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9 14:33

와호장룡 - 운명의 검, 2016 대여점 (구작)


전작인 <와호장룡>이 2000년도에 개봉된 영화였으니, 대략 16년 만에 말도 없던 속편이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 셈이다. <와호장룡>은 사실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딱히 속편이 필요없는 상황이었거든. 그런데 16년이 지나 다른 감독으로, 그것도 넷플릭스 영화로, 심지어 모든 등장인물들이 영어를 쓰는 영화로 속편이 공개 되었으니 이게 어찌 당황스럽지 않을쏘냐.

1편과 결이 정말 많이 다르다. 물론 영화의 내용은 전작의 그것을 계승하고 있다. 수련이 주인공 바통을 이어 받기도 했고, 이미 사망한 이무배가 언급 되기도 하니 일단 1편의 직계 속편인 건 맞지. 그러나 앞서 말했듯, 정말로 결이 많이 다르다. 일단은 영어권 영화가 되어버린 점이 의외로 크게 다가옴. 솔직히 중국어로 니캉내캉 하는 거나 영어로 쏼라쏼라 하는 거나 둘 다 대부분 못알아듣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럼에도 그 간단한 차이점이 너무 이질적이다. 배경도 지금의 중국 땅, 인물들 생김새도 죄다 동양인들인데 대체 왜 영어만 쓰는 거냐고. 감독도 서양 사람 아니고 원화평이더구만. 아, 그리고 지나치게 좋은 화질도 그 이질감에 일조한다. 리마스터링 된 상태의 1편을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1편을 두 세배는 아득히 뛰어넘는 영화의 미친 선예도. 근데 그래서 더 시리즈 영화로써의 일체감은 덜한 느낌.

이야기는 좀 더 전통 무협에 가까워졌다. 대의를 위해 힘을 합치는 무사들의 이야기라니, 이웃나라의 <7인의 사무라이>가 떠오르기도 하는 디펜스 전개다. 그러니까 멜로 드라마적 속성이 강했던 전작보다 액션 영화로써의 호쾌한 맛에 좀 더 중점을 둔 영화인 것. 그리고 이건 감독 선임의 차이에 따른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드라마 위주의 감독인 이안과는 다르게, 이번 영화의 감독은 아예 스턴트맨이자 무술감독 출신인 원화평이니까. 생각해보면 1편은 오프닝도 잔잔한 편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떠나있던 이무배가 마을로 돌아오며 수련과 재회하는 장면. 1편의 오프닝은 정말 그랬다. 그러나 2편은 시작부터 그냥 액션으로 돌진한다. 마차 타고 가던 수련이 습격받는 장면으로 그냥 시작해버리니까...

근데 진짜 솔직히 이야기하면, 걸작으로 칭송받는 1편에 비해 이쪽이 좀 더 내 취향이긴 했다. 1편의 액션에 시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면, 2편의 액션은 마치 만화같아서 좋았다. 좀 더 노골적이더라도, 장르적 매무새가 좀 더 드러난다는 점에서 재밌었음. 내가 워낙 <7인의 사무라이> 같은 플롯을 좋아하기도 하고... 물론 <7인의 사무라이>처럼 주인공이 각기다른 사연을 지닌 무사들을 모은다-류의 설정이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각 인물들의 사연이나 특기가 좀 더 부각될 수 있었을 테니까. 지금 버전은 오지게 운 좋은 상황임. 주인공이 그냥 우연히 들른 것처럼 보이는 주점에서 동료 무사들을 싸그리 한꺼번에 리크루트 해버리니 말이다. 

확실히 미국 자본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영어 쓰는 것도 쓰는 것이지만 너무 뻔하고 전형적인 전개와 그 묘사다. <쿵푸팬더>와 거의 똑같은 장면이 하나 있는데, 미국물 먹고 필터링 된 무협 장르 영화로 미국인들 취향에 좀 더 안배한 느낌. 여기에 후반부 메시지도 뻔하다. "우리가 이 검의 주인이 아니고, 이 검이 우리의 주인이었구나"라니. 여기서 검은 곧 천하다. 우리가 천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천하와 운명의 지배를 받는 것이 곧 우리들이라는 것. 우리는 그저 정해진대로 살다가 정해진대로 갈뿐인 존재들이라는 것. 대신 그 안에서 신의를 지키고 대의를 위한다면 이름을 오래 남길 수 있는 것. 좋은 메시지고 정말 맞는 말처럼 들리기는 하는데, 어쨌거나 전형적인 무협 장르 메시지잖아. 게다가 그 소위 '운명의 검'이라는 게 엄청난 아티팩트처럼 묘사 되지도 않고 말이다. 얻으면 곧 천하를 호령할 무기다? 그럼 최소한 절대 반지처럼은 묘사 해줬어야지. 그렇게 했더라면 좀 더 뻔하더라도 좀 더 재밌었을 텐데.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종종 지루하고 뜬금없는 맥락들이 많지만 그냥 저냥 즐길 수 있는 영화. 근데 또 생각해보면 굳이 그 <와호장룡>의 속편일 필요는 없었던 거지, 이게 또. 그나저나 견자단은 왜 이렇게 볼 때마다 이선균 닮은 것 같지? 이런 느낌 드는 건 나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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