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력을 잃어가는 주인공 이야기인 건 알았는데, 그래도 제목이 '메탈의 소리'이니 본질적으로는 음악 영화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강렬한 메탈 사운드는 영화의 오프닝에만 존재할 뿐,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모습만을 담는다. 음악 영화라기 보다는 장애인 영화.
사운드 오브 스포!
음악이 생업이자 곧 꿈인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보통의 사람들에 비해 청력을 잃는 데미지가 더 큰 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것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예컨대 비슷하게 청각 장애를 앓았던 베토벤과 비스무리한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었음에도, 결국 영화가 집중하는 건 평소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한 '감각'을 잃어버린 남자의 모습이다. 고요만을 듣는 귀로 음악에 매달리거나 하는 등의 장면은 거의 없다. 미친듯이 드럼을 치며 자신의 분노를 풀어내는 그런 뻔한 장면이 없다는 이야기다. 비 장애인과 장애인 커뮤니티 중간에서 헤매며 혼자 남아버린 한 남자만이 와이드한 쇼트 사이즈와 클로즈업의 반복만으로 표현된다.
주인공 '루빈'은 당연히 혼란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퍽 이성적인 선택을 한다. 현재의 공연 투어를 접고, 조금 매달리긴 했지만 연인과의 짧은 이별을 결정하며, 심리적으로 내키지 않을 텐데도 어쨌거나 장애인 커뮤니티에 들어선다. 그러나 장애를 겪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랬을 것처럼, 루빈 역시 이 장애를 '치료해야할 질병' 정도로 보고 다시 비 장애인이 되는 길을 모색한다. 집처럼 여기던 RV를 팔고, 꿈처럼 여기던 드럼을 팔아 수술 비용을 마련하는 일. 근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활과 꿈을 팔아 다시 소리를 얻어도 어찌할 건가. 이미 생활과 꿈은 날아갔는데.
결말이 그걸 너무 잘 보여준다. 음악에서도 멀어지고, 공동체에서도 멀어지고, 끝내는 사랑에서도 멀어진 루빈. 그렇게 철저히 주변인이 된 루빈을 감싸는 건 비싼 돈으로 결국 얻어낸 미약한 '소리'다. 도시의 소음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루빈이 교회의 종소리를 마지막으로 본인의 청각을 꺼버리는 모습에서 괜시리 마음이 아렸다.
연출 스타일은 평범한 편이지만, 리즈 아메드의 좋은 연기가 인물과 영화를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밖으로 폭발하거나, 속으로 끓어 삼키는 등의 과시적인 연기는 없지만, 시종일관 삭히는 듯 담담한 모습만으로 리즈 아메드는 관객들과 공명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리즈 아메드의 표정 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제목은 '메탈의 소리'인데, 결국 남는 건 '리즈 아메드의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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