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5 12:45

디스 민즈 워, 2012 대여점 (구작)


현재의 맥지에게 가진 건 실망감 뿐인데도, 이상하게 이 영화는 괜찮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그건 배우들 덕분이겠지. 배우들에게 '이미지 변신'이라는 다섯글자가 얼마나 큰 무기인지 내게 다시 일깨워줬던 영화. 물론 크리스 파인 이 양반은 애초 데뷔가 <프린세스 다이어리 2>였으니 이 영화에서 대단히 획기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건 리즈 위더스푼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고로... 내 취향 타겟은 오로지 톰 하디에게만 맞춰져있었다는 말... 

권총 들고 굴러다니는 스파이 역할 그 자체는 톰 하디에게도 그리 색다른 배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간에, 이 영화는 액션이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잖나. 나는 톰 하디가 이렇게 가벼운 분위기의 영화에 나온 거 별로 본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그 특이함이 좋았던 것 같다. 마치 마이클 섀넌이 코미디 영화 찍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지...

영화의 구도는 지극히 전형적이다. 한 여자를 두고 다투는 두 남자의 구도. 그러나 영화는 이 전형성을 재미나게 변주해냈다. 그 두 남자에게 CIA 스파이 스킨을 씌워버린 것. 그렇다고 진짜 둘이 죽이려드는 것까진 아니고, 배우들도 가볍고 통통 튀는 방식으로 연기해내고 있어서 그냥 귀여움. 근데 그게 크리스 파인이랑 톰 하디인 것이지. 막말로 여자 배우 보는 맛보다 남자 배우 둘 보는 맛이 훨씬 더 큰 영화. 

어쨌거나 '액션 < 로맨틱 코미디'라는 대전제는 알겠는데, 그래도 수퍼 스파이를 둘씩이나 주인공 삼아놓은 것 치고는 액션이 많이 빈약하긴 하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메인 악역으로 틸 슈바이거씩이나 캐스팅 해놓고도 잘 못 써먹음. 특유의 구겨진 듯한 인상만 남은 느낌이다. 

결국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주인공이 둘 중 어떤 남자를 선택할 것인가- 일텐데, 이 결말이 다소 뻔하고 안전 지향적 전개라 김이 샌다. 할리우드 특유의 그런 거 있잖아, 가족으로 돌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뜬금 없지만 <2012>도 그랬지. 이혼한 남자 주인공이 전처의 현 남편이 사망하자 바로 그 자리 다시 꿰차고 들어가는 거. <디스 민즈 워> 역시 마찬가지라 좀 민망하다. 주인공은 솔로인 크리스 파인 캐릭터와 연결되고, 실연 아닌 실연을 당한 톰 하디의 캐릭터는 결국 헤어져있던 가족에게로 되돌아가는 결말. 겁나 안전한 선택인 건 맞는데 오히려 그래서 너무 실망스럽고, 근데 이 정도 사이즈의 대중 상업 영화가 안전 지향적인 태도 보이는 게 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고... 여러모로 복합적인 감정이 들게 만드는 결말.

근데 리즈 위더스푼 좋은 배우인 건 맞는데 크리스 파인이랑 톰 하디 두 남자를 후릴 위치에 적합한 이미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청아도 겁나 예뻤었지만, <늑대의 유혹>에서 무려 강동원과 조한선의 픽을 동시에 받을 만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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