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6 18:24

터커 & 데일 vs 이블, 2010 대여점 (구작)


슬래셔 호러 무비의 클리셰에 중독되어 있던 당신을 위한 영화. 근데 장르는 호러 말고 코미디라는 게 함정.

웬 정신머리 없는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이해 남녀 희생자 성비를 골고루 맞추어 외딴 숲으로 캠핑을 가자는 정신머리 없는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근데 이 미친 방학 계획을 세운 놈들 치고는 다들 배짱이 별로 없었는지, 숲으로 가는 길 잠깐 들른 주유소에서 만난 얼뜨기 촌놈을 보고 기겁하며 도망감. 이 새끼들은 지들이 슬래셔 무비 클리셰 팩으로 여행 계획 세워놓은 것 치고는 배짱이 별로 없다. 

포인트는 그 두 얼뜨기 촌놈들이 진짜 연쇄살인마가 아니라, 그냥 얼뜨기 촌놈들에 불과했다는 것. 심지어 둘 다 착하고 순진하기까지 해. 맥주 한 캔만 주면 껌뻑 죽는 놈 하나하고 결여된 자신감 때문에 여자에게 말 걸어보는 것은 꿈도 못 꾸는 다른 하나. 어찌보면 귀엽기까지 한데, 이 둘이 앞서 말한 그 대학생들과 엮이며 오해를 사게 되고 끝내는 피비린내 나는 혈투까지 벌이게 된다는 것이 코미디로써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다.

이야기 구성이 참 재미있다. 슬래셔 호러 무비 장르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메타 영화적 설정. 호감 가서 응원하고 싶어지는 캐릭터들. 여기에 적절하게 잘 버무린 상황 코미디들. 영화를 굳이 요약한다면 편견의 호러, 오해의 코미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 심지어 터커와 데일이 서로 상대에게 느끼는 공포감은 대부분 편견에서 기인한 것이다. '영화'라는 대중 문화가 몇 십년에 걸쳐 만든 우리들의 헤게모니. 영화는 그걸 주요 메시지로 내건다. 그리고 오해 요소야 뭐, 코미디에서 죽어라 쓰는 전통적 소재이니 더 할 말이 없고.

근데 이상하게도 좀 아쉬운 게, 분명 설정은 기가 막히게 좋거든? 허나 어째 영화가 좀 더 안 간 느낌이 왜인지 모르게 든다. 끝내 흑화해 최종 빌런으로 각성하게 되는 대학생 '채드' 캐릭터 역시 호러 영화라 해도 너무 얇고, 전체적인 상황 코미디들 역시 좀 더 복잡하고 재미나게 풀 수 있었을 것만 같았다. 하이 컨셉은 존나 잘 잡았는데 딱 택시 기본요금까지만 하고 내린 느낌의 영화랄까.

<로그 원>에서 K2SO로 열연한 앨런 튜딕의 촌뜨기 맨 얼굴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데일' 역할의 타일러 러빈이 너무 귀엽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이었는데,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에서 '시저' 옆 집 살던 그 양반이더구만. 거기서도 한없이 착해보이더니 역시 그 인상 어디 안 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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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맨 프롬 토론토 2022-06-30 16:04:30 #

    ... 도 무능력한 주인공을 어마어마한 프로페셔널로 오인하는 상황을 주력으로 삼아 그 코미디를 만든 영화들 역시 많았다. 당장 떠오르는 영화는 아무래도 &lt;터커 &amp; 데일 vs 이블&gt;. 그거 좀 재밌게 봤었걸랑. &lt;맨 프롬 토론토&gt; 또한 그런 구성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이 이야기를 왜하냐면, 당신이 무얼 기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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