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컷 젬스> 이후로 거의 반 년만에 다시 돌아온 아담 샌들러의 신작. 근데 안 그래도 원래부터 왕성하게 다작 활동하던 양반을 왜 굳이 <언컷 젬스> 언급까지 해가며 다시 이야기 하냐면... <언컷 젬스>의 아담 샌들러는 정말이지 평소와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개의 관객들이 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리라. 아닌 게 아니라 그는 <펀치 드렁크 러브>나 <레인 오버 미> 같은 작품들에서 이미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바 있었다. 그런데도 남은 일평생을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캐릭터들만 초지일관 연기해오며 보내지 않았던가. 그랬던 그가 <언컷 젬스>를 통해 새로운 커리어 하이를 찍었으니, 그 이후로는 조금 달라질 줄 알았던 거지. 허나 장인 정신이라면 장인 정신이고, 고집이라면 또 고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담 샌들러는 묵묵하게 <휴비의 핼러윈>을 통해 돌아왔다. 하... 그래도 영화가 <첫키스만 50번째>나 <클릭> 정도의 수준으로 재밌기만 했다면 괜찮았을 터인데...
영화는 전형적인 아담 샌들러 풍이다. 캐릭터 설정만 놓고 보면 벤 스틸러 풍이라고 해도 괜찮다. 어릴 적부터 동네 바보 비스무리한 포지션으로 인식되고 그래서 또 무시받던 주인공이 혼자만 엄청난 음모를 깨닫게 되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공동체를 구하기 위해 혼자 동분서주한다는 스토리. 아담 샌들러가 많이 해왔던 방식의 영화고, 나 또한 이런 종류의 작은 소동극을 좋아한다. 근데 이건 암만 봐도 아닌 것 같어.
넷플릭스 영화인지라 집에서 봤는데, 보는내내 갑분싸 되는 장면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다른 거 다 필요없고 이건 아담 샌들러 표 코미디 영화 아닌가? 그럼 일단 개그에서 성공을 봤어야지. 그러나 영화가 싸지르는 개그들 때문에 TV가 있는 거실 분위기만 싸해진다. 거의 급냉 수준이었다. 이렇게 수준 낮은 코미디가 넷플릭스라는 최일선의 메인 스트림 플랫폼에서 아직까지도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는 참담한 심경. '딸딸이' 드립을 치는 주인공의 노쇠한 어머니 모습부터 별 시덥지도 않은 말장난과 슬랩스틱으로 구질구질하게 연명하는 모습까지 보고 있노라면 이게 지금 내가 넷플릭스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유튜브에 널린 같잖은 몰카 개그 영상을 보고 있는 건지 잠시 헷갈려진다.
미스테리를 쌓아가는 방식도 후지다. 초반에 정신병원에서의 탈출을 감행한 환자 모습을 통해 <할로윈> 등의 슬래셔 호러 무비를 연상케 했던 것은 좋았다. 근데 어째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유니버설 고딕 호러 몬스터 시리즈에 나올 법한 늑대인간 컨셉까지 밀어넣더니 이 두 개를 마구 야바위 하기에 이른다. 결과론적으론 둘 다 그저 맥거핀에 페이크였을 뿐이었지만 그러다보니 오히려 미스테리가 분산되고 또 산만해지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근데 시팔 제일 막나가는 건 결국 그 결말의 반전 아니였냐? 내가 진짜 살다 살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 잡아다가 불에 태워죽이려하는 싸이코는 난생 처음 봤다. 게다가 늑대인간은 그냥 페이크고 철저히 현실 기반 코미디인 줄로만 알았는데 막판 가서는 마녀 아닌 마녀도 등판. 이 정도면 그냥 막 나가자는 거지.
이야기의 규모나 에피소드 자체는 <구니스>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처럼 조그마한 사이즈를 유지하면서도 오밀조밀하게 잘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질 못해 아쉽다. 애초에 코미디로써 웃기지 못한 것도 큰 패착이고. 그나저나 아담 샌들러는 <언컷 젬스>로 어마무시한 연기를 보여주더니 이런 식의 방법을 통해 스스로를 너프 패치 시키는 구나. 이 형, 어쩌면 '타노스' 못지않은 밸런스 성애자일지도 모르겠다.
덧글
로그온 2020/10/21 00:42 # 답글
아니 아담샌들러는 진짜...
CINEKOON 2020/10/23 2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