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6 15:11

쉘부르의 우산, 1964 대여점 (구작)


사실상 그 명맥이 끊긴 송스루 뮤지컬 영화의 고전. 근데 확실히 좀 웃기긴 하더라. 이제 일반 뮤지컬 장르 영화에는 좀 적응이 됐거든? 진지한 이야기 막 하다가도 춤추고 노래하는 그런 비현실적 전개가 이제 좀 익숙한데, 그에비해 처음부터 끝까지 사소한 대사들까지도 모두 노랫말로 처리하는 송스루 뮤지컬 장르 영화의 방식은 확실히 아직까진 어색하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고전은 고전. 여러 의미로 그렇다. 일단 현대 영화에 있어 많이 쓰이는 이야기의 원형을 초기에 제시한 영화로써 미덕이 있다. 불 같이 사랑하던 청춘 남녀가, 남자의 군 입대와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결국 이별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2021년 지금 기준에서야 엄청 뻔한 이야기지. 이 <쉘부르의 우산>을 덕지덕지 오마주했던 <라라랜드>를 요즘 관객들은 더 좋아하기도 할 거고. 그러니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야 썩 재밌는 전개를 가진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물론 고전이니까 어느 정도는 당시의 기준을 감상에 적용해야 하겠지만...

남은 건 결국 비주얼이다. 특유의 형태와 빛깔을 가진 소품, 의상, 건물, 로케이션 등의 대향연. <라라랜드>가 이 영화에서 따온 게 비단 이야기 뿐만이 아니구나 싶어진다. 아니, 오히려 이야기의 구조보다 이 원색 위주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더 많이 따왔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만큼 <쉘부르의 우산>은 <라라랜드>의 직계 조상처럼 보인다. 확실히 '보는 맛'이라는 게 존재하는 작품이고 때로는 좀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일시정지 시켜도 모든 프레임이 다 하나의 그림 같은 느낌. 하나하나의 예쁜 그림엽서를 보는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쉘부르의 우산>은 고전으로써의 풍미를 더 오래 지켜낸다. 아름답고 예쁜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도 연출의 또다른 개가다. 

웃긴 건, 이렇게 칭찬하고 또 아름답다 평했지만. 그럼에도 내게 있어 영화를 볼 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이미지 보다 서사였다는 것이 이 영화를 평가하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 그림이 예쁜 거 알겠고 또 좋다고. 근데 이야기가 별 게 없어. 뻔한 걸 떠나 두 남녀는 서로에게 몸을 부비며 사랑한다 반복해 말하는 것으로만 사랑 그 자체를 표현하고, 여기에 별다른 감정 묘사 없이 각기 다른 외간 남자와 외간 여자가 끼어든다. 언제나 말해왔지만, 멜로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첫째도 감정 묘사고 둘째도 감정 묘사다. 그 기준으로만 본다면 <쉘부르의 우산>은 답답한 영화인 것이다. 맨날 첫 눈에 반했대, 씨바. 이런 치트키 같은 멘트를 봤나. 

예쁜 건 인정. 이야기가 좀 뻔해도 1964년의 영화니까 그것도 납득.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사랑과 이별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인물들 간의 감정을 동어반복의 대사와 표정으로만 표현하면 어떡하는 거냐고. 이 시기의 고전 영화들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미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 당시 프랑스 영화들이 진짜 짱인 건 맞는 것 같다. 근데 또 서사적, 장르적 관점으로만 보면 동 시기 프랑스 영화들 보다야 확실히 미국이 나음. 난 자크 드미 보다는 확실히 히치콕이 더 좋다.

덧글

  • rumic71 2021/02/16 15:18 # 답글

    그리고 자끄 드미 감독은 <베르사유의 장미>를 찍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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