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보자. 이 영화를 두고 기대감을 크게 가졌던 예비 관객들은 아마 거의 전무 했을 것으로 사료 된다. 사실 예고편만 봐도 딱 답이 나오잖아. 어줍잖은 개그로 중반부까지 때우다 어설픈 액션으로 후반부 마무리 하겠지. 그런데, 막상 본 영화에는 정말 좁쌀만한 정도의 의외성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게 너무 좁쌀만 하다는 거.
영화가 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또 <레옹>과 <아저씨> 플롯이다. 엄청난 이력을 지닌 남자가 과거를 숨긴채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러던 와중 웬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모험으로 뛰어든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모습으로 적들을 처단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 <미션 파서블>은 세부적인 부분들을 달리 했을지언정 그 전형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와중에 하나 하고 싶었던 것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긴 하다. 레옹이든 차태식이든 둘 다 지금 모습은 되게 과묵하고 진지한 느낌이잖아. 그러나 <미션 파서블>의 주인공 우수한은 그러질 못하다. 이 인간은 시종일관 가볍고 허술하고 한심한 모습이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눈빛 돌변하는 순간 존나 멋있게 싸우면 존나 쩌는 거잖아.
그 컨셉 하나 지키고 싶어서 시작한 영화였던 것 같은데, 나머지가 다 글러먹었다. 이야기 구조는 뻔한 걸 넘어 대충 만든 모양새다. 좀 과격하게 말하면 영화 중반까진 정말 대학생들이 만든 졸업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못만든 코미디 장르 졸업영화있잖나. 한마디로 개그가 다 실패. 중반까지는 정말이지 한 번도 못 웃었던 것 같다. 실소도 짓지 못했던 것 같음. 영화의 개그는 다 불발이고, 나름 에스피오나지 장르로써 챙겨넣은 영화적 개연성과 논리도 다 자폭 수준.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와 이상한 캐릭터 운용도 모두 한 몫한다. 이선빈은 노력하지만, 애초 이 캐릭터에게 부여된 건 오직 리액션 뿐이기에 배우 스스로 뭔가를 해볼만한 구석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악당들도 죄다 오버스럽고. 그러나 제일 최악인 건 경찰 캐릭터들임. 이 인간들은 도대체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그냥 막판에 주인공에게 존나 멋지고 존나 빨간 스포츠가 하나 빌려주려고 설정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반전 아닌 반전이 후반부에 일어난다. 우수한이 코미디 눈빛에서 액션 눈빛으로 셋팅을 돌려하자마자 액션의 테가 그나마 좀 살아나는 것. 물론 이 영화의 후반부 액션이 엄청 뛰어나다는 건 아니다. 겨우 평균치에 들 정도에 불과하다. 허나 앞선 영화의 퀄리티가 지나치게 수준 이하였던 것을 돌이켜보면 후반부의 이 액션 묘사는 가히 성장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각성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반성한 것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영화의 후반부 액션이 그 자체만 똑 떼놓고 보았을 때 못 봐줄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과거 인디아나 존스식 개그 양념 추가요. 줄리엔 강이 연기한 캐릭터가 그런 식으로 퇴장할 줄은 몰랐다. 이 부분에서 잠깐 피식하긴 했음. 이런 개그가 살짝 내 취향이라.
존나 못 만든 영화인 건 맞다. 재미도 더럽게 없었다. 그러나 영화 찍는 도중 감독이 성장 하기라도 한 건지 후반부 들어서는 뭔지 모를 성의가 보였다. 생각해보니 좀 웃기네. 난 내 돈 내고 영화 보러 간 건데, 감독이 그 사이 성장을 했어. 감독의 성장 일기를 내가 내 돈 주고 보는 듯한 느낌. 하...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못 만든 영화들에 비해서는 좀 낫다고 자위 해야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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