 인물은 아니다. 잡혀간 딸 찾으러 눈깔 뒤집힌채 싸돌아다니는 아버지 캐릭터인데 이거 비슷한 캐릭터만 다 집합 걸어도 연병장 두 바퀴 나오겠다. 맨 앞줄에 리암 니슨 앉아있겠지

메인 악역의 카리스마와 존재감은 거의 0%에 수렴하는 수준이다. 또 주인공 붙잡아두고 바로 죽이기는 커녕 그 앞에서 자기 계획과 신념 술술 읊어대고 있음. 이것도 이런 악당들 집합 걸면 연병장 세 바퀴 이상 나올 걸? 양심이 있다면 제임스 본드랑 싸웠던 악당들 태반은 다 와야한다 게다가 아트 딸의 능력이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또 치유계고만. 애매할 땐 그냥 치유계 능력 갖다박으면 끝이지, 뭐.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이랑 이게 뭐가 다르냐. 그래도 파티 조합은 쩌네. 먼치킨 사기 캐릭터랑 방탄 능력의 탱커, 여기에 치유계 능력자라니. 아빠가 한 번 터뜨릴 때마다 딸랑구가 힐러 역할 해주면 되는 거 아님? 능력없는 로빈은 랩이라도 잘하니 응원이나 시키고

액션에도 별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인다. 뭔가를 반드시 보여줬어야 했던 장면에서 오히려 액션과 카메라 사이에 유리창이라는 필터를 넣질 않나. 이건 그냥 겉멋만 잔뜩 든 영화라고 할 수 밖에. 제이미 폭스랑 조셉 고든 레빗이 진짜 아깝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년에만 해도 연타석 홈런이었는데 올해는 진짜 왜 그러냐. 이 정도면 그냥 쉬어가는 해라고 말해야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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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데이 시프트 2022-08-24 14:11:16 #

    ... 었다면 그렇게 복선 깔 필요가 없었던 거지. 결국은 또 하나의 대충 만든 넷플릭스용 영화. 안 그래도 어디서 기시감이 짙다 했었는데, 제이미 폭스 일전에 &lt;프로젝트 파워&gt;에도 나왔었네. 그 영화도 정말이지 후진 넷플릭스용 영화였는데 말이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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