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9 21:23

시민 케인, 1941 대여점 (구작)


125년이 넘어가는 영화의 역사에서 거의 성서의 취급을 받는 영화. 그건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 기준에서 보면 <존 카터>와 동일한 상황이다. <존 카터>의 원작이 되는 소설은 '화성의 공주'. 이후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SF 및 모험 소설과 그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작품이다. 그러니까 원조였던 셈인데, 문제는 그 '화성의 공주'를 공식적으로 리메이크한 <존 카터>가 너무 늦은 2012년에 개봉 되었다는 것. 그러다보니 굳이 따지면 이쪽이 원조 임에도, 많은 관객들은 이미 다른 영화들에서 비슷한 묘사를 많이 봤기 때문에 오히려 이 작품을 뻔한 아류작으로 치부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시민 케인>이 딱 그 느낌이었다. 존나 대단한 영화인 건 맞지. 시대를 앞서 나가는 스토리텔링과 세련된 테크닉으로 무장하고 있는 영화니까. 허나 지금 시점에서는 그 <시민 케인>에게 영향을 받은 다른 좋은 영화들이 이미 존재하기에, 이제와서 <시민 케인>을 처음 보는 관객들은 이 작품을 그저 그런 작품들 중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주인공을 죽여놓고 시작한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그 망자의 과거를 뒤쫓으며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것으로 전개된다. 이후 나온 <선셋대로>도 분명 영향을 받았으리라. 하여튼 이미 죽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도 그렇고, 그 고인을 생전에 알았던 지인들의 기억과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며 미스테리가 퍼즐처럼 하나둘씩 맞춰진다는 구조도 힘이 있다. 뭐, 상술했듯 지금 시점에서야 이런 영화들이 좀 있지만 이 당시엔 아니었을 테니까 신선 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굳이 따지면 테크닉에 있어 더 파워풀한 영화였다고 말하련다. 신선한 이야기 전개도 대단하지만 디졸브를 필두삼아 자유자재로 이어붙이는 몽타주 편집이 훌륭하고, 무엇보다 딥 포커스를 통해 전경과 후경을 통합시켜 프레임에 입체감을 더한 연출 및 촬영이 뛰어나다. 맞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각본이고 나발이고 연출과 촬영으로 조지는 영화라 생각한다.

왜냐면 암만 생각해도 이 '케인'이라는 인물에게 흥미가 동하지는 않거든. 앞서 말했듯 이야기의 형식적 구조는 재미있지만, 이 케인이라는 인물이 남긴 유언의 의미가 대체 뭘까-를 고민하게 될 정도로 주인공에게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너무 뻔한 인물이기도 하고, 영화 역사상 최고의 미스테리로 치부되는 '로즈버드'의 정체도 개인적으로 난 그냥 그렇더라고. 로즈버드의 의미에 더 강한 힘을 부여할 생각이었다면, 케인의 삶을 묘사함에 있어 그가 과거 평범한 시절을 그리워했다는 걸 보여줬어야 했는데 실제로 그렇지도 못했고. 그러니까 이 인물과 이야기 자체에 대한 흥미는 개인적으로 없었다는 말이다.

아직 <맹크>를 보진 못했지만, 왜 데이비드 핀처가 <시민 케인>에 관심을 갖는지 알 것도 같다. 데이비드 핀처는 훌륭한 이야기꾼이기 이전에 뛰어난 테크니션이다. 그는 자신의 프레임 속 요소들을 거의 나노 단위로 파악하고 통제하는데에 깊은 관심을 갖는 자다. 근데 내가 본 <시민 케인>이 딱 그렇거든. 엄중하게 통제된 촬영과 편집, 바로 거기에서 빛을 발하는 연출. 물론 <맹크>의 주인공이 오손 웰즈가 아니라 <시민 케인>의 각본가였던 허먼 K 맹키비츠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하여튼 핀처가 <시민 케인>을 좋아한다면 특유의 그 테크닉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핑백

  • DID U MISS ME ? : 맹크 2020-12-21 17:17:44 #

    ... &lt;시민 케인&gt;의 각본가인 '허먼 맹키비츠'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근데 난 &lt;시민 케인&gt;의 야사를 전달하는 영화로써 기대했던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 more

덧글

  • SAGA 2020/12/20 08:51 # 답글

    저때 저런 영화를 만들었어... 라는 생각에서도 관심을 갖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 CINEKOON 2020/12/23 15:16 #

    바로 그거죠. 만들어진 시대 다 떼고 그냥 보면 좀 감흥이 떨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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