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8 10:20

다이 하드 - 굿 데이 투 다이, 2013 대여점 (구작)


화력과 물량의 공세로만 따지자면야 기존 에게 결코 꿇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왜 이 5편은 시리즈에 종말을 고한 망작이 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영화가 선사하는 불편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보다보면 거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님.

일단 이건 진짜 개인적인 건데, 갑툭튀 설정의 문제가 있다. '존 맥클레인'과 '홀리 제나로' 사이에 딸 아들이 하나씩 있다는 건 1편만 봐도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제작진들이 4편과 5편에서 이 설정을 활용하려 했던 것 자체는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니까 시간이 흘러 장성한 딸과 아들이 나와 맥클레인 걸고 넘어지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다만 내게 진짜 갑작스러운 것으로 느껴졌던 것은, 그 아들이 CIA 요원이었다는 데에 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릴 때부터 경찰이었던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 영향으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넓게보면 CIA 요원 역시도 수많은 직업들 중 하나일 뿐일 것이기에. 그러나 그 수많은 직업들 중에서도 좀 유별난 직업이란 것 역시 사실이잖아. 그러니까 내게 있어서 이 설정은, 그냥 주인공과 그 아들을 콤비로 짝지어준 뒤 각자 손에 총 한 자루씩 들게 하기 위한 설정 of 설정으로써만 느껴져서 좀 거북했던 것.

'빌딩 -> 공항 -> 뉴욕 -> 미 동부' 순서로 점차 넓어졌던 시리즈의 공간적 배경. 5편은 그걸 일거에 풀어버린다.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했던 시리즈의 전통 아닌 전통을 배반했기에 나쁜 작품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미 그 전통은 3편에서부터 갈렸지. 다만 이번엔 그 배경이 러시아라는 타국이기에 좀 거북하다. 목적이 암만 이상적이었다해도, 미국 그 자체를 상징하는 첫편 '람보'와 <코만도>의 '존 매트릭스'가 중동이나 남미 같은 다른 나라에 가서 깽판치는 거 지금이나 그 때나 다 거북했잖아. 옛날 영화 아니여도 그건 마찬가지다. <지.아이.조> 1편 같은 경우 역시, 세계 평화를 위한답시고 프랑스 파리 시내를 싸그리 다 뒤집어놓는 우리 주인공들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지 아니할 수 없었다. 허나 맥클레인은 아니었다고. 적어도 4편까진. 악당들의 출신 성분이 대부분 유럽 해외파로 묘사되어 있는지라 그 부분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그래도 미국 경찰이 자국 수호하는 내용이 주 아니었나. 그런데 5편은 배경을 러시아로 옮김으로써 그 그나마 없던 거부감을 새롭게 마구 만들어낸다. 아니, 기존 시리즈들을 보면 모를 수가 없는 게 바로 맥클레인의 인간애다. 그는 나카토미 빌딩 안의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인물이었고, 민간인들을 실은 여객기가 폭발하자 구하지 못했음에 죄책감을 보였다. 폭탄으로부터 뉴욕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양반이 이 양반이라고. 그러나 5편에서의 맥클레인은 그 인간애와 양심을 어따 팔아 먹었는지, 아니면 아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때문에 눈이 멀은 건지 이역만리 남의 나라 땅에 가서 진짜 별 지랄을 다 한다. PPL로 받아먹은 벤츠 차량을 타고 러시아 도로를 다 부숴버리는데, 내가 봤을 땐 그가 민간인들에게 입힌 의료적/경제적 피해가 너무 막심한 것 같다. 덕분에 규모의 스펙터클 자체는 대단한 카체이스가 나왔지만, 내 스스로가 프로 불편러까진 아니라고 생각함에도 보는내내 그냥 불편하더라. 주인공이 이리 깽판 쳐놔도 되는 건가 싶어서. CIA 요원인 아들이 깽판치는 것도 거북한데 일개 뉴욕 형사일 뿐인 주인공이 러시아까지 가서 이 개판을 친다?

사실 한정된 공간적 배경이라는 요소보다도 시리즈의 전통에 좀 더 가까운 것은 결국 카리스마 있는 악당의 존재와 더불어 그로부터 파생되는 맥클레인과의 주 갈등이지 않았나 싶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대단하거나, 아니면 그가 가진 능력이 출중하거나. 그도 아니면 둘 다이거나. 이 시리즈의 악당들은 매번 그래왔다. 바로 그 점에서도 5편은 실패한다. 일단 페이크 보스로 설정된 러시아의 국방장관 '샤가린'은 오프닝 씬 속 후까시가 전부다. 그 외엔 물리적 분량이 거의 0에 수렴함. 이후 나오는 장면들이 다 어디서 전화받는 것들 뿐이니 이 인간이 무섭거나 메인 악당으로서 의심될리가. 여기에 추후 핵심 악당으로 밝혀지는 '유리 코모로프'는 카리스마도 없는데다 무엇보다 그 반전 아닌 반전이 밝혀지는 타이밍 자체가 너무 늦어서 배우 입장에서도 뭔갈 보여줄 새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그 밑에 있는 딸 '이리나 코모로프'가 또 재밌는 인물도 아니고... 하여튼 악당 라인이 다 몰락이다보니 맥클레인과 폰팅하는 장면도 전무. 다른 건 몰라도 악당 상대로 이빨 터는 맥클레인 묘사는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맥클레인 vs 악당 구도가 전혀 없잖아.

액션도 형편없다. 원래의 맥클레인이라면 훨씬 더 머리를 많이 쓰며 기지를 발휘하는 쪽으로 액션이 표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맥클레인은 그냥 닥돌에 마구잡이 사격으로 응수하는, 나이 들어서 스타일이 바뀐 건지 아니면 다른 평행세계의 맥클레인인 건지 하여간에 그렇다. 그냥 엄폐물 뒤에 숨어있다가 일어나서 사격하는 것으로 아예 루틴이 짜여져 있는 느낌. 그나마 머리 쓴 거라고 한 묘사가 천장 유리 박살내서 악당들에게 쏟는 건데 이건 뭐... 그리고 버디 무비로써 빛을 발했던 지난 3편이나 4편 속 맥클레인의 파트너들은 항상 싸움에서 멀리 떨어져있던 인물들이었다. '제우스'는 그냥 가전제품 팔거나 고치는 민간인이었고, '매튜'는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던 인물이긴 했지만 전투에는 젬병인 해커였지. 그래서 그 조합이 더 재밌었던 것도 있다. 5편의 파트너는 맥클레인의 친아들인 '잭 맥클레인'인데, 젊어서 체력도 더 좋은데다 이미 CIA 요원인지라 일선 전투원으로서의 면모를 뽐낸다. 근데 그게 재미가 없었다. 맥클레인 혼자 개고생하는 거 보는 게 이 시리즈의 핵심인데 맥클레인X2 상태로 그나마 있던 것마저 나눠먹기 하고 앉았으니...

악당들의 주 목표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흥미 역시 안 생긴다. 여기에 갑자기 등장한 체르노빌 묘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인공 둘이 방호복 안 입고 체르노빌로 들어가는 것도 얼탱이 터지는데, 그나마 방호복은 챙겨 입었던 악당들이 방사능 중화제랍시고 여기저기 뿌린 다음에 방호복 벗는 게 절정으로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입고 작업하면 안 되냐? 왜? 배우들 얼굴 보여줘야해서? 방사능 중화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진짜 <프로메테우스>에서 거침없이 우주복 헬멧 벗어제끼던 그 빡대가리 과학자들이랑 투탑을 달리는 멍청한 + 무모함인 것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주 최악인 영화까지는 아니다. 존나 거지 같은 영화인 것은 맞지만 세상엔 최소한의 영화적 양심도 없는 영화들이 이미 널릴대로 널렸다. 그런 영화들에 비하면 최소한 볼거리 그 자체는 어느정도 보장해주니까 차라리 낫지. 그러나 <다이 하드> 시리즈는 그냥 괜찮은 영화들이 아니었다. 근데 그 후광을 등에 업고 나타난 시리즈의 막내가 이따구니 더 빡치는 것이다. 빛나던 프랜차이즈에 종말을 고한 태작. 언제 어디선가 주워듣기로는 감독인 존 무어가 기존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라 당시 폭스사에게 꼭 연출 맡고 싶다고 구애 했다던데, 이 정도면 이거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던 거 맞는 거야? 진짜 존 무어 암살 작전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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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IOTA옹 2021/01/08 12:47 # 답글

    유일하게 극장에서 본 다이하드가 이것 이라는게 너무 슬퍼요.
  • CINEKOON 2021/01/31 16:20 #

    그래도 전 4편부턴 극장에서 본 듯 합니다...
  • 정호찬 2021/01/08 14:23 # 답글

    아니 예고편에서는 자크 좌악하드만 응? 본편에선 당최 응? 뭐하자는 거여 응?
  • CINEKOON 2021/01/31 16:20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rumic71 2021/01/08 14:31 # 답글

    이혼하고 될대로 되라가 된 맥클레인...
  • 지화타네조 2021/01/13 18:51 # 답글

    열렬한 팬이라 장례식에서 관뚜껑을 자기 손으로 닫고싶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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