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2 20:32

그것 - 두 번째 이야기, 2019 대여점 (구작)


무서운 거 원래 잘 못 보는데도 개봉당시 극장에서 1편을 재미있게 봤었다. 때문에 당연히 2편도 극장에서 보려했었는데 개봉 시기와 미국 여행 시기가 딱 맞물리는 바람에...... 결국 이제서야 블루레이를 통해 보게 된 속편. 근데 어째 재미로만 따지면 1편이 훨씬 더 나았던 것 같음.


열려라, 스포 천국!


1편에서의 '페니와이즈'가 꽤 정성스런 광대였다는 사실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상대가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변모해 그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공포를 먹고 살았던 초자연적 괴물. 때문에 희생자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 상대를 괴롭힐 것인지까지 다 계획하던 성실한 괴물. 자신의 프로필 아바타로 광대를 선택해 쇼잉과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에도 능했던 트렌디한 괴물. 그게 페니와이즈였다. 이경규의 뒤를 잇는 거대 몰카 프로그램 담당 MC 같은 느낌의 괴물이었다고.

페니와이즈의 그러한 면모는 이번에도 이어진다. 그러나 그게 시종일관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은 좀 문제다. 물론 페니와이즈와 대적하는 루저 클럽의 살아남은 인원들이 총 여섯명이나 되면서, 그 모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데리의 광대가 자주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게 좀 과한 느낌이다. 공포 영화에서 관객이 가장 파악하기 어려워해야하는 일종의 '타이밍'이 자꾸 간파된다. 여섯 명의 루저 클럽 멤버들이 각자의 제물을 찾기 위해 찢어지는 순간부터 예견 하긴 했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속 보일 줄은 몰랐다고.

이번 영화에서의 페니와이즈는 뭐랄까, 학창시절 갔었던 극기 훈련 캠프의 심술맞은 교관 같았다. 존나 똥줄 빠지게 고생하는 학생들을 보며 '이것 밖에 못해?'라고 일갈하는 교관들 있잖아. 딱 그 느낌이었음. 성인이 된 '벤'을 괴롭히면서 "넌 죽어라 살을 뺐지만 여전히 루저야!"라고 꼽사리 주는 페니와이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섭다기보다는 존나 얄미워서 한 대 치고 싶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페니와이즈의 호러적 존재감이 많이 죽은 속편이다. 어린 여자 아이 잡아먹으려고 꼬드기는 장면에서조차 생각보다 별로 공포감이 안 느껴지더라. 그냥 먹고 살려고 존나 열심이구나-하는 느낌.

멋진 순간들도 있기는 하다. 초반부 벌어진 살인사건의 묘사나 교각 아래로 파도처럼 흘러내리는 빨간 풍선의 물결. 할머니의 모습으로 기괴한 춤을 추는 순간들 등. 근데 따지고 보면 그것마저도 <더 비지트>를 통해 샤말란이 더 잘 해냈던 것이기도 하고. 하여튼 미장센적으로 매혹되는 부분들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 재미있는 영화인가를 되묻는다면 글쎄.

모두가 과거의 악몽을 잊었을 때, 유일하게 데리에 남아있던 '마이크'만이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설정 등은 좋다. 원래 유년시절의 기억이란 게 다 그렇지 않나. 기억은 때때로 장소와 함께하는 생물이라, 그 물리적 장소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조금씩 늙고 병들기 마련이니까. 그런 요소들이 좋았고, 또 전편에서부터 이어지는 유년기의 트라우마와 그 극복을 다룬다는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 영화면서 별로 무섭지 못했다는 게 결국 가장 큰 단점으로 남는다. 게다가 상영 시간도 거의 세 시간에 달하는데, 그만큼 응집력도 좀 떨어지는 느낌이고. 마지막에 페니와이즈 죽어갈 때쯤엔 좀 안쓰럽기까지 하더라. 27년 주기로 이렇게 열심히 산 생명체가 어디 또 있었을까. 수백만년동안 먹고 살기 위해 존나 열심이었고, 한낱 먹잇감에 불과한 동네 아이들을 꼬실 때에도 정성껏 노력을 쏟던 그의 모습...... 어째 주인공 여섯명의 모습보다 페니와이즈의 모습이 자꾸 잔상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묘하게 전편을 계승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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