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9 13:45

오션스 13, 2007 대여점 (구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교두보 역할을 했던 <오션스 12>가 형편없는 완성도로 나왔던 것과는 다르게, <오션스 13>은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다. 1편의 내실있는 여유와 우아함을 다시 갖추고 돌아와 흥겨우면서도 아련한 결말로 시리즈의 문을 잘 닫아낸 영화.


스포일러 써틴!


1편의 한탕주의도 아니고, 2편의 자존심 대결도 아니다. 3편이 골라잡은 테마는 바로 복수.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쩐주 역할을 했던 '루벤'이 악랄한 비즈니스맨 '뱅크'에 의해 물먹은 것도 모자라 심장을 붙잡고 쓰러지게 되자, '대니 오션'과 그 친구들은 오직 뱅크에 대한 복수 하나만을 위해 다시 어셈블한다. 돈 벌고 명예 얻고 뭐 이딴 것들보다 그냥 뱅크 한 명 끌어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친 그들.

재밌는 건 영화가 이야기를 산개 시켜나가는 방식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션스 11>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작품이었다. 무대를 유럽으로 옮겼던 <오션스 12>은 그에 비해선 규모가 좀 더 컸지만, 그걸 제대로 정리해내지 못해 전반적으로 산만한 인상이었던 게 또 사실이고. 그러나 <오션스 13>은 이야기를 넓게 횡으로 퍼뜨려가는 방식에서 오는 재미가 좀 있다. '터크'와 '버질' 형제 콤비를 멕시코 공장으로 파견 시키는 시퀀스는 그 편집 타이밍이나 연기에서 오는 유머로 인해 굉장히 큰 재미를 준다. 사실 그들이 노동자 인권을 위해 투사하는 시퀀스는 대니 일당의 범죄 관련해서 어찌보면 1도 상관없는 부차적 에피소드들이었던 게 사실이잖아. 근데 영화가 그걸 이야기의 장애물로 삼으면서도 유머로 잘 굴려낸다. 마음에 드는 방식이다. <오션스 12>의 줄리아 로버츠 배우 개그 시퀀스가 재밌었음에도 억지스러웠던 걸 상기시켜보면 꽤 괜찮은 발전.

<오션스 12>에서 짜증났던 설정 하나. '라이너스'의 친모가 대니 오션 일당 모두를 구해낸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이번 영화에도 여지없이 라이너스의 친부가 나타나 정리를 도와준다. 그러나 <오션스 12>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느낌은 좀 덜하다는 점에서 그 부분도 나름 괜찮았다. 그냥 딱 양념으로 쓰고 만 느낌이라. 그 정도의 선이 제일 좋지, 안 그러면 또 사기 치트키 쓴 것이나 다름없어 질테니.

많은 인물들의 물리적 비중을 적절히 안배해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여전히 안정적으로 느껴지고, <오션스 11>에 이어 각 캐릭터들의 성격적 특징을 한 두가지로 빠르게 정리해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훌륭하다. 쓰러진 루벤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는 '배셔'의 따뜻한 모습과 부모에게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라이너스의 어설픈 모습. 혼자 고민하다가 수줍게 도움을 요청하는 '리빙스턴', 충동적이지만 신념을 굽히지 않는 터크와 버질 형제 등. 여기에 직접적으로 '테스'와 '이사벨'을 등장 시키지는 않지만 대니와 '러스티'의 사소하면서도 기품있는 근황 토크를 통해 그녀들의 안부를 전하면서도 또 그들의 여유있는 모습을 썩 적절하게 전달 해낸다. 역시, 이 시리즈는 재밌는 하이스트 영화라고만 치부하기엔 훌륭한 캐릭터 영화라니까.

닭 쫓던 개가 된 뱅상 카셀의 '밤여우' 캐릭터는 여전히 아쉽지만, 앤디 가르시아의 '테리 베네딕트'는 마지막 오프라 윈프리 쇼 개그가 좋아서 다행. 비열하면서도 호구 마냥 또 당하는 역할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악역으로서의 알 파치노가 가진 카리스마도 여전히 유효함. 하여튼 메인 캐릭터들을 잘 잡아놓으니 이후 악당들 캐릭터들도 잘 잡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을 거라 본다.

전위적인 연출 스타일은 <오션스 12>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딱 적정선을 유지함으로써 대중 상업 영화로는 밸런스를 잘 맞춘 것 같다. 누가 뭐래도 스티브 소더버그의 리즈는 이 시리즈를 만들 시기쯤이었지. 물론 여전히 실험적이고 혁명적인 감독인 것은 맞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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