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9 21:33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부, 2010 대여점 (구작)


'해리'와 친구들은 호그와트 학사 일정을 더 이상 따르지 않는다. 학생 신분이었던 이들은 도망자 신세가 되고, 때문에 영화의 배경은 호그와트에서 넓은 바깥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이 에피소드를 유별나게 만든다.

그러니까 기존 시리즈의 정서나 전개를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시리즈일 수도 있다. 원작 소설부터가 이런 식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어쨌거나 기존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다 내다버린 모양새인 건 사실이잖아. 관객들이 으레 기대했을 아기자기 하면서도 클래식한 영화의 기존 프로덕션 디자인도 덕분에 못 나오고. 그리고 더해 말하면, <해리 포터> 시리즈답지 않고 일반적인 액션 스릴러나 <메이즈 러너> 또는 <아이 엠 넘버 포> 같은 다른 영어덜트 소설 원작 영화들과 유사해지면서 특유의 분위기를 잃었다는 점. 바로 여기서 팬들은 조금 실망했을런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실망했다는 건, 바꿔 말해 또 다른 누군가는 좋아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다. 물론 기존 시리즈의 분위기도 충분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미스테리 판타지에서 추적 스릴러로 장르적 기어 변속을 하는 바로 이 영화가 내게는 더 크게 와닿더라. 쫓고 쫓기는 본능적인 이미지를 내가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추격의 플롯이 데이빗 예이츠 특유의 톤 다운된 분위기 연출과 궁합이 좋다. 가장 이질적인 영화라서 더 좋게 느껴지는 것. 솔직히 앞에 비슷한 거 여섯편씩이나 봤는데 이렇게 한 번쯤은 장르 꺾기도 좀 해줘야지.

때문에 머글 세계에 내던져진 주인공 3인방의 장면이 재미있다. 물론 이것 역시 기존 시리즈에서 안 나왔던 것은 아니다. <아즈카반의 죄수>엔 구조버스 장면이 있었고, <불사조 기사단> 역시 '두들리'와의 놀이터 매치가 있었지. 그러나 머글 세계를 배경으로 본격적인 장르 액션이 벌어졌다는 데에 이 <죽음의 성물 - 1부>의 의의가 있다. 런던 한 가운데에서 해리와 친구들이 마법 지팡이로 죽음을 먹는 자 두 명을 떡실신 시키는 거. 톤은 분명히 <007> 시리즈의 현실적인 그것인데, 정작 들고 싸우는 건 권총이 아니라 지팡이. 

주요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그 갈등을 나름 심도 깊게 묘사하려 했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지금까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관계가 아예 안 다뤄진 것은 아니었지. 그러나 각 시리즈 에피소드의 핵심 미스테리와 사건들이 항상 더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정작 그들의 관계는 뒷전이거나 생략되기 일쑤였다고 생각한다. <죽음의 성물 - 1부>는 애초부터 이 셋이 함께 호크룩스 원정 떠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의 상황과 감정을 더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꽤 좋다. 굳이 따지자면 해리와 론의 갈등 상황은 좀 어설픈 게 사실이긴 하다. 론의 시기와 분노가 호크룩스 때문이었다고는 해도, 지금까지의 시리즈 진행동안 누적되어 왔던 것들을 다 포함해 그걸 좀 더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좀 얼렁뚱땅인 것 같긴 함. 그래도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우정 관계만큼은 잘 묘사 했으니 됐다고 본다. 텐트 안에서 라디오 반주에 맞춰 둘이 어색하게 춤을 추는 장면이 그래서 좋았다. 어린 나이에 비해 너무 큰 부담을 지게 된 아이들이 그 순간 잠깐이나마 괜찮아보여 기뻤다.

마법부 침투 장면의 긴장감도 더 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정도를 지킨 것으로 보이고, 이어지는 고드릭 골짜기에서의 장면과 숲속 추격전도 장르적으로 재미있다. 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기존 시리즈의 정통파 팬들은 안 좋아할 수도 있지... 일곱번째 영화에 와서 너무 갑자기 다른 영화처럼 굴고 있으니까... 그래도 나는 좋았다고...

이쯤되면 '볼드모트'의 뽕이 다 빠져가기 시작한다. 이 대머리 양반은마법 초고수 대마왕도 발모 마법은 어려운가보다 이 영화 내내 호크룩스 터지고 멘탈도 터지는 느낌 밖에 안 준다. 그리고 그건 피날레인 바로 다음 편에서도 마찬가지고... 어째 제대로 첫등장했던 <불의 잔>과 <불사조 기사단>에서의 모습이 더 무서웠던 것 같아. 시리즈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고등학교 하나 못 털어서 좀 한심해보이기도 하고...

뱀발 - <혼혈 왕자>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인데, 호크룩스와 죽음의 성물 등 여러 아티팩트 설정들이 마구 튀어나오다보니 원작 안 읽고 영화만 봤으면 이게 대체 뭔소린가 싶었을 것 같다. 사실 영화만 보면 아직도 왜 볼드모트가 저런 물건들에 자기 영혼 박아놨나 의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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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싶어지는 그런 마음. 특기할 만한 점은 영화가 생각보다 짧다는 것이다. 두 시간이 좀 넘는 런닝타임. 하기야, 원래라면 한 편짜리로 만들었어야 했던 소설을 두 편으로 나눠 찍었으니 생각보다 짧은 게 아니라 생각보다 짧은 것처럼 보이게끔 야바위 쳐놓은 거지. 그러나 어찌되었든 총 8부작 구성으로 확정된 시리즈의 피날레에서 런닝타 ... more

덧글

  • SAGA 2021/01/19 22:49 # 답글

    죽음의 성물은... 그동안 뿌려놨던 떡밥을 회수하기 위한 호크룩스 찾기 정도의 느낌 밖에 없었네요. 그나마 해리에 가려져 있던 론의 열폭이 죽음의 성물을 지탱해줬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CINEKOON 2021/01/31 16:17 #

    그래도 전 그 추적 스릴러 풍의 톤 앤 매너가 좋았던 것 같아요. 다른 시리즈들은 매번 개학과 방학 주기를 반복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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