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2 15:25

몬스터 헌터 극장전 (신작)


원작이 되는 게임을, 딱 튜토리얼까지 완료하고 접었었다. 너무 내 취향이 아니더라고. 좀 더 알아보고 살 걸-이라는 탄식과 함께 흑우가 된 것만 같아 짜증났었는데, 그나마 PS 스토어에서 세일할 때 디지털 버전으로 샀던 거라 다행이라며 자위하고 넣어뒀던 그런 게임. 어쨌거나 바로 그 게임의 판권이 비디오 게임 영화화의 대명사 폴 W. S. 앤더슨 손아귀에 들어가고야만 것이다. 

원작에서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영화는 현세계를 살다 이세계로 점프하는 군인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어찌보면 타당한 설정 변경이다. 애초 <해리 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복잡한 세계관을 몇 시간여의 런닝타임에 걸쳐 설명할 수 있는 제작 여건이 아니었을 테니, 그냥 쌈빡하게 주인공들과 관객들 템포를 맞추기로 했던 거겠지. 덕분에 주인공 파티도 관객도 모두 이 존나 살기 싫은 이세계에 대해서 하나둘씩 함께 배워가야한다. 그리고 이 이세계로의 이동을 영화 시작하고 10분만에 그냥 해치워버림. 어차피 뻔한 내용일 텐데 질질 끄는 것 보다야 이렇게 빨리 진도 빼버리는 게 훨씬 낫다.

이후로는 줄곧 액션의 연쇄인데, 얼핏 다 비스무리하게만 보일 수 있을 괴물 사냥에 적절한 안배가 들어간 느낌이다. 디아볼로스라는 황소 불가사리 같은 괴물로는 괴수물의 전형을 보여주고, 네르스큐라인지 뭔지 그 존나 끔찍한 거미 괴물 군단으로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서 쌓아올린 호러 짬바를 선보인다. 여기에 중간중간 밀라 요보비치와 토니 쟈의 대인격투 액션이 벽돌 사이 시멘트 마냥 발라져있는 거고. 하여튼 한철 장사 해먹겠다는 어트랙션으로써는 구성이 알차다고 해야할까.

괴물 사냥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호쾌한 맛이 있고, 네르스큐라 무리로 만든 호러 연출들도 뻔하지만 괜찮다. 언제나 말했듯 뻔하다는 건 그만큼 잘 먹히기도 한단 소리니까. 다만 대인격투 액션 관련해서는 카메라를 너무 흔들어제끼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짜증. 뭐, 어차피 이쪽 액션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넣었으면 잘 만들어 넣었어야하는 거 아니냐고.

애초에 내가 즐기지도 못했던 비디오 게임 원작이고, 언제나 VHS 테이프 영화의 질감을 재현해왔던 감독의 작품이기에 생각보다는 재밌게 봤던 것 같다. 그러니까, 영화외적으로 기대치가 많이 낮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물리학 작용을 기대하진 않았잖아. 때문에 존나 말도 안 되게 크고 정작 그 효용성은 낮아보이는, 그러면서도 질감은 다분히 장난감스러운 칼을 든 주인공들이 중력을 무시하는 점프를 뛰며 괴물들을 사냥해도 그냥 그러려니-하면서 보게 됐다. 현세계와 이세계를 넘나드는 규칙? 그런 거 알게 뭐람. 그냥 액션에 겐세이만 안 넣으면 되는 거지, 뭐.

그런 관용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어째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만들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만들다 만 느낌이 아니라 갑자기 후다닥 끝내버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속편에 대해 안배하며 매듭지은 결말이란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런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감독 이 양반 옛날에 <모탈 컴뱃>에서도 그 지랄 떨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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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21/02/12 23:19 # 답글

    기대를 안하고 보면 그나마 볼만하다는 거군요. ^ ^
  • CINEKOON 2021/02/13 12:37 #

    아마... 그런 뜻인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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