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극장판 시리즈의 최근 경향을 보면, 짱구 보다도 '짱구' 부모에 대한 작중 묘사가 더 많았다. 물론 다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아직까지도 전설의 작품으로 군림하고 있는 <어른제국의 역습> 이후로는 좀 더 그랬던 것 같아. 그 작품이 워낙 훌륭한 것도 있었지만, 짱구 부모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이나 부모에 대한 코멘트를 감동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근데 어째, 이 작품에 이르러서는 그 컨셉이 영 안 먹히는 모양새다. 감동? 있으면 좋지. 근데 어쨌거나 이건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아닌가. 그럼 감동 줄 때 주더라도 일단 개그 요소가 쌈박한 게 먼저 아니냔 말이야.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주인공 짱구의 분량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극장판 시리즈들을 반추해보면, 짱구는 주인공으로서 참 특이한 캐릭터였다. 분명 주인공인 것은 맞는데,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개그 캐릭터에 감초 역할이 더 크다보니 옆에 또다른 주인공으로서 기능할 다른 캐릭터가 존재해야 더 활약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지는 캐릭터였던 것.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속 '잭 스패로우'를 떠올리면 쉽다. 분명 주인공인 건 맞는데, 잭 스패로우 옆에도 항상 '윌 터너' 같은 인물들이 옆에서 극의 무게감을 든든히 잡아주지 않았었나. 그러니까 잭 스패로우는 옆에서 그냥 부담없이 양념만 던져도 됐었지. 짱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그를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번 극장판의 짱구 역할은 참 애매모호하다. 일단 이번 극장판이 개그보다도 감동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기 때문에 짱구의 분량이 줄어드는 건 필연적인 것일테고, 또 그 감동 코드의 타겟이 짱구가 아닌 그의 부모님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그가 설 수 있는 자리가 더 좁아져버린 것. 짱구 엄마랑 짱구 아빠가 지지고 볶고 하는 스토리이다 보니 짱구 존재감이 별로 없음.
여러 패러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끌고 와 웃음을 유발하려는 방식은 그래도 꽤 괜찮은 방식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와 <킹콩>. 둘 다 적절히 어레인지 되어 있어서 나름 재미있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 시리즈에서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요소는 개그와 그로 인해 발생되는 웃음이다. 패러디 백 날 하면 뭐해, 코미디 영화가 별로 웃기지도 못하고 있는데.
역대 극장판 시리즈들 중에서 가장 개그 타율이 낮은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게 결국 결론. 컵케이크 위에 체리 올려 화룡점정을 이루듯, 감동 코드로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영화가 되겠다는 결심과 컨셉은 좋다 이거야. 그치만 결국 그건 장식이고 양념으로써 남야아만 한다. 컵케이크에서 체리의 분량이 얼마나 되겠어, 결국 우리 입에 더 많이 들어가게 될 것은 그 밑의 밀가루 부분들인데. 모름지기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라면 웃겨야 장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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