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2 14:52

톰과 제리 극장전 (신작)


영혼의 콤비이자 동물학대를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킨 두 앙숙이 벌이는 최신의 리매치. 과연 톰과 제리는 로저 래빗과 벅스 바니의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실로 오랜만에 나오는 실사+애니메이션 하이브리드 영화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와 <스페이스 잼>, <루니 툰 - 백 인 액션> 등의 영화들 이후로는 정말이지 꽤 오랜만에 나왔으니까. 물론 <스페이스 잼> 같은 경우에는 속편이 개봉 대기 중이지만, 어쨌거나 먼저 닿은 건 이쪽이다. 

하이브리드 영화에 반감 같은 건 없다. 오히려 반가웠지. 앞서 말했듯 이런 영화들이 한동안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감도 있었다. 그러나 한 편의 영화에서 그 '신선함'의 효용력은 딱 초반 10분까지다. 새롭고 신기한 것도 두 세 번 연달아 보면 질리잖아. 옵티머스 프라임의 변신이 존나 멋있었던 것도 딱 1편까지였잖아. 이후로는 변신 합체를 하든가 말든가 관심이 안 생겼지. 하여튼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톰과 제리>의 승부처도 다른 곳이었어야 했다. 얘네 귀여운 거야 세상 사람들이 다 알지. 근데 그 귀여움만으로 두 시간을 채울 수는 없잖수.

결과론적으론 밍밍한 실패다. 톰과 제리는 여전히 귀엽고, 그들이 벌이는 슬랩스틱 대소동은 유쾌하다. 허나 그런 것들은 이미 다 원작 시리즈에서 질릴대로 보지 않았나. 제리로 오해해 불독을 줘팬 다음에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톰의 모습. 머리 혹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인지, 두더지 잡듯 망치로 혹을 때려넣어도 다른 곳에서 폭- 하고 다른 혹이 올라오는 진풍경. 톰의 한심하다 못해 안쓰러운 모습과 그를 지켜보며 신나게 웃어제끼는 제리의 얄미운 모습까지. 이런 거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는 했는데, 그래도 실사로 돌아오는 컴백 무대인데 예전 레퍼토리들 하나만 믿고 계속 그거 돌려쓸 수는 없는 거잖아. 굳이 비율을 따지자면 추억 건드리는 것도 많이 쳐줘야 4,50%만 했어야지. 지금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전에 써먹던 고정 레퍼토리로 일관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흥미롭냐? 그것도 사실 어렵잖아. 태생적으로 톰과 제리 이 두 캐릭터는 서사를 쌓아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짧은 시리즈에서 서로 치고 박고 쫓고 쫓기는 광경만 연출 했으면 되거든. 거기에 무슨 드라마가 있고 어떤 딜레마가 있나. 그런 게 애초에 들어가기 어려운 애들이지. 그러니까 단타에 능한 특급 양념 같은 애들을, 굳이 굳이 장편 영화의 포맷으로 끌고 들어와 탄수화물 역할 하라고 하니까 그게 잘 안 되는 거잖아.

그럼에도 미덕은 분명히 있다. 대단한 야심도, 그걸 뒷받침할 새로운 매력과 노력도 부재하지만 그럼에도 이 콤비가 갖는 특유의 재미. 딱 하나 그거는 존재한다. 고로 큰 기대를 접어둔채 가족들과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나 해볼 요량이라면 나쁘지 않은 영화인 것. 다만 내가 부모라면 과연 이걸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솔직히 존나 잔인한 건 팩트잖아. 뽀로로와 타요 버스가 지휘하는 태평성대의 시대에, 웬 고양이와 쥐새끼가 서로 망치로 줘패면서 못 죽여 안달인 꼴을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자니 그건 좀... 근데 또 따지고 보면 나도 어릴 때 이거 다 보고 큰 거잖아? 그러니까 괜찮지 않을까? 강철중 말마따나, 그 애가 커서 된 게 나니까 상관없을 듯...?

차라리 시기적절하게 패러디나 재밌게 해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극중에서 셀럽으로 등장하는 그 남자는 진짜 한 대 때리고 싶더라. 이 새끼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현실감각 없는 그냥 민폐 애새끼던데.

뱀발 - 클로이 모레츠 잘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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