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8 10:49

차인표 극장전 (신작)


전국민이 다 아는 배우를 데려다가 만든 메타 무비. 여기에 누구보다 열심이지만 짠한 상황에 빠져 허우적대는 주인공. 이거 내가 안 좋아할 수 없겠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영화의 지향점은 명확히 보인다. <라디오 스타>나 <더 레슬러>가 그랬던 것처럼 주연배우가 영화 밖 세계에서 실제로 갖고 있는 이미지와 상황을 그대로 끌어다가, <레고 무비>나 <갤럭시 퀘스트>의 자기 비하 & 자기 희화의 감성으로 묶은 뒤, <남자사용설명서>나 <데드풀>과 같이 병맛 유머 덧칠하겠다는 거지. 그 무엇 하나 내가 싫어하는 요소들이 없다. 그런데도 <차인표>는 매우 기이 하면서도 이상한, 결정적 실수를 저지른다. 그건 바로, 그 모든 요소들의 핵심이 되었어야 할 주인공 캐릭터를 뒷전으로 여기고 있는 영화의 태도.

한물 간 배우 취급 받는 '차인표'를 다룬다기에 영화나 광고, 드라마 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그가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터널> 리바이벌. 무너진 건물 아래 깔린 차인표의 외로운 모습만으로 영화가 그를 표현하는 데에 일관한다. 분명 더 재밌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 그 아래 갇힌 그의 모습과, 찬란했던 그의 과거 모습들을 교차편집해가며 진행한다든지, 그도 아니면 그냥 그 건물 밑에 깔린 에피소드를 진짜 에피소드로만 잠깐 다루고 넘어간다든지. 그치만 영화는 그걸로 뽕을 빼려한다. 아니, 주인공이 차인표인데 정작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니까? 그냥 그 아래 갇혀서 누워있는 게 전부다. 그리고 그게 재밌지도 않다.

어차피 한물 간 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인데 차라리 <버드맨>처럼 가면 어땠을까 싶다. 그냥 일반적인 서사를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반추해보고 또 반성을 통해 이겨나가는 그런 묘사. 근데 병맛으로 한답시고 차인표를 건물 바닥에 깔아버렸다. 주인공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있더라도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화면에 더 많은 모습을, 더 주도적인 형태로 많이 비춰지게 되는 것은 조달환의 매니저 캐릭터와 그 무너진 건물의 관리인인 송재룡의 캐릭터다. 차인표가 차인표 연기하는 걸 보러왔는데 정작 조달환과 송재룡의 얼굴을 더 많이 봐야하는 양두구육의 슬픔. 여기에 그 둘이 만드는 상황이나 유머가 재밌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억지스러운 게 많고,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어 시간으로 때우고 있단 인상이 더 강하다.

제목으로 본인 이름을 내건 영화에서조차 등한시 되는 슬픔. 내가 연출한 것도 아니고 제작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실제 차인표에게 미안해졌다. 배우가 본인의 실제 이미지를 영화에 쓰라고 이렇게 가져 갔으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최선이 아니라 최고의 결과물을 내야한다. 그래야 모두가 웃으면서 즐겁게 볼 수 있지. 근데 한물 간 배우 역할로 한물 간 배우를 캐스팅했는데 결과물이 그저 그렇거나 별로다? 그럼 그건 그냥 아픈 사람 상처 공개적으로 후빈 것 밖에 안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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