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7 14:1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베니스, 2017 대여점 (구작)


사뭇 진지해보이는 공식 메인 포스터가 따로 있는데, 그럼에도 영화의 실질적 분위기와는 이 포스터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한국 개봉 당시 캐치프라이즈는 "그의 강아지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로, 다분히 <존 윅>을 연상시키는 그것이었거든? 게다가 포스터 속 브루스 윌리스도 진지한 표정이길래 분위기가 <존 윅>처럼 어두운 작품인가 보다 했었지. 그러나 막상 본 영화는 <나이스 가이즈>의 분위기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냥 철 덜 든 망나니 탐정이 작은 동네 들쑤시며 우당탕탕 하는 소동극이었음.

주인공인 브루스 윌리스의 스티브는 이른바 돌려막기의 대가라 할 만하다. 탐정인데다 전직 경찰이면서 웬 돌려막기인가 싶겠지만 내가 봤을 때 이 양반의 무능함은 하늘을 찌르는 수준. 대단한 사설 탐정이라도 되는양 굴더니 사실상 흥신소 해결사에 더 가까운 포지션이고, 그렇다고 또 마냥 해결사라 부르기엔 정작 해결하는 게 별로 없다. 이쪽 의뢰 꿔다가 저쪽 의뢰 틀어막고, 간신히 쇼부 본 의뢰도 넋 놓고 있다 얼결에 해결되는 모양새. 영화 초반부터 존 맥클레인의 얼굴을 한 주인공이 홀딱 벗은 나체 상태로 바트 심슨 마냥 스케이트 보드 타는 장면이 나오니 대충 어떤 분위기의 영화인지 그 기조가 처음부터 잡힌다. 

문제는 내가 이런 톤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만화적인 느낌의 소동극. 이야기의 구조는 진지한데 인물들은 안 진지한 그런. 그걸 브루스 윌리스가 특유의 지치고 무기력한 표정으로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그외 주변 인물들 구성도 알량하지만 그게 또 마음에 든다. 제이슨 모모아의 마약상 캐릭터는 마약거물 답지 않게 뭔가 인정머리 있으며 귀엽고, 팜므파탈인 줄 알았던 셀레나 고메즈의 캐릭터 역시 그냥 칠렐레 팔렐레에 더 가까웠다는 점에서 그 분위기에 일조. 그러니까 영화가 특유의 귀여운 맛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돌려막기 플롯. 이 구멍 막을 거 저 구멍에 막고 또 저 구멍에 막았던 걸로 그 구멍 막는 내용이다보니 이게 영 산만하다. 그러니까 대체 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가 싶은. 캐릭터 소개에만 초반 30분 쓰곤 그 때서야 홀랑 강아지 잃어버리는 것도 그렇고, 잠깐 나와서 시간만 잡아먹고는 허무하게 퇴장한 캐릭터들이 부지기수라는 점 역시 집중력 하락의 큰 원인이다. 그러니까 개별 에피소드는 충분히 재밌을 여지가 있었는데 그걸 하나의 장편 영화로 잘 못 꿴 느낌. 차라리 미니 시리즈 드라마였다면 나았을 것 같기도 하고.

결론적으론 귀여운데 존나 지루했다는 게 팩트. 존 굿맨이랑 팜케 얀센은 아직까지도 왜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