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3 14:44

미래의 미라이, 2019 대여점 (구작)


호소다 마모루의 영화로써 들어있어야할 건 다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판타지와 현실을 주인공이 넘나들며 그를통해 내적 성장을 이루어내게 된다는 이야기. 교복을 입은 여고생. 푸르른 하늘과 그를 배경삼아 천변만화하는 구름의 이미지. 강아지. 수인. 육아라는 힘든 과정과 부모가 된다는 것. 기타 등등. 이 정도면 감독의 인장이 쾅하고 제대로 박혀있음은 물론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설정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었다. 미래에서 다 커버린 여동생이, 아직 어린 과거의 오빠를 만난다니. 분명 호적으로는 오빠와 여동생 사이인데, 그냥 보면 누나와 남동생 사이처럼 보이는 둘. 게다가 그 여동생의 이름이 미라이, 그러니까 일본말로 '미래'라는 것도. 이야- 미래에서 온 여동생 미래가 자신 보다 훨씬 더 작은 오빠를 만나게 된다고?! 이거 진짜 있는 그대로만 뽑아도 너무 재밌고 흥미로운 소재잖아?!

내 예상은 빗나갔다. 사실, 아직까지도 호소다 마모루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다소 뻔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가면 분명 그 자체로 재미있을 만한 이야기였다. 근데 호소다 마모루는 그 쉬운 길을 애쓰고 애써 먼 길로 돌아간다. 물론 그게 감독의 작가주의고, 또 이번 영화를 통해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 또한 필경 이해 된다. 그러나 관객으로서, 그리고 호소다 마모루의 팬으로서는 결국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못해도 원 코인으로 쉽게 끝낼 수 있었을 첫 스테이지에서 까불고 또 까불다가 타임오버로 게임오버 되는 기분이랄까.

미래에서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오는 걸까 싶었는데, 표면적으로 미라이는 주인공 쿤이 만든 상상의 산물로써만 존재한다. 문제는 쿤이 그린 상상 친구가 미라이 뿐만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주인공 가족이 기르는 강아지 윳코도 인간의 형태로 등장해 쿤을 맞이하고, 증조 할아버지는 물론 심지어 다 커버린 미래의 쿤 스스로도 등장해 아직 어린 쿤을 꾸짖는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이 꼭 필요했을까 싶더라고. 뭔지는 알겠다. 혈연과 가족이라는 존재. 우리 가족의 계보를 그린 나무. 그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 또 내가 존재하기에 미래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영화의 그런 주제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 영화는 너무 산만하다. 매일마다 반복되는 쿤의 상상 때문에 영화는 동어반복의 패턴을 등에 지게 되고, 그 자체로는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서사적으로는 다소 방만하게 느껴지는 시퀀스들이 지루함을 부른다. 특히 다 커버린 쿤은 차라리 안 나오는 게 나았을 것 같음. 뭐, 가장 적게 나오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냥 미래에서 온 여동생과 한참 어린 오빠의 단순한 모험물로만 갔어도 저런 주제와 저런 이미지들은 다 때려박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너무 <백 투 더 퓨쳐> 같아 지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애초 내가 그런 영화를 기대했던 것을 어떡해. 내게는 호소다 마모루의 스트라이크 같은 작품이었다. 그래도 <괴물의 아이>는 번트라도 친 느낌이었는데. 과연 다음 작품은 어찌 나올지... 근데 워낙 <늑대아이>로 홈런 거하게 때렸던 양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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