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3 15:04

원더, 2017 대여점 (구작)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나 한평생 그들의 눈총을 받고 살았던 아이의 학교 생존기. 착한 영화일 것이라는 예감은 들었지만 영화가 띄고 있는 챕터 구성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게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음. 남들과 다른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게 된다는 미국 영화면 어느정도 갈 길이 뻔하게 보이잖아. 대충 어떤 장면 나올지도 다 예상되고. 근데 영화는 주인공 어기 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구, 교사, 심지어는 강아지 까지도 굽어 살핀다.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착했던 영화가, 더 착하게 보이는 경지에.

장애를 가졌지만 동시에 독특한 능력도 지닌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영화들이 지금까지 많았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은 대개 그 주인공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다뤘지. 그렇게 되면 주인공 외 다른 인물들이 들러리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액션은 못하고 리액션만 하게 되는 거거든. 허나 <원더>는 각 챕터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이름으로 꾸려낸다. 신기한 게, 이런 영화적 구성이 마치 극중 올리비아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쓰였다. 올리비아도 분명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고픈 아이이지만, 아무래도 손이 더 갈 수 밖에 없는 남동생의 존재 때문에 스스로 입을 앙 다물지 않나. 만약 영화가 어기만을 집중 조명하고 있었다면 딱 올리비아가 느끼는 감정을 우리도 느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올리비아를 포함해 여러 인물들의 상황과 마음까지도 보여주니 그런 감정이 좀 달래지는 느낌이었다. 

어기 원탑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주제도 달라진다. '어떠한 장애와 역경이 있더라도 능력과 노력이 있다면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뻔한 말로 빠지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이야기로 빠지고 있거든. 언젠가 인터넷 어딘가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매일매일 각자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니까 이미 전쟁 중인 타인을 대할 때 선하고 친절한 마음씨로 다가가야만 한다" 나는 그 말이 정말 좋았다. 물론 때때로는 상대방의 리액션이 싸가지 없을 수도 있겠지. 가는 말이 고왔는데 오는 말은 거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건 그냥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잖아. 오는 말이 거칠든, 아니면 똑같이 곱든 간에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 그런 작은 선의들이 모여 연대를 이루고, 그 연대가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 <원더>는 그 과정을 정말 착하게 잘 보여준다. 

모든 인물들에겐 각자만의 전쟁이 있다. 어기는 남들과 다른 외모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올리비아는 부모와 절친의 태도에 심란해하며, 잭은 스스로의 말실수로 누군가를 상처주고 아빠는 갑작스런 병으로 오랜 친구를 잃었다. 모든 인물들에게 각자만의 사연과 관점을 쥐어주는 영화가 그래서 마냥 따뜻 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울고 불고 하는 장면이 없어 담백하다. 원래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는 영화일수록 건조한 법이다.

다소 작위적인 부분들도 있다. 미란다는 왜 올리비아를 그렇게 대한 건데? 줄리안은 그래서 또 어떻게 된 거고? 그러나 이런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 태도가 착하니 그런 단점들을 굳이 꼬집어낼 마음이 들지를 않는다. 그냥 착하니까, 따듯했으니까 된 거다. 당신이 누구든 '선의' 그 자체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무난하게 볼 수 있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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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메리 미 2022-03-28 13:38:46 #

    ... 니 마냥 웃기기만 한 역할로 나오는 것도 좋았지만, 가끔 속에 꾹꾹 눌러담고 있었던 진심이 툭하고 튀어나오는 따뜻한 역할들이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lt;원더&gt;도 그랬고, 최근 &lt;로키&gt;에서 터뜨렸던 울분도 그랬지. 그런데 그런 그가 &lt;노팅 힐&gt;에서 휴 그랜트가 그랬던 것처럼 거대한 상대 앞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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