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유치하지만, 그래도 어떤 설정인지는 대충 알겠다. 요즘 웹툰과 그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아직까지도 제일 잘 나가는 장르 중 하나가 가벼운 액션 코미디이니 여기에 왕년의 액션 스타 권상우를 데려다가 그림 그려보면 대충해도 어느 정도는 나올 거라 생각 했겠지. 그 뒷배경은 대충이나마 잘 알겠다. 근데 그걸 잘 해냈느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고.
대한민국의 비밀 첩보 조직에서 길러진 최정예 요원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웹툰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라는 내용 자체에는 상술했듯 큰 불만이 없다. 문제는 그 이후다. '웹툰작가'라는 영화적으로 생소한 직업군을 골라 잡았다면 그 직업과 업무에 대한 디테일이 녹아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히트맨>에서 웹툰작가는 굉장히 피상적으로만 그려진다. 수박 겉핥기식 느낌. 웹툰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소개와 그 매력이 잘 나타나 있지 못한 것이다. 그냥 옛날 만화가 느낌이랑 하등 다를 게 없는 묘사가 전부. 골방에 트레이닝복 입고 틀어박혀서 성공하지도 못할 이야기 붙잡고 그림 그려나가는 모습. 딱 그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중간에 기존 만화가와 웹툰작가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독자들의 피드백, 그러니까 별점평가에 대한 코멘트가 두세번 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그걸 또 코미디적으로 썩 잘 살렸다고 보기는 어렵고.
때문에 이 영화는 '웹툰작가'라는 주인공의 현재 직업을 다른 어떤 것으로 바꾸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금 주요 설정은 그거잖아. 국가 기밀 사항인 자신의 과거 경험담을 웹툰으로 풀어내 그걸 본 악당들에게 쫓긴다는 것. 그걸 꼭 웹툰이 아니라 다른 걸로 했어도 아무 상관 없었다는 거다. 소설가였다거나, 기자였다거나, 영화인이었다거나, 아니면 그냥 지면 만화가였다거나, 게임 제작자였다거나, 하다못해 화가였다거나. 그러니까 웹툰작가라는 비교적 신선하고 흥미로운 직업적 소재를 가져다 쓰고도 이토록 플러스 알파를 더해내지 못했다는 점은 무척이나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나머지 코미디와 액션은 어떠한가. 선빵부터 치면, 영화 보면서 단 한 번도 웃질 못했다. 아, 아니다. 딱 한 번 웃은 것 같다. 후반부 액션 시퀀스에서 주인공이 무언가를 하는데, 그게 엇박자로 실패하면서 옆에 있던 황우슬혜의 캐릭터 리액션 쇼트가 인서트로 나오거든? 근데 그 인서트 등장 타이밍이랑 넘어가는 편집 타이밍이 너무 어이없고 웃겨서 한 번 웃음. 근데 그것도 후반작업 중 편집을 통해 만든 것 아닌가, 결국. 한마디로 영화 내에서 배우들이 하는 무언가를 통해 웃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이야기. 특히 메인 악당을 연기한 조운 배우의 연기가 진짜 괴랄하다. 보는내내 대체 이게 뭔가- 싶을 정도.
액션이야말로 더 할 말이 없는데, 사실. 의외로 나는 권상우 배우를 좋아한다. 그가 딱 스타로 군림 했을 당시에 내가 중학교 다니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그는 우리 세대의 스타였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를 좋아한다 <신의 한 수 - 귀수편>도 난 병맛 테이스트 느끼며 의외로 재밌게 봤었다고. 근데 이 영화에서의 액션은 실망스럽다. 권상우의 잘못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액션에서 태가 난다. 그러나 영화가 본격 액션 코미디를 표방한 것치고 액션 장면 자체가 별로 없다. 그나마 있는 것들도 죄다 실망스럽다. 그냥 허풍단지 깨지게 자랑만하던 동네 어르신들이 한데모여 서로 눈치보며 이크에크 택견하는 느낌이었음.
대충 만든 티가 난다는 점에서는 크로키로 그린 만화 같은 영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진짜 웹툰이었다면, 벌써 별점 폭격 맞은 뒤 사실상 연재 중단 되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의 가장 큰 소원은 그것이었다. 대충 그렸으면 마감이라도 빨리 해주세요...... 영화도 재미없는데 결말부에 이상한 쿠키 장면까지 넣어가면서 질질 끈다. 차라리 지금보다 런닝타임이 20분 정도 짧았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평가를 받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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