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과 그들이 사는 생태계를 다룬 자연 다큐멘터리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거시적인 그것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미시적인 영화처럼 느껴지는 다큐멘터리. 생태계 전반을 조명한다기 보다는, 삶에 찌들어있던 한 남자가 자연산 문어와 교감을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굉장히 개인적이다.
이해 불가능의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과의 진심 어린 교감은 언제나 놀라운 기쁨과 감동을 동반한다. <나의 문어 선생님>이 갖고 있는 가치도 딱 거기에 있다. 삶에 있어 계속해서 달려오기만 했던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생태학자가 매일 같이 나간 바다에서 문어를 만나 언어와 종을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근데 이게 또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게, 이 생태학자라는 양반이 그 문어의 삶에 있어서 일체 간섭을 안 한다. 아니, 간섭을 안 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친구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문어는 자연 생태계의 일원 중 하나이기에.
거기에서 느껴지는 이상적인 애틋함과 현실적인 안타까움이 있다. 깊은 교감을 나눈 문어가 천적인 상어에게 공격받을 때조차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 친구로서의 걱정, 학자로서의 연구.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면모들이 상충하면서 벌어지는 재미와 감동이 곳곳에 묻어난다. 그 자체로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동시에, 문어라는 해양생물의 삶에 대해 가볍되 심도 깊게 다뤘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로써의 본분도 잊지 않는다.
'ET'와 '엘리엇'이 손가락을 맞댈 때, '히컵'이 '투스리스' 위에 올라탔을 때 등 우리가 경험한 수많은 교감들. 그러나 다큐멘터리라는 강력한 장르적 특성이 이 영화의 교감에 엄청난 힘을 부여한다. 그 누구도 연출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연기하지 않았던 순간들. 하등 생물일 거라 생각했던 문어가, 그 남자의 손을 잡고 종국에는 포옹까지 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순간을 생생하게 옆에서 목도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아, 이게 다큐멘터리의 힘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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