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공항이다. 근데 아무래도 빌딩 한채 보다는 공항이 훨씬 더 크잖아? 속편은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결국 1편 최고의 유산은 상황보다 캐릭터였다는 것이 증명된다. 1편의 나카토미 빌딩이 재미있긴 했지만, 2편에서도 그걸 또 그냥 리바이벌 하기엔 아무래도 쪽팔리지 않나. 그래서 무대를 더 넓은 공항으로 옮겼는데, 오히려 바로 그 때문에 '존 맥클레인'이라는 캐릭터의 가치가 더 빛난다. 높고 좁은 공간에 인물들을 싹 몰아넣기만 했다고해서 1편이 성공한 건 아니었단 말이 되는 거지. 더 넓은 공항에서 전개되는데도 맥클레인이 등장하면 그냥 다 재밌어지니까.
'한스 그루버'가 쫙 빼입은 양복으로 상징되는 신사도의 악당이었다면, 2편의 악당인 '스튜어트' 대령은 그야말로 참 군인의 면모. 아, 물론 몸매 관리와 철두철미한 성격에 한해서만. 참 군인이었다면 나라 배반 때리고 런할 생각도 애초에 안 했었겠지. 오프닝부터 호텔방에서 군살없는 몸매로 혼자 폼 잡고 있는 모습 진짜 세더라. 어쨌거나 악당 두목의 난이도로만 보면 1편보다 상향 패치다. 한스 그루버에게 있던 우아함? 그딴 거 스튜어트에겐 1도 없음. 그냥 씨알도 안 먹히겠다 싶으면 수류탄부터 까고 보는 거다. 근데 얼굴이 또 윌리엄 새들러야. 거기서 느껴지는 거지. '아, 존 맥클레인 또 신나게 구르겠구나'
전편에 이어 공간을 잘 살린 액션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공항이라는 특수 공간을 나름 활용한답시고 컨베이어 벨트나 비행기 이착륙장 등을 끌어온 것은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그게 또 막 기억에 남을 정도로 엄청 재미있지는 않음. 대신 상술했듯 맥클레인의 캐릭터성 하나 때문에 그냥 이 모든 게 다 재밌어진다. 여전히 싸움은 존나 잘하고, 닥돌이 안 통할 상황에선 각종 술수도 잘 쓰고, 여기에 위에서 까여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라면 그 말부터 끊고보는 상마초의 기질도 변함없다. 게다가 국가공무원으로서 지닌 직업의식과 인간에 대한 예의도 존나 훌륭함. 사실 1편에서는 아내인 '홀리'를 구해야했기에 그가 구한 다른 인질들에 대해선 별 생각이 안 들었는데, 2편에선 끝내 자신이 구하지 못한 여객기 안 사람들을 떠올리며 슬픔과 분노의 크로스를 보여주는 표정과 대사 때문에 더 호감이 간다.
나름 1편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듯한 뉘앙스도 짙게 풍긴다. 일단 맥클레인 손에 간헐적으로 무전기 쥐어준 것도 그렇고, 상관처럼 군림하는 공항 요원들의 고압적이고 꽉 막힌 태도도 전편의 FBI와 똑같다. 막판에 크리스마스 노래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고. 더불어 1편에서 한스 그루버와 존 맥클레인이 실제로 처음 만났던 장면에 대한 어레인지랄까? '그랜트' 소령에 대한 반전도 나름 재밌는 트릭. 막판에 모든 것이 너무 쉽게 풀리는 듯한 인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불세출의 걸작이 된 1편보다 나은 2편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막 떨어지는 영화는 또 아니다. 적어도 1편이 쌓아놓은 금자탑을 무너뜨리진 않은 작품.
덧글
IOTA옹 2021/01/05 10:50 # 답글
전성기 시절의 로버트 패트릭 아저씨도 반가웠습니다. 참 멋지셨는데.
윌리엄 새틀러라는 배우에 대한 기억은 이영화로 머리에 박힌뒤 쇼생크 탈출에서 약간은 코믹한 헤이우드를 거쳐 아연맨3의 엄청 힘든 임기를 보내셨을 미국 대통령으로 마무리 되었네요.
지금이야 하도 말이 안된다고 사람들입으로 전해진 엔딩 비행기 폭발신이지만 주인공이 계속 당하다 마지막에 모아서 한번에 하늘로 보내버리는 쾌감이 있었지요. 활주로 안내 전등 역활도 겸사겸사 해결해 모든 문제를 한방에 해결!
CINEKOON 2021/01/08 10: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