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5 22:09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2002 대여점 (구작)


크리스 콜럼버스가 이어간 시리즈 내 마지막 영화. 그래서 동화 지향적인 가족 영화로써의 기조를 품고 있는 시리즈내 마지막 영화.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호그와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사건들이니 만큼 어두운 부분들도 있기는 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어두운 부분들이 훨씬 더 좋게 느껴지더라고.

이후 나올 속편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밝은 편인 게 맞는데, 그와중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유독 어두운 순간들이 이상하게 좋다. 물론 '해리'랑 '론'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 타고 호그와트행 급행 열차랑 달리기 하는 장면 같은 것도 좋지. 근데 난 그 이후 그 자동차가 해리랑 론 냅다 뱉어버린 다음에 금지된 숲으로 홀연히 들어가는 그런 순간들이 더 좋더라고. 그러니까 분명 이야기의 톤 앤 매너는 밝은데, 인물들이 바라보는 쪽에 도사린 어둠들이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직후 나올 3편부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두워질테니 안전벨트 매고 준비나 잘 하라는 의미였을지도 모르겠다.

1편에 비해 메인 사건이 좀 더 스릴러적 면모를 띈다. 그래서 그 어두운 부분들이 더 잘 어울리고 좋았는지도. 이번 영화에서는 연쇄 살인 아닌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벽 너머에서는 살인귀의 피에 굶주린 목소리가 들려오며, 이에 주인공 3인방은 감쪽 같은 변장을 통해 적진 한 가운데로 돌격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왠 집요정은 해리 못 죽여서 안달임. 이거 판타지 장르만 싹 다 걷어내고 보면 그냥 호러 영화 아니냐고.

스필버그의 옛 영화들이 그랬고 그 바톤을 그대로 이어받은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가 그러고 있듯이, 이번 영화 역시 온전히 아이들끼리만 뭉쳐 해결되는 사건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재미도 크다. 1편에서 금지된 숲 들어갈 때는 어쨌거나 '해그리드'랑도 같이 갔잖아. '팽'이랑도 함께 했고. 바로 도망가던데? 그러나 이번 2편에서는 진짜 애들끼리만 감. 가서 거대 괴수 군단이랑도 한 판 뜨고, 후반부 들어서는 3인방 중 한 명이 리타이어 하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뭐랄까... 정말 진지한 위협을 어린 주인공들에게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어린 관객들에게는 꽤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은 거다. 어른 없는 우리들끼리의 모험! 그럼 주인공에게 바로 동기화가 되잖아. 20여년 전에는 나도 그 중 하나였고.

사실 굳이 태클 걸자면 클라이막스가 좀 허무한 느낌이라는 거다. 떡밥 거하게 던져 놓았던 것에 비해 '바실리스크'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고, '톰 리들'이 허공에 지팡이 휘적대며 손글씨 쑈 보여주고 있어도 그게 막 무섭게 느껴지진 않더라고. 클라이막스 바로 직전까지 꽤 효율적인 구성으로 이야기에 스릴감을 더하던 차였는데, 정작 막판에 이래버리니까 좀 김새는. 그래도 거기까지 가는 데에 나름 알차게 잔재미를 꾸렸다는 점에서 용서가 좀 되긴 함. 케네스 브레너가 연기하는 '질데로이 록허트'가 존나 때려주고 싶게 귀엽고, 배우의 카리스마에 비해 좀 얼 빠진 구석이 있는 제이슨 아이삭스의 '루시우스 말포이'가 재미있다. 아, '도비'는 개인적으로 별로. 나올 때마다 한 대 치고 싶더라. 물론 7편에서 다 용서된다

매 1년 간격으로 개봉될 것 같던 시리즈는 이번 2편을 끝내고 짧은 공백기를 가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공백기를 장독대에 김치 넣어놓듯 특유의 어두운 기조를 숙성시키는 시간으로 쓴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그 2년동안 애들은 참 빨리, 많이도 컸다. 원래 사춘기는 어둡고, 질풍처럼 흔들리는 것이니까 어쩌면 성장 드라마로써 제 자리를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핑백

  • DID U MISS ME ? :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2004 2021-01-16 11:46:35 #

    ... 이전 작들에 비해 핵심 미스테리가 더 복잡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보니 그 복선들의 파괴력이나 그로인한 흥미가 더 커졌다. &lt;마법사의 돌&gt;과 &lt;비밀의 방&gt;은 '범인이 누굴까?'의 미스테리였잖나. 그러나 &lt;아즈카반의 죄수&gt; 속 미스테리는 이미 범인이 특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바로 그 때문에 ... more

  • DID U MISS ME ? : 해리 포터와 불의 잔, 2005 2021-01-16 12:59:32 #

    ... 까지 깜깜 무소식이다가 툭 튀어나오니까 꼭 그렇게 만들기 위해 다시 데려온 애처럼만 느껴지잖아. 감독이 또 바뀌었다. 이번작의 연출자는 마이크 뉴웰. 1편 &amp; 2편이 가족 영화의 대가를 감독 자리에 앉혔고, 3편이 성장 영화의 거장을 그 자리에 이어 앉혔다면, 이번에는 멜로 드라마적 감수성을 가진 감독을 데려온 것. 때문 ... more

  • DID U MISS ME ? :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2009 2021-01-18 16:15:20 #

    ... 괴리가 있다. &lt;불의 잔&gt;부터 시작해 &lt;불사조 기사단&gt;과 이 영화까지의 원작 소설들은 모두 그 길이와 분량이 네 권과 다섯 권짜리의 구성으로 1편~3편에 비해 길었다. 물론 소설과 영화라는 매체 사이엔 분명 간극이 존재함으로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나조차도 원작 제일주의자가 아니라서, 필요에 ... more

  • DID U MISS ME ? :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부, 2010 2021-01-19 21:33:57 #

    ... 었던 이들은 도망자 신세가 되고, 때문에 영화의 배경은 호그와트에서 넓은 바깥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이 에피소드를 유별나게 만든다. 그러니까 기존 시리즈의 정서나 전개를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시리즈일 수도 있다. 원작 소설부터가 이런 식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어쨌거나 기존 시리즈의 전통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