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의 전편인 1편을 좋아했었다. 그 때 다들 의아해 하며 내게 물었지, "너 이런 유치한 것도 좋아해?" 뭐... 적당히 유치해서 좋았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1편이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은 가족주의적 메시지를 정갈하면서도 파워풀하게 표현해내는 그 영화의 연출이었고, 무엇보다 타이틀 롤 커트 러셀의 마법같은 힘이었다. 아니, 정말로 1편에서의 커트 러셀이 너무나도 개쩔어서 보는내내 그냥 두 손 두 발 다 든채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니까?
그런 반면 이번 속편은 여러 의미에서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약 125년 동안 흘러온 영화의 역사에서, 수많은 '2편'들이 같은 이유로 몰락해가는 것을 우리는 이미 보았다. 바로, 전편의 성공에 경도되어 규모를 늘리는데에만 몰두하는 것. <크리스마스 연대기 - 두번째 이야기>가 딱 그렇다. 전작의 세트피스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었다. 주인공이 되어주는 남매와 조력자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커트 러셀의 '산타 클로스'. 언제나 이들이 핵심이었고, 에피소드에 따라 순록떼와 더는 크리스마스를 믿지 않는 형사나 주인공 남매의 어머니 등이 적절하게 치고들어와 이야기의 균형을 유지 했었다고. 그러나 이번 속편은 초장부터 주인공 남매의 새 아빠 후보와 그 아들을 들이밀고, 산타 클로스의 부인까지 대동시킨다. 각 인물들의 비중이 모두 큰 것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이야기가 분산되는 느낌이 존재한다는 말.
메인 악역이 되는 '벨스니클'의 과거사와 그 악행 소개하랴, 산타와 그 부인따라 남극 마을 구경하랴, 여기에 주인공 '케이트'가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죽은 아버지와의 감정들까지. 영화가 할 건 많은데 응집력이 확 떨어진다. '잭'이 벌이는 단순한 모험은 유치한 애들 장난쯤으로 정리되고, 제아무리 크리스마스 시즌용 가족 영화라 해도 벨스니클의 갑작스런 회개 역시 이야기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등공신이다. 아니, 애초부터 유치한 가족 영화였던 건 맞지. 그러나 1편이 왜 좋았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그 영화의 커트 러셀은 '아동용'이라는 글자를 그 자체로 존중하면서도 다분히 성인포괄적인 매력을 풍김으로써 영화에 향취를 더했었단 말이다. 그러나 이 속편에서의 커트 러셀은 그 존재감이 너무 떨어져 버렸음. 다시 생각해봐도 주도적으로 뭔가를 한 느낌이 없다.
그렇다고 그 남극 마을의 이미지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거나 새로운 것도 아니다. 지극히 뻔한 것들. 이거 1편 감독이 그대로 만든 건지 궁금해져서 마지막에 검색해보니, 어라. 감독이 무려 크리스 콜럼버스네? <나홀로 집에>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같은 영화들을 통해 크리스마스 가족 영화의 성공 공식을 썼던 바로 그 크리스 콜럼버스네? 근데 이 양반 왜 이렇게 연출이 퇴보했지? 물론 최근작 <픽셀>부터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는 했었는데... 아, 웬일로 넷플릭스에서 꾸준히 챙겨볼만한 프랜차이즈 영화가 나왔네-라고 2년 전쯤에 생각했었는데 그 기대감을 죽사발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아니, 근데 대체 요즘 왜 이러시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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