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9 17:05

맥클레인의 마성에 걸려든 남자들 객관성 담보 불가


주기적으로 불운한 남자, 존 맥클레인. 존 람보나 존 매트릭스처럼 한 세대를 풍미했던 어나더 존씨들과 맥클레인이 다른 점은 자의/타의의 차이에 있다. 물론 존 람보도 첫편에선 그러고 싶지 않았겠지. 그러나 시리즈가 계속 되면서, 어쨌거나 그는 전쟁과 전장을 스스로 선택했다. 뭐, 딸 구하러 간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존 매트릭스도 그러함. 그에 비해 우리의 맥클레인 옹께서는 전혀 그럴 의도가 1도 없었음에도 항상 테러리스트들에게 엮여든다. 이 정도면 그냥 테러에 맥클레인이 꼬이는 게 아니라 맥클레인에 테러범들이 꼬이는 거 아님?

어쨌거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고생의 늪에 빠지는 건 그 뿐만이 아니다. 항상 주위 누군가와 함께 빠진다는 것이 포인트. 오늘은 맥클레인의 역대 파트너들이라고 쓰고 피해자들이라 읽는다을 알아보자.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포웰. 근무 후 아내랑 함께 먹을 밤참 사서 가다 무전 받고 나카토미 빌딩으로 순찰 나가게 되며 맥클레인과의 인연을 1 적립한다. 맥클레인이 무뚝뚝하면서도 순한, 한국으로치면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느낌이라면 포웰은 맘씨 따뜻한 강원도나 전라도 스타일뭔소리야. 맥클레인과 얼굴 맞대고 함께 하진 못하지만, 무전기 뒷편에서 언제나 그를 응원하고 대변했던 인물.

1편이 연출을 진짜 잘했던 게, 주인공인 맥클레인이나 홀리 제나로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분량이 그리 많지않은 포웰에게조차 작은 사연을 하나 만들어줬다는 데에 있다. 과거 현장 근무 중 어린 소년이 총기를 꺼내는 것으로 오인해 선발 사격함에 따라 그를 죽였고, 그로인해 사무직으로 옮기며 죄책감 때문에 총을 잘 만지지 못한다는 트라우마 설정. 그리고 이 개인의 서사를 조금 거칠지만 깔끔하게 봉합해준 영화의 결말 한 방까지. 그러니까 이 포웰의 삶에서는 포웰이 주인공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를 잘 묘사해냈다고 본다. 하여튼 서로를 위해주는 콤비 플레이가 좋았는지, 이후 포웰은 2편에서도 잠깐 얼굴을 비추게 된다.



1편의 아가일은 뺄 거임. 나름 임팩트가 세긴 하지만 맥클레인과 본격적으로 쿵짝을 맞춘 건 별로 없어서.



2편에는 레슬리 반즈가 있다. 사실 콤비 플레이라고 보기는 좀 뭣하다. 다른 편들에 비해 2편은 버디 무비로써의 정체성이 가장 옅은 편인지라, 파트너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맥클레인과 잠깐 같이 다닌 조연 1 정도의 포지션. 인상을 봐도 알겠지만 착한 사람이긴 하다. 그러나 어쨌든 공항 소속이었다보니 처음에는 맥클레인과 대립각 아닌 대립각을 세운다. 그치만...


T-1000한테 죽을 뻔한 거 맥클레인이 살려준 이후로는 거의 맥클레인 편이 됨. 실제로 나중엔 상관들 몰래 맥클레인을 도와주기도 하고... 일단은 엔지니어에 가까운 포지션이라 기계치인 맥클레인과 조합이 꽤 괜찮았다. 전투 능력이나 체력은 거의 0에 수렴하는 캐릭터라 4편에 나오는 매튜와 비슷한 편.



카마인 로렌조. 대니 드 비토를 닮은 이 양반은 사실 맥클레인의 파트너는 커녕 조력자라고 보기에도 문제가 있다. 도와주는 거 진짜 1도 없고, 오히려 사사건건 훼방만 놓는 인간이라... 그래도-


맥클레인에게 고귀한 크리스마스 정신을 설파 하셨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다음은 3편의 제우스. 사실상 최고의 콤비 후보 1순위에 가까운 인물이다. 일단 담당 배우인 사무엘 L 잭슨과 브루스 윌리스의 조합이 썩 괜찮기도 하고, 기계치인데다 퀴즈엔 젬병인 맥클레인과 정반대되는 인물로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면 줬지 깽판 놓은 적 한 번도 없음. 여기에 타고난 인간애도 있어서, 자기 동네인 할렘에서 흑인 혐오 피켓 들고 서 있었던 존 맥클레인을 구해주기도 했다. 일면식도 없는데!


아, 왜 보면 볼수록 둘이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생각해보니 <언브레이커블>에도 같이 나왔었네. 거기서는 브로맨스 전혀 없었는데...

그나저나 3편까지 보면 흑인 파트너들이 많았네. 뭔 의도가 있는 건가?



12년 간 쉰 맥클레인은 4편에 이르러 젊은 파트너로 갈아타게 된다. 역대 최연소 맥클레인 파트너, 매튜 패럴. 싸움 1도 못하는 현피 불가 키보드 워리어. 근데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기계치에 컴퓨터 맹인 맥클레인과는 꽤 좋은 조합이 된다. 그러다보니 포지션이 2편의 레슬리 반스와 유사함. 포웰과 제우스는 말그대로 백업 캐릭터였지, 뒤나 옆에서 맥클레인을 지원하는. 그러나 레슬리 반스나 매튜는 맥클레인에게 문제를 파악해주고 또 그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지침이 되는 인물들이다. 한마디로 싸울 때 도움은 전혀 안 되는데, 그렇다고 안 데리고 다니면 또 안 됨. 


둘이 같이 있을 때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쉴새없이 떠들고 배고프다며 치즈 버거와 케찹 찾아대는 젊은이와 무뚝뚝 하면서도 이죽거리는 늙은이의 조합. 근데 매튜가 진짜 끝까지 들이댔다면, 맥클레인은 그를 사위 삼았을까?



이번엔 친아들이다. 불운 유전자 X 불운 유전자 = 불운이 두 배! 잭 맥클레인이자 존 맥클레인 주니어.


현직 CIA 요원 신분이다보니 지금까지의 파트너들 중 전투력 만큼은 역대 최강. 둘이 같이 다닌다면 별로 걱정 안 될 조합이다.


물론 평소 아비 역할 잘 못하던 존 때문에 영화 속 둘의 첫 만남은 다소 땐땐했으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부전자전이라고, 둘이 합심해서 한 조직을 궤멸 시키기에 이른다...

다만 아빠를 무조건적으로 미워한다기 보다는 표현 못했던 서운함이 더 많았던 캐릭터라 둘이 생각보다 자주 투닥 거리지는 않는다. 영화의 재미를 떠나서는 가끔 좀 안쓰러워보이기도 했음.




이건 그냥 망상인데, 역대 파트너들 다 모아다가 존 맥클레인 피해자 연합 정모 같은 거 해도 참 재밌겠다.

덧글

  • 포스21 2021/01/09 19:45 # 답글

    크크큭
  • rumic71 2021/01/09 21:52 # 답글

    빌런 모임도...(다 죽어서 안되나)
  • CINEKOON 2021/01/31 16:19 #

    생각해보니 다른 편 악당들과 비교하면 4편의 토마스 가브리엘은 나름 깔끔하게 죽은 편이군요. 그루버 형제는 각각 고층빌딩 추락사 & 폭사, 2편 대령 역시 폭사, 5편 악당은 그냥 프로펠러에 갈려버렸고... 토마스 가브리엘은 비교적 안락사 당했네요
  • 정호찬 2021/01/10 14:39 # 답글

    사이먼: 한스 이 새키야 니가 짬처리 못해 나까지 망했잖아
  • CINEKOON 2021/01/31 16:20 #

    애초에 사이먼도 존 맥클레인을 안 건드렸으면 될 일...
  • SAGA 2021/01/10 22:16 # 답글

    죄 많은 남자 맥클레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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