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2 14:35

더 게스트, 2017 대여점 (구작)


진짜 몇번째 말하면서도 항상 민망한 건데... 난 원래 공포 영화를 잘 못 본다. 그냥 무서운 게 싫다. 유일하게 편식하는 장르가 호러인데, 웃기게도 그러면서 요 몇년간 꾸준히 공포 영화들을 봐왔다. 그래서 이런 말 하는 게 좀 민망함. 허나 이번 <더 게스트>는 정말로 억울하다. 원래라면 내가 절대로 흥미를 가질 영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사달이 났나.

<더 게스트>를 보게 된 경위.
1. 평소 애덤 윈가드가 연출한 <더 넥스트>라는 동명의 영화를 보고 싶어했음.
2. 그러던 차에 그 <더 게스트>가 넷플릭스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음.
3. 그래서 릴리즈 되는 날짜에 맞춰 그 영화를 틀었음.
= 근데 시발 그게 그 <더 게스트>가 아니었다는 거지.

내가 진짜 억울해서 증명자료까지 첨부한다.


...... 이게 실화냐? 썸네일 이미지랑 포스터, 심지어 출연진까지 애덤 윈가드의 <더 게스트>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내용물은 미겔 앙헬 비바스 감독의 공포 영화 <더 게스트>...... 존나 웃긴 게 난 애덤 윈가드의 <더 게스트>도 무슨 내용인지 아예 모르고 있었거든. 그래서 영화의 거의 2/3 지점이 되어서야 이 영화가 그 영화와 다른 영화란 사실을 인지했음. 심지어 보는내내 댄 스티븐스 왜 안 나오나 싶었다니까?

그래도 어쨌거나 본 영화는 본 영화니까...


열려라, 스포천국!


오인사격이었지만 다행히도 미겔 앙헬 비바스의 <더 게스트>는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만듦새도 그렇고, 호러로써는 진짜 허벌나게 무서웠음. 보는내내 긴장감이 정말 장난 아니더라고. 고로 보게 된 것이 크게 후회되진 않았다. 작년 개봉작이었던 아니쉬 차간티의 <런>이 레퍼런스로써 많이 참고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음. 물론 이 영화도 프랑스 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이란 걸 뒤늦게 알게되었지만 말이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썩 잘 활용하고 있기도 하고, 적재적소에 여러 조연진들을 던져넣음으로써 지루하지 않게 화제도 잘 돌리는 편이다. 특히 악역의 괴상한 카리스마가 대단한데, 일말의 설명도 없이 등장해 중언부언 하지 않으며 오로지 목적만을 위해 돌진하는 그 무대포 정신이 존나 무서움. 캐스팅도 진짜 쩐다. 왜 캐스팅 됐는지 바로 납득가는 강인한 비주얼.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무척이나 무섭게 본 영화인 것은 맞다. 그러나 실책들도 엄연히 많은 작품이다. 일단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죄다 멍청하다는 점. 공포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멍청하게 구는 것은 장르적 전통이다-라고 항변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껏 해야지, 이 영화는 악역 하나 빼고 나머지 인물들이 죄다 대가리 터진 것처럼 군다. 그래, 주인공은 임신한 상태인데다 멘탈이 붕괴되는 시점까지 왔으니 그럴 수도 있다 봐야겠지. 그럼 나머지는? 주인공의 옆집 친구는? 수상한 여자가 대놓고 내 친구 가족 행세 하고 있었던 건데 그런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무작정 2층으로 올라갈 게 아니라 일단 신고부터 했어야지. 아, 얘도 그 때 멘탈 터진 상태였다고? 그럼 경찰들은? 중후반에 등장하는 그 경찰 콤비는 뭐냐. 뭔가 존나 수상하다 싶었으면 일단 파트너한테 대략의 경위라도 이야기하고 차 밖으로 나갔어야지. 그리고 그 파트너. 얘는 신참으로 설정되어 있기는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상황인 거냐고.

이웃집 친구부터 경찰들까지 죄다 멍청하게 보이는 상황. 그러다보니 악역 캐릭터에도 문제가 생긴다. 카리스마와 장악력은 대단하다 이거야. 근데 이 여자가 뭐 전직 킬러였던 것도 아닌데 그 경찰들을 다 죽이고 그렇게 기민하게 움직인다고? 여기에 붙는 영화의 미스테리도 허무하다. 솔직히 보는동안 '설마 초반부 자동차 사고에 관련된 인물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다 맞음. 미스테리 자체도 빈약한데 그걸 공개하는 방식도 얄팍하다. 잃어버린 아기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다 죽였다고? 이건 뭐 그냥 싸이코란 말 밖엔.

그래도 보는내내 존나 재밌게 봤던 건 팩트. 존나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것도 팩트. 장르 영화가 해당 장르만의 재미를 일단 제공했다는 점이 얼마나 큰 미덕이냐. 여러모로 빈 구멍이 뚫려있는 영화이긴 한데 그래도 난 흥미롭게 봤음. 물론 제일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내가 찾던 그 영화가 아니었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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