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 감독이 담아낸 자신의 아빠 이야기. 더 엄밀히 말하면 그 아빠의 죽음에 대햔 이야기.
영화가 계속 전시하는 건 죽음의 이미지다. 감독은 본인의 나이든 아빠를 데려다가 끊임없이 죽여댄다. 무거운 걸 높은 데서 떨어뜨려 머리에 맞히는 방식으로 죽이기도 하고, 계단에서 미끄러져 낙사하는 방식으로 죽이기도 하고, 사고이긴 해도 못 꽂힌 각목으로 그의 목을 냅다 후려쳐 죽이기도 한다. 아, 물론 다큐멘터리라고 실제로 죽인 건 아니다. 영화는 실제 감독의 아빠와 스턴트맨들을 협업 시키는 방식으로 그 이미지들을 주조 해낸다. 근데 딸이랍시고 왜 이렇게 자기 아빠를 못 죽여 안달인 거야?
재밌는 것이, 그토록 끊임없이 '죽음'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생'과 '현재'가 더 따스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영화는 감독의 아버지를 마구 죽이지만 실은 다 거짓이고 그는 그 시점까지 잘 살아있다. 그의 장례식이 열리지만 관객으로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본인 장례식에 입장해 파티의 호스트라도 되는 것처럼 굴며 많은 조문객들과 직접 인사하는 그의 모습이다. 오히려 영화가 그렇게 함으로써, 죽음 그 자체와 죽음 이후 그 상실의 고통을 더 줄여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죽으면 이렇게 되는 거니까, 아직 죽지 않은 지금에 감사하자-라고 영화가 싱긋 웃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의 죽음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인데 이렇게 따뜻하고 아늑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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