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담보>,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그린랜드>, <국제수사>로 이어지는 추석 대목 4파전에서 이 영화가 제일 잘될 줄 알았다. 장르적으로 제일 내 취향에 가까워보이기도 했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그것이 노골적으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여러모로 내 마음에 든 공식 포스터가 멋지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거 다 집어치우고 가장 먼저 봤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런 영화로 8개월 내내 홍보 돌았을 주연 배우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딱 잘라 말해서 영화의 만듦새가 너무 조악하다. 편집은 종종 튀고, 화면의 톤이나 정서도 일관적이지 못한 느낌. 나는 오프닝 타이틀 뜨기 전부터 영화의 편집 리듬이 너무 급하길래 제한된 상영 시간 안에서 보여줄 게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급할까- 싶었었는데 정작 다 보고 나니 겨우 이딴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달렸던 건가- 싶어져서 존나 아리송하기도 했다.
하이 컨셉 자체는 충분히 재밌을 수 있었다. 안일하고 뒤가 좀 구린 지방의 한 형사가 가족 여행으로 필리핀 왔다가 거대한 음모에 휘말려 오해받고 쫓기는, 그러면서 또 누명을 벗기 위해 누군가를 쫓기도 하는 이야기. 적당히 평범한 인물들이 주인공인 영화는 항상 내 취향인 데다가, 이런 식의 '물 밖 물고기' 이야기는 이미 하나의 전형성을 갖췄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진 형식이잖아. 그러니까 무난하더라도 고분고분하게만 갔으면 못해도 중간은 갔을 영화란 소리다.
일단 그 '물 밖' 묘사부터가 문제다. 잘은 몰라도 필리핀이면 대략 대한민국의 세 배 이상되는 국토를 가진 나라다. 근데 여기서 주인공은 과거 자기와 웬수를 졌던 고향 인간들을 우연히 다 만나게 된다. 그래, 수도인 마닐라는 서울보다 좁은 면적을 가지고 있고 또 타국에 나가 한국인들끼리 뭉쳐사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데 그 정도는 영화로써 충분히 허용 가능한 우연 아니냐-라고 하면 할 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째 그 만남의 묘사들이 너무 잦고 또 성의 없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 필리핀과 필리핀 사람들에 대한 묘사 문제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신세계>나 <범죄도시> 같은 영화들이 조선족의 이미지를 실추 시켰다고 말이 많았었지. 물론 그런 점 고쳐야지. 근데 최소한 그 영화들은 장르적 분위기라는 게 있었잖아. <국제수사>는 그딴 거 없다. 일단 필리핀은 범죄 소굴처럼 묘사되고, 무엇보다 최악이 필리핀 갔으면서 필리핀 말 할 줄 아느냐는 어른의 질문에 '사와디캅~'으로 답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순수하고 무지한 어린 아이의 모습을 묘사하려했던 거 아니냐고? 그럼 최소한 이후에 그것에 디해 면박주거나 수정해주는 어른의 모습이 있었어야지. 여기엔 그냥 '대박'이라고 외치고 마는 철없는 엄마의 이미지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그냥 대한민국 와서 '곤니치와'로 인사하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냐고.
김희원이 연기하는 악당의 카리스마도 형편없고, 이를 쫓는 주인공 콤비의 수사 역시 답답 고구마에 콤보를 꽂는다. 심지어는 전개가 되면 될수록 이게 수사하는 영화인지 보물찾는 영화인지 헷갈리게 된다는 것도 포인트. 어느 하나 제대로도 못할 거면서 갑자기 구 일본제국군이 숨겨놓은 황금 보물까지 난잡하게 엮어대니 이게 무슨 <내셔널 트레져>도 아니고.
코미디는 다 헛방에, 액션도 형펀 없는데다가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주조연진 캐릭터들에게 그놈의 호감마저도 끝내 심어주지 못하는 영화. 심지어는 영화 끝날 때쯤 '뭐야? 이게 끝이야?'라는 내적 쌍욕만 발산하게 만드는 영화. 얼기설기. 덕지덕지. 누덕누덕. 이 정도면 그냥 누더기에 가까운 모양새라고 할 수 밖에.
덧글
. 2020/10/06 08:37 # 삭제 답글
CINEKOON 2020/10/23 22:12 #
로그온 2020/10/21 00:30 # 답글
으음...
포스터가 웃기잖아요.
포스터가 너무 웃기잖아요. 포스터를 이렇게 웃기게 그려놓고선 영화는 안 웃기면 안되는 거잖아요
CINEKOON 2020/10/23 2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