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4 20:04

짱구는 못말려 - 폭풍수면! 꿈꾸는 세계 대돌격, 2017 대여점 (구작)


대부분의 언어권에서 '꿈'은 곧 '소망'으로 함께 해석된다. 한국어의 '꿈'이 그렇고, 영어의 'Dream' 역시 그러하며, 일본의 'ゆめ' 또한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번 극장판은 꿈속 세계를 다루면서도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과 그들이 그리는 미래 모습을 그 안에 투영시켰다. 그리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어린 아이들이 꿈꾸고 또 그리는 자신들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경험은 언제나 재미있다.

근데 난 왜 '훈이' 꿈이 만화가였던 걸 몰랐었지? TV판도 줄곧 보고 극장판도 거진 다 봤었는데 왜 훈이가 만화가의 꿈을 꾸고 있었다는 건 몰랐을까. 내가 관심이 너무 없었나? 하여튼 만화가로서 성공하는 꿈을 꾸는 훈이의 모습이 귀여우면서 웃긴다. 존나 채찍질 당하면서 만화 그리는 개그 내 취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외에 짧게 묘사되기는 하지만 정치가의 꿈을 지닌 '철수'나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는 '유리'의 꿈 역시 적절하게 묘사된다. 이와중에 미래의 꿈보다 현재의 현실에 안주하고 사는 어른들이 지닌 꿈 크기가 아이들의 그것에 비해 아주 조그맣게 표현되는 부분은 확실히 디테일해서 좋다. 

꿈을 주 소재로 잡은 영화이다보니 어쩔 수 없게도 이 방면에 방점을 찍은 <인셉션>이 안 떠오를래야 안 떠오를 수가 없다. 꿈속에서 추격을 당한다거나, 너무도 환상적인 그 꿈에 심취해 마약처럼 중독된다거나 하는 등의 부분들은 분명 <인셉션>의 그것. 다만 후반부 대모험을 위해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잠드는 모습은 <나이트메어4 - 꿈의 지배자>가 떠오르기도. 아마 그 영화에서도 '프레디'에게 맞서기 위해 주인공 파티가 머리 맞대고 잤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거 볼 때도 느꼈던 거지만 어째 꿈을 다룬 영화들 속 그 묘사가 묘하게 온라인 게임스러워서 좀 웃기기도 함.

이렇게 저렇게 꿈에 대해 묘사하길래 아이들이 지닌 소중한 꿈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작품인가- 싶었는데, 결국 다 보고 나니 영화가 말하는 건 상실감이었다. 최근 <오버 더 문>도 그랬듯이, 이 영화 속 '보라'도 자신의 실수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 생각한다. 그래서 그 죄책감과 상실감을 꿈속에 묻고 그를 피해 도망치듯 살아왔던 것. 애니메이션임에도 굉장히 성숙한 묘사라고 느꼈던 지점은 바로 그 죽은 엄마의 모습으로 발현된 악몽의 모습이 존나 무섭게 디자인 되었다는 것. 일반적인 애들용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이거 이렇게 묘사 안 했겠지. 소중한 가족이고 소중한 엄마이지만, 그래도 현실의 보라를 붙잡는 악몽으로써의 모습은 기괴하고 혐오스러웠다는 것. 그렇게 표현해낸 제작진의 뚝심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그런 보라의 상실감과 그로인한 성장 고리에 '짱구' 엄마인 '봉미선'이 관여해 좋았다. 다른 아이의 엄마가 보라 엄마의 대리인으로서 그 아이를 안아주고 괜찮다고 말해주어 정말 다행이다. 근데 그것과는 별개로, 오랜만에 현웃 몇 번 터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었다는 점에서도 가산점을. 초반부에 유리에게 개정색 떠는 떡잎마을 방범대 멤버들의 졸렬한 모습에 아닌 밤중에 터졌네. '신형만'이 갑자기 성기 노출하는 장면의 묘사도 존나 웃겼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감동도 좋고 메시지도 좋은데 이런 거나 일단 더 넣어달라고.

뱀발 - <스타워즈> 패러디가 하나 있다. 훈이랑 악몽이랑 라이트세이버 대결하는데 깔리는 음악 역시 명백한 'Dual of fates'라 존나 맘에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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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 좀 놀랐음. 내가 큰 건지 아니면 시리즈의 수준이 하향평준화 된 건지. 예전에 봤던 극장판들은 모두 평균 이상의 재미를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째 요즘 나오는 극장판들은 죄다 평균 이하처럼 느껴지네. 옛날에 &lt;전격!! 돼지 발굽 대작전&gt; 이런 거 엄청 재밌게 봤었는데.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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