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4 00:49

귀경출사, 1990 대여점 (구작)


범죄 조직에 의해 죽게된 형사가 스스로의 억울함을 풀고 복수도 하고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하고자 혼령이 되어 이승을 찾는다. 그런데 혼령 상태로 제대로된 거사를 치를 수는 없는 일. 이승에서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야겠다 벼르고 있던 그가 결국 택한 것은 주성치의 얼굴을 한 초짜 경찰이었으니. 

영화가 존나 쿨한 게, 곧 귀신이 될 형사의 전사와 그 죽음 등의 진도를 모두 초반 5분만에 다 빼버린다는 점이다. 이제 막 캐릭터 등장시켜놓곤 도박 드립 한 번으로 그에게 겜블러의 캐릭터성을 부여하질 않나, 그의 파트너가 가짜 돈 태우며 제사 지내는 것으로 사후세계에서도 역시 쩐이 가장 중요하다는 영화의 핵심 세계관 설정까지 해버리지를 않나. 근데 이게 이후 할 이야기가 많아 시간을 벌기 위해서 다 퉁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얼른 주성치 등장시킨 뒤 개그 하나라도 더 쳐야하니까 만든 신박한 정리라는 게 함정.

영화는 주성치의 개그 콘서트다. <귀경출사>가 그의 데뷔작은 아니었지만, 하여튼 당시의 그는 막 떠오르는 떡상 전성기의 사내였다. 때문에 주성치의 초창기 유머 스타일이 이야기 곳곳에 녹아있고, 영화 역시 스토리 전개고 나발이고 그냥 이 주성치 개그 전시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니까 꼭지마다 캐릭터와 구성이 바뀌는 진짜 개그 콘서트처럼, 이 영화도 그냥 한 단락씩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편하다.

그러다보니 씬과 씬끼리, 시퀀스와 시퀀스끼리의 결속이 느슨해진다. 아니, 막말로 귀신 형사와 초짜 경찰이 파트너십 맺는 영화에서 대체 왜 고양이똥 제단 설명을 해야하는 건데? 조직폭력배 악당들의 배후에서 실세 역할을 하고 있는 저 어둠의 주술사는 대체 누구인데? 귀신까지는 그렇다쳐도 고무고무 열매라도 먹은 건지 양팔 쭉쭉 길게 늘어뜨리는 저 양반은 대체 왜 나오고 있는 건데? 

알긴 안다. 이게 주성치 영화의 맛이라는 걸. 어떤 논리적인 기승전결을 기대하면 안 되고, 어디서 뭐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그 당혹감과 스릴감이 이 종류 영화들의 핵심이라는 걸. 그러나 나는 언제나 그랬듯, 최소한의 정리된 이야기적 완결성을 가진 영화들에 더 끌리는 편이다. 그래서 주성치 영화들 중 비교적 핵심 스토리라인이 명확한 <소림축구>나 <쿵푸 허슬>을 좀 더 좋아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영화들에 주성치식 뜬금포 병맛 개그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여튼 이야기의 개연성 따위에 신경을 쓰는 관객들이라면 존나 짜증나는 영화일 수도.

동표가 연기하는 귀신 형사가 생각보다 싸움을 잘해 놀랐다. 생전에 타잔 마냥 밧줄 하나 잡고 악당들을 향해 호쾌한 총성을 선사했던 상남자. 근데 거기서 그러자마자 바로 죽었어. 그것도 영화 시작 5분 만에. 이 정도면 그냥 가게 오픈빨 정도의 인심이라고 봐야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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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대의 인기작. 주성치 팬, 홍콩 영화 팬, 그냥 영화 팬 모두가 받들어 모시는 코믹 액션 블록버스터 오디세이. 근데 난 왜 그 시류에 올라탈 수 없는가. &lt;귀경출사&gt; 리뷰 하면서도 이야기했던 건데, 난 주성치 스타일의 코미디 자체엔 반감은 커녕 큰 호감을 느끼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볼 때 '이야기적 완결성'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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