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7 17:58

오션스 12, 2004 대여점 (구작)


속 빈 강정 같은 속편. 솔직히, 전작 <오션스 11>과 속편 <오션스 12> 사이의 괴리에 비교할 수 있는 건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와 <킹스맨 - 골든 서클> 관계 뿐일 것. 그 정도로 엄청나게 실망한 속편이었다, 개봉 당시에. 그리고 역시 거의 15년 만에 다시 본 영화는, 여전히 구렸음. 전작의 명성에 먹칠을 할 정도로.


스포일러 트웰브!


가장 큰 실수는 범죄 과정에 설득력이 없었다는 것. 까놓고 말해 '대니 오션'과 그 일당들이 다시 큰 판을 벌여야만 하는 이유와 그 동기는 괜찮게 느껴졌다. 전작의 악당이자 피해자였던 '테리 베네딕트'가 '대니 오션과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반 협박하는 시퀀스는 참 마음에 들었다고. 이야기 전개가 한 방에 설계 되기도 하고, 일단 납득이 되잖아. 피해자였지만 여전히 무서운 존재인 테리가 돈 안 내놓으면 죽이겠다는데 뭐 어떡해. 훔쳐놓은 돈으로 잘 살고 있었어도 현업 복귀해야지. 여기까지는 좋다 이거야.

심지어 전작의 대니와 '테스' 관계에 이어, '러스티'에게 '이사벨'을 붙여준 것도 납득 가능하다. 유로폴 수사관으로서 주인공 일당을 뒤쫓는 것도 전개상 필요한데, 이왕 만들 캐릭터라면 러스티와 이어 사연 붙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잃어버렸지만 잊어버릴 수는 없었던 과거의 인연을 현재로 끌고오는 방식 자체는 괜찮다고. 아, 여기까지도 괜찮다 이거야.

문제는 앞서 말했듯 범죄 행각 자체가 별 거 없었다는 데에 있다. 그냥 치트키 쓴 거다. 오션 일당의 범죄를 도와준 것으로 묘사되는 전설적인 대도 '르마크'의 존재는 그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일 뿐이다. 막말로 오션 일당이 딱히 한 게 없다. 프로페셔널 주인공 일당들인 것치고는 주체적으로 한 게 없단 이야기다. '밤여우'와의 대결에서 이긴 것도 다 이 르마크 덕분이었지 않은가. 르마크가 타겟의 운송 방법과 그 경로도 알려줬잖아. 대니, 너 르마크 없으면 어쩔 뻔 봤냐.

이 말도 안 되는 르마크의 존재를 심지어는 러스티의 연인 이사벨과 붙여버리며 갑자기 휴먼 드라마로 쫑내는 태도도 존나 얼탱이 없음. 시팔... 전편은 존나 쿨했는데 속편이랍시고 나온게 존나 구질구질한 느낌이야.

실력 좋고 내공 있는 자가 적당한 허세와 능글맞음으로 무장했다면 그를 당해낼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션스 12>는 실력도, 내공도 없으면서 오직 허세와 자기기만만으로 뭉쳐있는 영화다. 하이스트 영화이면서 정작 범죄 관련해서는 부랄을 탁치게 만드는 것 하나도 안 보여줘놓고, 지들끼리 '우리는 역시 잘났어~'로 일관하는 뻔뻔한 태도. 아니, 뻔뻔한 게 아니라 어딘가 좀 안쓰러운 태도라고 해야하나.

연출과 촬영적 측면에서는 소더버그의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다. 샷을 얼렸다가 뒤늦게 재생 하기도 하고, 또 이를 통해 배우들의 재미있는 표정이나 디테일 등을 잡아내면서 개그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 자체는 좋았다. 이런 종류의 연출이 워낙 또 내 스타일이기도 하고. 근데 그러면 뭘하냐고, 제대로 한 탕한 게 없는데 말야.

그나마 다행인 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오션스 13>이 괜찮은 작품이었다는 점. 만약 여기서 시리즈가 끝났으면 지금의 명성은 없었을 것이다. 진짜로.

뱀발 - 줄리아 로버츠 배우 개그는 그래도 내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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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교두보 역할을 했던 &lt;오션스 12&gt;가 형편없는 완성도로 나왔던 것과는 다르게, &lt;오션스 13&gt;은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다. 1편의 내실있는 여유와 우아함을 다시 갖추고 돌아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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