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유의 푸른빛을 잃어가는 지구. 그리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 죽어가는 곳에서 죽어가는 사람. 그랬던 사람이, 자신의 젊은 시절 과오와 후회를 거름삼아 뒷세대를 살려내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과연 그는 그의 모든 것을 잃기 전에 우리의 남은 모든 것을 구해낼 수 있을까.
한 행성의 죽음과 인류의 명운까지 건 우주적 이야기라는 점에서 굉장히 큰 규모의 각본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엔 한 남자가 겪은 회한의 역사를 따라가는 미시적인 영화다. 주인공 '어거스틴'은 이미 본인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고,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지구를 구하기 위한 영웅적 여정을 택하는 방식으로 산화하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그나 지구의 최후 모두가 그저 달관의 대상일 뿐.
때문에 그가 구하려는 것은 결국 그의 유일한 혈육이다. 그리고 어거스틴이 그 구원의 길을 떠날 수 있도록 부추긴 것 역시 그의 혈육이라면 혈육이며, 무엇보다 그 스스로가 지닌 과거에 대한 후회다. 과거의 후회가 현재의 그를 채근하고, 그런 그는 결국 인류의 미래를 구해낸다. 그러니까 간단한 삼단논법이다. 미래를 구하는 것은 결국 과거라는 것.
가족. 지구와 인류의 운명에 비하면 한없이 작아보이는 소재지만, 그럼에도 결국 그게 다른 그 어떤 무엇보다도 크고 중요하다는 영화의 논지.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이 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화가 그걸 표현해낸 방식은 결국 또 교차편집이다. 물론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기 위해서는 그 서로 다른 시간대와 장소들을 적절하게 다 비추었어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영화가 그 편집의 리듬을 잘 살렸는가-에 있어서는 의문이 든다. 어거스틴의 과거 시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구에 홀로 남은 그의 모습과 지구 밖 '에테르' 호의 모습을 교차해 표현하는 방식에서의 리듬감은 현저히 늘어진다. 그나마 남극의 모습이 좀 재밌으려고 하면 우주로 넘어가고, 또 그 우주의 모습이 좀 재밌으려고 하면 남극으로 넘어간다.
게다가 휴머니티를 강조하는 남극에서의 이야기는 그거대로 전형적이고, 우주 공간에서의 위험과 그로인한 위기를 표현해내는 우주에서의 이야기 역시 그거대로 또 뻔하다. 막말로 그래서 재미가 반감된다. 에테르 호 내부 선원들의 생활과 행동 양식은 <마션>에서, 소행성들과 충돌해 위기를 겪는 에테르 호의 모습은 <그래비티>에서 이미 다 봤던 것들이다. 그리고 요즘 이런 영화들이 좀 많았나. 최근에 <애드 아스트라>도 있었는데. 앞서 말했듯 그건 남극에서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과 어린 소녀의 조합?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로건>과 <라스트 오브 어스> 등 셀 수 없지 않나. 그런 매체들에서 봐왔던 전형적 전개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별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조지 클루니는 멋진 배우고, 또 꽤 괜찮은 감독이다. 그러나 <미드나이트 스카이>까지 보고 나니, 감독으로서 그의 스타일이 아직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최근작 <서버비콘>도 별로였는데 대체 그는 언제쯤 감독으로서 제대로 개화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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