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4 01:13

서유기 - 월광보합, 1994 대여점 (구작)


전설로 남은 주성치의 손오공 연기를 볼 수 있는 희대의 인기작. 주성치 팬, 홍콩 영화 팬, 그냥 영화 팬 모두가 받들어 모시는 코믹 액션 블록버스터 오디세이. 근데 난 왜 그 시류에 올라탈 수 없는가.

<귀경출사> 리뷰 하면서도 이야기했던 건데, 난 주성치 스타일의 코미디 자체엔 반감은 커녕 큰 호감을 느끼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볼 때 '이야기적 완결성'이라는 대전제를 더 중요시여기는 관객이다. 바로 그 점에서, <서유기 - 월광보합>은 내 스타일이 못된다. 그리고 그건 속편이자 하나의 짝을 이루는 <서유기 - 선리기연>도 마찬가지.

세상에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등장하는 동명의 원작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만약 그렇다쳐도 영화의 페이스가 너무 빠르고 불친절하다는 인상이다. 뭐, 지금까지의 주성치 영화들이 모두 빠른 전개를 자랑했던 건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월광보합>은 시작하자마자 '당삼정'을 사이에 두고 '손오공'과 '관세음보살'이 대치하는 모습으로 영화를 연다. 근데 별다른 설명도 없음. 어릴 때 <날아라! 슈퍼보드> 한 번도 안 봤거나 원작 이야기 관련해서 하나도 모르는 관객이라면 어리버리 탈 만도 하다. 근데 이렇게 말해도 아시아권에서 이 영화의 모태가 되는 이야기에 관해 정말 1도 안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아마... 서양 관객들이라면 좀 달랐을까.

여전히 이야기에 쓸데없는 장면들이 많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다 쓸데는 있는데 그걸 제대로 설명 안하고 넘어감으로써 생기는 불협화음. 진성 주성치 팬들이라면 이 불협화음 자체를 사랑할 거고 그게 또 맞는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거부감만 쌓였다. 여성의 모습을 한 두 요괴가 난데없이 등장해 산적단 무리와 섞여들어가는 장면도 그렇고, '지존보'라는 인간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양반이기에 이 산적단의 나름 두목이 되었는지 따위의 디테일들이 그냥 하나도 없다. 그냥 관객들에게 툭 던져줘놓고 즐기라는 영화. 다시 한 번 말하는데,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걸 진짜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그게 내가 아니라는 거지.

킬킬대며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있긴 하다. '이당가'가 피 철철 흘리며 바늘 찔린 물풍선 꼴로 나올 땐 진짜 이유없이 웃겼음. 그런 거 있잖아, 이성적으로 따지고보면 별로 웃긴 건 아닌데 그냥 특유의 그 '기운'이 웃겨서 존나 멈출 수 없는 거. 거기서 오맹달의 표정이 너무 짠하고 또 짠했다. 더불어 주성치 연기에 대해서는 진짜 깔 게 없음. 이 양반은 병신 같은 짓거리 혼자 다 해내는데 워낙 잘생긴데다 호감상이라 그냥 넘어가게됨.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게 이런 거다. 딱히 미울 이유도 없긴 하지만

사실 이 영화의 제일 큰 문제는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멜로 드라마를 관객들에게 잘 설득시켜내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건 <월광보합>보다 <선리기연>에서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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