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7 16:51

슬립오버 극장전 (신작)


이번주에 공개된 따끈따끈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굳이 따지면 이번엔 그냥 코미디 보다 가족 영화로써 좀 더 포지셔닝된 편. 주말 밤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거실에 다함께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하호호 웃으며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로써 기획된 거겠지...만 어린이 영화의 수준을 스스로 너무 많이 낮춰놓은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먼저 해본다. 

짧은 런닝타임이 문제인 건지, 아니면 허술한 기획 자체가 문제였던 건지, <기묘한 이야기> 마냥 여러명의 아이들로 모험 로스터를 짜놓고도 각자의 개성을 제대로 전달해내는 데에는 어영부영이다. 무엇보다 각 아이들의 캐릭터가 피상적이고, 그를 통해 파생되는 액션이나 개그들 역시 모두 구태의연. 딱 봐도 시나리오 대충 썼다는 건 건 알겠다.

조 멩가니엘로 나오길래 아무리 아이들 타겟 가족 코미디 영화이지만 뭔가 근사한 액션 장면 하나쯤은 보여주지 않을까- 했던 내 기대 자체가 와르르 멘션. 어설픈 슬로우모션으로 말도 안 되는 액션을 펼치고 있는데 겨우 이런 거 하자고 저 배우를 데려다 썼나 싶어질 지경. 아니, 그리고 개연성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게... 아, 물론 애들이 주인공인 액션 모험 영화인데 개연성이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나도 물론 어느정도의 작위적 설정들은 이해하고 넘어가 줄 수 있다. 애들이 사람 죽일 수 있는 레이저 포인터로 남의 차 다 박살낸다든지, 어설픈 변장과 연기로 초대 받지 못한 곳에 침투한다든지... 하다못해 '평범한 줄 알았던 우리 엄마가 알고보니 캣우먼?!' 따위의 접근법도 이해한다고. 근데 내가 말하고 싶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말도 안 되는 개연성은 그 아이들을 대하는 엄마의 태도다. 세상에 어떤 부모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불법 미션에 자기 친자식과 그 친구들을 차출하냐? 걔네가 오면 뭐가 좀 달라져? 근데 왜 납치당하는 와중에 애들한테 따라오라고 힌트를 남기고 지랄이야, 지랄은.

필요에 따라 잔가지 설정들을 마구 던져놓기는 하는데 정작 다 수습할 의욕은 없어보인다. 주인공 소녀는 스스로를 믿지 못해 대학 입시에 있어서도 불안해하는 친구다. 근데 얘가 그 말도 안 되는 한 밤의 모험과 첼로 연주로 그 모든 자신감들을 다 되찾았다고? 짝사랑하던 그 남자애랑은 뭐야? 솔직히 그 남자애 설정한 것도 보트 한 번 빌려타기 위해서 아니었음? 그 이후에 뭐 아무런 감정 묘사도 없다가 갑자기 견우와 직녀 코스프레 떨어버리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아니, 당황스럽다기 보다는 영화의 설계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이거 대체 누가 시공한 건지 잡아다가 족치고 싶다는 거다.

아니, 그리고 무엇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실화를 베이스로 한 영화도 아니면서 대체 왜 엔딩 크레딧 뜰 타이밍에다가 극중 인물들 에필로그 자막으로 끼워넣은 거냐곸ㅋㅋㅋㅋㅋ 진짜 하나도 안 궁금하던뎈ㅋㅋㅋ 주인공 친구인 다른 소녀가 인스타그램 스타 된 건 대체 왜 이야기해주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동용 영화랍시고 너무 무시했던 게 아니었을까. 아동용 영화를 만들면서 스스로가 만드는 장르에 대해서 별 자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렇게 노력도 안 하고 장르 후려치기 바쁘지. 대충 이 정도면 통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해당 장르를 얕본 것이 틀림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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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피어리스 2020-10-06 15:31:08 #

    ... 들을 통해 주인공이 성장해나간다는 이야기도 너무 뻔하고 재미없음. 결과론적으로는 이걸로나 저걸로나 다 실패한 모양새다. 보는내내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아동 영화라는 비겁한 방패막이 뒤에 숨어 자신들이 만들 결과물을 아티스트 본인이 스스로 얕잡아보는 일 따위 앞으로는 없었으면 좋겠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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