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9 14:56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010 대여점 (구작)


원작이 동화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었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실사 영화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낼 소재로 승부를 보는 애니메이션이다.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지는 내용이라니. 미트볼 우박에 스파게티 토네이도를 실제로 구현해내 그걸로 한 도시를 쌈싸먹는 비주얼은 과연 특기할만 하다. 그러나 그 특유의 상상력이나 구현력이 중요한 영화는 사실 아님. 왜냐면 아동이 주요 타겟인 애니메이션치고 개그가 나한테 존나 먹혔기 때문. 그리고 그 개그의 뒷편에는 이 영화의 감독이자 이후 할리우드에서 독보적으로 젊은 병맛 감각으로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크리스 밀러 & 필 로드 연출 콤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이후 크리스 밀러와 필 로드 콤비는 <21 점프 스트리트> 같은 실사 영화들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레고 무비>와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등의 애니메이션들을 꾸준히 연출하고 또 제작해왔다. 그 영화들에서 하나같이 반복되던 건 이른바 '반복 개그'. 크리스 밀러와 필 로드는 영화 전반에 걸쳐 반복 코드 개그를 사용하거나, 전반부에 보여주었던 어떤 한 요소를 후반부에서 재해석해 또다시 보여주는 방식으로 메시지나 감동을 전한다. <레고 무비>에서 '에밋'이 하이스트 작전을 짤 때, <레고 닌자고 무비>에서 악당들을 공격하는 방식 등에서는 개그 요소로써 그걸 써먹었었다. 반면 제작작인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에 와서는 감동 코드로 더 많이 활용했지. 전반부에서 '마일즈'가 '피터'에게 당했던 방식을 후반부에서 마일즈가 피터에게 되갚아줌으로써 성장 코드를 발현해내기도 했고...

하여튼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에서 역시 반복 개그가 활용된다. 주인공인 '플린트'가 무언가를 발명할 때나 계획할 때 특히 두드러지는데, 붙이고 접합하고 자르고 코딩하는 등의 행동을 어린이 발표하듯 읊어주는 것도 웃겼지만 그 사이사이 쉴 때 조차 "휴식!"이라고 떠드는 게 웃김. 왜 <심슨 가족 - 더 무비>에서도 그런 거 있지 않은가. '호머'가 개썰매 타면서 채찍질하는데 휴식시간에도 채찍질하면서 "쉬어! 쉬어!"라고 하잖아. 약간 그런 코드.

반복 개그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빵 터지는 순간들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건 런던 드립. 영국에는 맛있는 음식이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건가. 그 와중에 혼자 놀란 중국인 여행자 개그도 좋았고. 또, 주인공 아버지가 아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컴퓨터 사용하는 부분. 바탕화면에 있는 아이콘을 마우스로 끌어다가 이메일에 첨부해라-라는 뉘앙스의 말이었는데 컴맹이었던 아버지는 진짜 마우스를 화면에 갖다 대고 드래그 하고 앉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쪽 코드에는 좀 답이 없다. 게다가 이 개그가 워낙 갑자기 치고 나오는 감도 있어서. 하여튼 애니메이션임에도 은근히 골 때리게 웃긴 장면들이 꽤 많다.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반추해보면, 크리스 밀러와 필 로드 콤비는 반복 개그 애호가인 동시에 부모와 자식 간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항상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사이의 감정들도 그렇고. <레고 무비>에서는 아예 장난감에 대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갭을 대놓고 다루었으며,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역시 주인공과 아버지 사이의 갈등이 주된 소재로 활용된다. 게다가 <레고 닌자고 무비>에서는 메인 악당이 주인공의 친부 아니었던가.

이번 영화 역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를 다루면서 결국 있는 그대로의 자식을 인정하는 것이 부모다-라는 다소 전형적인, 그럼에도 기어이 마음에 와 닿고야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이 워낙 개차반에 미친놈처럼 굴어 그렇지 아버지와 관계 맺는 부분만 똑 떼놓고 보면 영락없는 철부지 아들임. 

하여튼 신기하고 재미있는 소재로 재미와 감동을 적절히 끌어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크리스 밀러와 필 로드 콤비의 연출적 역량과 그 취향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영화. 이 둘이 진짜 제대로 각잡고 <한 솔로>를 만들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지금의 론 하워드 버전보다는 훨씬 더 개성있고 진하지 않았을까? 사실 그 두 감독 때문에 기대한 것도 있었던 영화였는데 말이다.

뱀발 - 지금 다시 보니까 여기 나오는 흑인 경찰관도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속 주인공 아버지와 존나 비슷하네. 캐릭터 디자인부터가 쌤썜 투 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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