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5 17:03

다이하드 4.0, 2007 대여점 (구작)


12년만에 해동된 그의 불운 유전자. 더불어 함께 깨어난 기계치로서의 숙명. 그리고 드디어 발현된 탈모 유전자

'고층 빌딩 -> 공항 -> 뉴욕' 순서로 점점 확장된 시리즈의 공간적 배경. 이번 4편에서는 더 커졌다. 미국 동부 전체를 배경삼고 있거니와 이번 테러 집단의 목표는 국가 전복 그 자체처럼 보이기 때문. 그래서 다른 그 어느 때보다도 맥클레인이 운전하는 장면이 많고 악당들 역시 F-35 전투기를 대동하는 등 그 위기의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3편의 버디 무비적 속성이 꽤 쏠쏠했다 생각했는지, 이번 4편 역시 노골적인 버디 무비로써 기획되어 있다. 다만 특기할 만한 점은, '존 맥클레인'과 '매튜 페럴'이 여러 의미에서 서로 정반대의 인물들이라는 것. 3편의 '제우스'는 인종만 달랐지, 존 맥클레인과 여러모로 비슷한 인물이었잖아. 나이대도 비슷했고, 은근히 죽고 못사는 성격도 닮아있었지. 그러나 매튜 패럴은 존 맥클레인과 전혀 다른 인간이다. 일단 둘은 세대 차이가 나고, 천재 해커와 기계치라는 점에서도 대립된다. 디지털 / 아날로그의 조합으로써 이게 꽤 재미있다. 맥클레인의 음악 취향이 구리다고 매튜가 깐다거나, '프레디'와 함께 하는 대화에서 <스타워즈> 드립을 치는 존 맥클레인의 모습 등이 좋음. 그러니까 이 정반대의 조합으로 뽑아내는 유머가 꽤 있는 편이다.

디지털 세상의 디지털 악당들에 맞서는 아날로그 형사, 존 맥클레인을 지원하는 데에도 매튜는 제격인 캐릭터다. 비디오 게임 하다보면 그런 퀘스트들 나오지 않나. 존나 허약한 NPC 새끼가 뭐 만들거나 작업하고 있는 동안에 내가 그놈을 지켜야하는 퀘스트. 그 모양새를 딱 이 둘이서 보여준다. 3편 제우스와의 조합 못지 않고 이 쪽도 괜찮은 쿵짝이다. 아니, 가만 생각해보니 존 맥클레인 은근히 핵인싸네. '파웰'에 '제우스'에 '매튜'에... 5편의 파트너는 친아들이었으니 빼고 봐도 어쨌거나 만만찮은 사교성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메인 악당인 '토마스 가브리엘'. 힘과 피통으로만 보면 역대 시리즈 중 최약체의 악당인데, 그 능력과 스케일 면에서는 탑을 달린다. 비록 전자의 단점 때문에 허무한 퇴장을 당하기는 하지만 이제 이런 악당이 시리즈 내에서 딱 데뷔할만한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악당 두목 허무하게 처리하는 건 이 시리즈 전통이기도 하고. 하여튼 '해킹'이라는 행위를 다소 과하게 묘사한 듯 하지만 여러 타이밍에 적재적소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연출을 잘했다 싶다. 터널의 차선 양방향으로 열어버리고 F-35 전투기 조종사에게 사기 치는 모습 개 쩔었다. 근데 우리의 맥클레인이 또 마냥 당하지만은 않지. 맥클레인은 언제나 위트과 비아냥으로 상대를 털어버리는 전략가였다. 소화기 활용해 적 처치하는 도입부의 장면이나 자동차로 꼬라박는 무대포 정신 등이 여전해 그 매력에 있어선 악당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소화전으로 헬리콥터 때리는 장면도 신선했음.

'홀리'와는 결국 이혼했다는 게 밝혀지는데, 이에 대한 코멘트를 짧게나마 매튜에게 직접하는 장면이 있어 좋았다. 그 목적성이 너무 빤히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고 갑자기 진지한 대화 위주로 진행되니까 좀 지루해지는 것도 사실인데, 그럼에도 맥클레인이 본인 입으로 직접 신세 한탄하는 모습이 너무 짠하고 좋았다. 4편쯤 됐으면 이제 한 번 할 때도 됐지... 그동안 그런 개고생들을 했는데 궁시렁 거리는 거 한 번쯤은 해도 괜찮잖아...

결론적으로는 무척이나 재밌게 본 영화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좀 미묘한 게, 촬영과 편집 면에서 기존 시리즈의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는 것. 그래서 무전기 사용해 악당과 소통하는 부분이나 죽도록 구르는 묘사 등은 <다이 하드>스러운데, 또 마냥 <다이 하드> 시리즈라고 하기엔 너무 2000년대 당시 유행했던 일반적인 액션 영화들 룩이라... 시리즈의 전통주의 팬들이라면 좀 애매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뱀발 - 본인을 '존슨'이라고 소개하는 FBI 요원에게 혀를 끌끌 차는 존 맥클레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편에서 터져 죽은 FBI 요원들도 이름이 다 존슨이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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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21/01/05 20:13 # 답글

    크 3까진 봤는데 4부터 못봤네요. 볼기회가 좀 있었는데 이래저래...
  • CINEKOON 2021/01/08 10:50 #

    4편까지도 추천드립니다. 다만 5편은...
  • SAGA 2021/01/06 00:26 # 답글

    다이하드 4편이 나온다는 소식에 이번엔 얼마나 굴릴려고... 나이를 생각하세요, 맥클레인 옹... 이었더랬죠.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뽑혀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안 어울리는 버디인 맥클레인과 매튜 조합도 굉장히 신선했구요.

    근데 5편이...
  • CINEKOON 2021/01/08 10:52 #

    근데 4편과 5편 제작 시기 사이의 갭이 5년 정도로 3편과 4편 사이에 비하면 짧은 편인데, 이상하게도 4편에서의 맥클레인과 5편의 맥클레인은 체력 차이가 심해보이더라고요. 브루스 윌리스가 그 사이에 더 뻣뻣해진 것 같고... 물론 그걸 카메라에 잘 담고 못 담고는 감독의 탓도 크겠지만요...
  • IOTA옹 2021/01/06 09:47 # 답글

    딸이 너무 바람직하게 자랐지요. 아들은 아니지만....
  • CINEKOON 2021/01/08 10:52 #

    근데 또 아들 입장에서 보면 아빠한테 빡칠 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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