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원작이 되는 비디오 게임을 해본 적이 없고,
2. 그래서 세계관 설정이나 캐릭터, 이야기에 대해서 1도 모르고 봤고,
3. 그저 폴 W.S. 앤더슨의 초기작이란 것만 알고 있었음.
그러니까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악의 제국이 지구를 꿀꺽 하기 위해 개최한 대회를 위해 지구 곳곳의 정상급 무도가들이 초대장 받고 모인단 소리잖아, 이게? 존나 설정부터 대담하다. 원작 게임에서 뭘 따왔고 또 안 따왔든, 일단 영화만 놓고 봤을 때 역시 존나 뻔뻔함. 이것이 게임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는 걸로 그냥 면피가 되는 세계관 설정인가. 어떻게 들어도 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 또 말이 안 되는 괴이한 셋업. 그럼에도 영화가 갖고 있는 특유의 VHS 질감 바이브 덕분에 이 모든 게 자비롭게 윤허된다.
근데 아무리 봐도 존나 근본 없는 세계관인 건 변치 않는다. 중국 무협지의 왕도적 이야기 구조에 다분히 <드래곤볼> 속 천하제일 무술대회가 연상되는 설정, 여기에 가미되는 일본 닌자와 80년대 홍콩 권격 액션 영화적 요소들과 뜬금없이 뒤섞이는 그리스 신화적 캐릭터, 판타지와 SF를 넘나드는 만화적 설정 등등. 지들 문화가 근본 없으니 남의 문화 근본 따질 것 없이 그냥 모조리 섞어다가 부대찌개 한 판 끓여보겠다는 존나 야마 돌면서도 존나 쿨한 태도. 이게 이 영화만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을 것 같다.
이야기 바깥에서 대사를 통해서만 존재하는 대마왕. 생각해보면 은근히 신사적이면서도 매너있는 대마왕인 것 같다. 그냥 히틀러 마냥 죽빵 먼저 치면 될 것을 올림픽도 아닌데 굳이 룰까지 정해가며 침략 전쟁 해주는 스포츠광 황제;; 아니면 그냥 각 행성의 무술 문화 중흥에 앞장서는 격투기광인가? 레이저총에 광선검 들고 싸워도 모자랄 판인데 오직 주먹질 하나로 땅 따먹기를 한다니 어찌보면 존나 순수한 것 같기도 하다. 웃긴 건 이렇게 허울좋은 대회 열어놓고 규칙 준수하는 척은 다 하면서도, 정작 보다보면 정확한 룰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일 대 일 맨손 대결인 줄 알았는데 여차해서 불리해지면 그냥 칼 들고 떼로 덤비던데.
평소 게임을 즐겨하는 편임에도 격투 장르만은 언제나 예외였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몰라도 대체 왜 격투 게임들을 영화화하려는 건지 이해가 잘 안 간다. 사실 배경 설정이나 이야기가 존재하는 장르이긴 해도 그게 또 중요한 게임군은 아니잖아. 그건 다 최소화 되어 싸울 핑계로써만 존재하는 건데. 고로 결국엔 여러 캐릭터들이 서로 맞붙는 액션 위주의 영화로만 보면 장땡이란 소리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액션이 별 재미가 없었다는 데에 있다. 스콜피온이랑 서브 제로? 한창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신기술에 경도되어 있던 시절 나왔던 영화라 그런 건지 별 의미도 없는 CG 떡칠로 과시적 면모를 선보인다. 그냥 무투파 캐릭터들의 액션 향연으로만 가도 모자랐을 것을 존나 웃긴 포즈로 얼음 광선 쏘고 있질 않나, 손바닥에서 이상한 거 뽑아대질 않나... 여기에 고로라는 외계 캐릭터도 등장하는데, 네 팔로 엄청난 액션을 보여주는가 싶었으나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뻣뻣한 움직임만을 보여준다. 날래 움직여 서로의 공격을 맞받아쳐야하는 이야기에서 팔 네 개짜리 괴물로 당시에 뭘 더 할 수 있었을까. 애초에 뺐어야지. 근데 뺐으면 원작 팬들에게 또 욕 먹었겠지
보다보니 진짜 VHS 비디오로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했다. 차라리 그 때였다면 조금이라도 더 즐길 수 있었을까. 다 크고 본 <모탈 컴뱃>은 그냥 짜치는 맛으로만 가득하더라고.
덧글
rumic71 2021/02/13 09:32 # 답글
CINEKOON 2021/02/13 12:38 #
SAGA 2021/02/13 20:37 # 답글
그리고 크리스토퍼 램버트가 맡았던 배역의 이름은 레이든이라고 하네요. 무슨 수호신이라고 하는 설정인데... 저도 모탈컴뱃은 대충 주요 인물들 이름만 아는 정도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