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는 PC의 끝을 달린다. 몰락해가는 브로드웨이의 스타들이 레즈비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프롬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게된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춤과 노래로 해당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 또 이겨낸다는 내용.
뮤지컬 영화로써의 문제가 있다. 이건 그냥 개인적인 취향에 기인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인데, 모름지기 뮤지컬 영화라면 마음에 남는 뮤지컬 넘버가 최소 한 두 곡은 있어야 정상 아닌가. 허나 그런 곡이 전무한 느낌이었다. 곡 자체의 파워도 떨어지는데 가사는 매번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둥의 뻔한 소리와 같은 말만을 반복하고 있으니 그 맛이 확 반감된다. 여기에 그 씬들을 담은 방식조차도 진부하고 재미없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뮤지컬 씬의 연출은 그야말로 매너리즘 그 자체이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각 인물들의 뮤지컬 씬들도 굵직굵직한 느낌보다 자잘한 느낌에 더 가까워 마음에 남질 않는다. 정말 그나마 하나 꼽자면 '트렌트'가 쇼핑몰에서 일진들에게 성경 말씀 재해석해주는 그 뮤지컬 씬 하나가 기억에 남음. 근데 그것도 연출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 앤드류 라넬스라는 배우 자체의 매력이었던 것 같고.
이외에도 재미없는 캐릭터들 투성이다. 몰락해가는 왕년의 뮤지컬 스타를 연기하는 메릴 스트립의 캐릭터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고 있음에도 그저 뻔하게만 느껴진다. 니콜 키드먼의 캐릭터는 아예 존재감이 없고, 단연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건 제임스 코든의 '베리'다. 이야기 자체가 그냥 재미없다. 이미 주인공 소녀가 레즈비언으로서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굳이 게이인 베리의 과거 부모 갈등을 끌어들일 필요가 또 있었을까. 배우 자체로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로 연기하는 것 같고, 일단 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제일 꼴뵈기 싫었던 건 특유의 그 선민사상 때문이었다. 캐릭터들이 모두 속물 근성 다분한 인물들이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쨌거나 호감은 안 갔다. 초장부터 자기들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 대중들의 관심을 다시금 불러모을 만한 이슈가 어디 없을까-라는 태도로 레즈비언 소녀 이야기를 캐치하잖나. 여기에 그 소녀가 사는 소도시를 표현하면서도 무식하고, 무지몽매하고, 더럽고, 기분 나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뉘앙스로 일관한다. 그래서 자기네들이 가 그들을 계몽 시켜야한다는 메시지.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이 인물들의 핵심 기조라면 더는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특유의 나이브한 태도가 화룡점정으로 뒷받침한다. 그 무식하고, 무지몽매하고, 더럽고, 기분 나쁜 사람들은 결국 그들에 의해 계몽된다. 단순한 노래 몇 곡으로 성소수자를 혐오하던 사람들은 그 마음을 돌리고, 곳곳에서 무시받던 레즈비언 소녀는 전세계의 응원을 받는다. 하... 요즘 디즈니 영화도 이렇게 안 하겠다. 특히 주인공 소녀가 부른 노래를 전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따라 부를 때는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아 미쳐버리는 줄.
그냥 재미없고 안 와닿는 영화다. 이 정도 캐스팅을 해놓고 이 정도 결과물 밖에 못 냈다는 게 뭔가 어이가 없을 지경. 라이언 머피 드라마 연출자로는 잘 나가더만 영화에서는 왜 이런 거?
덧글
나인테일 2020/12/19 00:00 # 답글
CINEKOON 2020/12/23 1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