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4 14:27

캅 카, 2015 대여점 (구작)


집을 나온 두 소년이 비어있던 운전석의 경찰차를 훔친다. 근데 웬걸, 트렁크에 피떡이 된채로 묶여있는 남자가 누워있네? 경찰인 동시에 살인자인 차의 주인은 두 소년을 쫓기에 이른다. 

콤팩트한 설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곳곳에서 코엔 형제의 향수가 짙게 어린다.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의 이미지로 현대 서부극이 소환되고, 우연한 사건과 우발적인 전개로 인해 각자의 삶을 나름 평화롭게 안위하고 있던 여러 사람들이 하나로 엮이게 된다는 점 모두 코엔 형제의 그것 같다. 막말로 다 우연의 힘이었다는 거지. 운명처럼 잘 짜여지고 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인 것이 아니라, 그냥 다들 존나 재수없었을 뿐이었다는 전개. <스파이더맨 - 홈커밍>을 찍기 전의 존 왓츠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두고 대부분의 어른 관객들은 그 영화의 장르를 성장 드라마로 곧잘 규정하곤 한다. <캅 카> 역시 그렇게 보인다. 어떻게 보면 세상 밖으로 나온 두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영화니까. 근데 정신적인 성장이라는 것이, 스스로 뭔가를 깨달음으로써 한 뼘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모범 또는 반면교사가 되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잖아. 바로 그 점에서 보면 <캅 카>의 아이들이 대체 뭘 배울 수 있을까 싶다. 대체 어떻게 자랄 수 있을까 싶다. 나오는 어른들이 죄다 형편없는 인간들이잖나.

각자의 사정은 어떻든 간에, 두 소년의 눈을 통해 본 어른들은 위압적이고 고압적이다. 한심하거나 불쌍하기도 하고, 때때로는 치를 떨게 만들 만큼 거짓말에 능통하기도 하다. 사람을 패고, 죽이고. 숨기고, 협박하고. 그나마 좀 더 억울할 것처럼 보이는 그 아줌마가 있기는 하다. 그 아줌마가 한 거라고는 오지랖 좀 떤 거랑 필요 이상으로 애들에게 소리지른 것 그거 두 개 밖에 없잖아. 그마저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아니고. 근데 어쨌거나, 굳이 이들을 통해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책임'이라는 두 글자의 무게 뿐일 것이다. 겁박하던 어른들은 다 자멸의 결말을 맞이한다. 배울 거라곤 책임과 자멸 뿐인 세계. 이런 세계에서 아이들은 성장할 수 있을까.

존나 놀라운 건 아이들에게도 그 책임의 무게를 지게 한다는 것이다. 보통 애들 나오는 영화에서 이런 전개 잘 안 하는데 이 영화는 그냥 해버린다. 그마저도 좀 소프트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걸 패기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고. 어쨌든 결말까지 다 보고 나면, 코엔 형제의 향취가 짙게 베어올라옴으로써 뭐랄까 소년을 위한 나라도 없구나 하게 되는 영화. 근데 아직도 왜 마블이 이 영화를 보고 존 왓츠를 스카웃 해갔는지는 의문. 물론 그가 만든 <홈커밍><파 프롬 홈>을 적당히 즐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뱀발 - 범죄 저지르는 놈들은 왜들 그리 빡대가리처럼 구는 것일까? 인적 없는 외딴 곳이라 해도 나였으면 경찰차 열쇠 빼서 가져갔을 것이다. 문도 잠궈놓았겠지. 혹시 모르니 총도 한 정 챙겨 갔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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