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0 13:45

어느 가족, 2018 대여점 (구작)


누군가가 버렸던 것을, 누군가는 주워낸다. 정을 붙이는 일로써 이름을 붙여내고, 밥을 먹이며, 바로 내 옆에서 재워낸다. 그렇다. 진정한 가족은 혈연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얽히는 것이다. 


어느 스포


기형적인 가족처럼 보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자식들에게 도덕 관념과 올바른 윤리관을 설파 해도 모자랄 판에 아버지란 작자는 그들을 도둑질의 공모자로 꾀어낸다. 큰 누나인지 이모인지 알 수 없는 동거녀는 유명 대기업에라도 다니는양 당당하게 윤락업소를 직장으로써 선전한다. 할머니는 나라와 공무원들을 속이고, 어머니는 이 모든 일들을 윤허한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정상적인 가족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이런 삶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벼랑 끝에 몰린 삶. 더이상 뒤로 밀려날 곳이 없는 인생. 공무원들을 속여 나랏돈을 타 먹고, 여러가지 잡화들을 알음알음 훔쳤다가 되팔아 가며 생계를 꾸려야하는. 그래서 제대로된 번듯한 집 따위는, 그저 공사장에서 잠시나마 거닐어보며 구경하고 또 상상만 할 뿐.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이상 우리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 영화에 무더기로 나온다.

의미있는 건 그런 그들이 스스로를 보듬는다는 점이다. 이 제도권 내에서 성공하여 호강하기는 글렀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각자의 삶을 충실히 영위하고 또 서로를 안아준다. 선진화된 나라가, 체계적인 복지 제도가, 마음씨 따뜻한 어느 공무원이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그들은 서로와 스스로를 구한다. 집에 입만 많고 먹을 것은 모자란 게 자명하면서도 그들은 여자아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는다. 새옷을 입혀 학교를 보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은 아이에게 '사랑'의 개념을 가르쳐준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것, 혹은 안긴 상태에서의 그 느낌. 그것이 곧 그들이 내린 사랑의 정의. '사랑'이라는 다소 구태의연한 단어의 가장 공감가고 행복한 바디랭귀지적 정의다.

정말 짜증나면서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게, 히로카즈는 이 이야기를 구태여 해피엔딩으로 끌고가지 않는다. 하나의 유사 가족을 이루며 픽사 영화스러운 감동적 결말로 달려가도 충분했을 터인데, 끝내 히로카즈는 이 더 행복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현실로 굳이 다시 끌로 와 맨땅에 헤딩 시키듯 꼴아박는다. 관객으로서 이 결말에 느낄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적막감. 그럼으로 인해 <어느 가족>은 현실의 문제를 잠시 영화로 끌고 왔다가, 다시 현실로 돌려보낸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 불친절하면서도 찝찝한 결말에 현실을 다시 직시할 수 밖에 없는 것.

2018년에 개봉된 일본의 영화이지만, 어째 2021년 올해 초의 대한민국의 상황에 더 필요한 영화 같아서 쓸쓸했다. 아이들, 아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는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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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21/01/20 22:34 # 답글

    보지는 않았지만 대강 이해가 가네요. -_-
  • CINEKOON 2021/01/31 16:15 #

    그래도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있으니 한 번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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