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8 13:55

소원, 2013 대여점 (구작)


이야기의 주된 모티프가 된 사건 속 범인이 짧은 복역 끝에 다시 사회로 돌아온 상황. 그 전까지만 해도 소재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볼 엄두가 나지 않던 영화다. 근데 이렇게까지 되니까, 그 사건의 엄중함을 한 번 더 떠올릴겸 해서 왠지 지금쯤엔 봐야할 것 같았다. 마침 넷플릭스에 있더라고.

감독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준익일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긴 했지만, 영화는 사건의 가학적인 측면을 전시할 생각이 단 1도 없다. 만약 실화 소재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 비슷한 내용의 영화였다면, 박찬욱이나 김지운은 이를 훨씬 더 장르적이고 감정적으로 풀었을 것이다. 좀 멀리 가는 것 같긴 하지만 감독이 타란티노였다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복수의 끝을 보여줬겠지. 그러나 <소원>의 감독은 결국 이준익이다. 이 점이 영화의 포인트를 바로세운다.

실화 베이스의 영화라는 점에서 특히 이준익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개봉 당시 기준으로 해당 사건이 벌어진지 5,6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모두 고통받고 있을 그 시점에서는 장르적인 이야기꾼보다 그 안의 인간을 바로 담아내는 연출자가 더 긴급 했을 테니까.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미 이준익이 그런 연출자라는 사실을 잘 안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영화가 택한 건 소프트한 전개다. 사건 그 자체를 담기보다는 그 사건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피해 아동과 그 가족들 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주위 사람들. 이준익은 <라디오 스타>에서 증명했던 방식으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스하게 담아낸다. 실제로도 그 점이 중요했을 거고, 관객으로서도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영화적인 비평으로만 따지자면야, 좀 지루하고 잔잔하기 만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앞서 말했듯 국가적인 공분을 샀던 실제 사건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영화이니, 연출적인 기교보다는 각 인물들을 다루는 태도가 훨씬 더 중요했을 거다. 인간에 대한 예의. 그게 실존 인물이든, 가상의 인물이든 간에.

이야기 자체는 역시 뻔하지만, 그럼에도 훈훈한 대사 작법이 좋다. 김상호가 연기한 인물이 주인공에게 하는 대사가 참 따스했다. 라미란의 캐릭터 같은 경우는 다소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긴 하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드라마적 문법이라고 봤다. 걸작은 못 되어도 자잘한 단점 정도는 어느정도 그냥 넘길 수 있는 영화인 것.

범인 역할의 캐스팅이 신선했다는 점도 좋다. 강성해 배우는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잖나. 만약 그 역할을 익숙한 배우가 했더라면 오히려 몰입을 깼을 것이다. 더불어 배우들의 '얼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던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코코몽 가면 쓰고 있을 때는 진짜 아무 생각 안 들었었는데, 그 안의 설경구 얼굴 클로즈업이 나왔을 때의 파괴력이란.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얼굴과 그 표정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된 계기였다.

따뜻한 영화다. 소재의 무게감 때문에 관람 자체를 두려워하는 예비 관객들도 많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여러번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준익을 안다. 이준익이라면 그런 무게감에 경도되지 않았을 것이란 걸 안다. 그러니까 소재에 대한 부담없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뱀발 - 근데 진짜 이거 코코몽 입장에선 최고의 PPL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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