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유의 육중한 맛으로 매니아들을 불러 모았던 영화의 스핀오프 시리즈. 근데 제작사가 폴리곤 스튜디오 아니랄까봐 그 무게감은 싹 다 휘발 되었다. 이야기와 액션 모두 이토록 가벼울 수가 없는 거지.
일단 주인공 문제가 있다. 설사 악당을 주인공으로 삼는 피카레스크 물이라 할지라도, 관객으로서 그 인물을 믿고 달려갈 만한 최소한의 구석 만은 영화가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호감이든, 이해든 간에. 근데 이 시리즈는 첫화부터 그걸 말아먹었음. 물론 격납고를 열어 카이주를 불러들인 거, 두 주인공 보다는 그 망할 AI인 로아 탓이지만. 어쨌거나 연출이 딱 주인공 둘 탓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어서 첫화부터 주인공들에게 호감이 안 가는 불상사가.
여기에 세번째 에피소드에서의 사건 역시 다 이 주인공 남매 때문이었다는 거. 유기견 마냥 어디서 주운 남자애 하나 간수 못해서 카이주 앞에 나대게 두다가 괜한 사람들이 또 죽어나감. 그래놓고 한다는 소리가 "죄송해요~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라니. 이 새끼들 지능으로만 따지면 벌써 죽었을 놈들인데 주인공 보정인지 아니면 운 때문인지 하여간에 생명력 하나는 존나게 길다.
전통적인 <퍼시픽 림> 스토리가 아니라 일종의 로드무비 구성을 띄고 있다는 점은 좋다. 단 한 대의 예거만으로 그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 던져진 남매의 이야기. 물론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이 생기긴 하지만, 어쨌거나 도착지까지의 여정을 잘 그렸다면 시리즈 내에서 특유의 위치를 점할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로드무비라는 매력을 스스로 만들어놓고도 정작 써먹을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예거 한 대가 쿵쿵 거리며 대륙을 횡단하는 이야기로 갔어야지, 또 그 예거 밖에서만 이야기 전개 하고 있네. 넷플릭스의 <고질라> 시리즈도 그랬었는데, 폴리곤 스튜디오 이 놈들은 고질라든 예거든 좋은 IP와 설정 가져다가 다 밥 말아먹고 궁금하지도 않은 신 인간 캐릭터들 이야기만 존나게 반복한다. 아, 고질라면 뭐하고 카이주면 뭐하냐고. 그냥 존나게 가벼운 인간 드라마의 배경으로써만 기능할 뿐인데.
경보음은 진짜 존나 크게 만들어놨네. 예거 내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음량이면 되지, 바깥에도 들릴 정도니까 계속 카이주 끌어들이잖냐... 이거 설정한 엔지니어는 진짜 병신인가. 첫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주인공들은 여전히 병신이다. 도망가지 말고 지가 싸우자 고집 부렸으면서 정작 전투 시작하니까 동작 못 맞추겠다고 지랄하지를 않나...
주인공 둘 외에도 병신 같은 전개가 속출한다. 무전기 폭발로 죽이는 건 뭔 짓거리야. 그래, 준비성이 존나 철저한 타입이라 부하들 무전기에 폭탄 다 박아놨다 치자고. 그걸로 누굴 죽여서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긴 줘야겠는데 그렇다고 주인공들 죽일 수는 없고... 그래서 결국 조엘을 죽인 거지? 근데 대체 어떤 빡대가리가 방금 도망쳐 나와놓고 그 무전을 받는 거냐고. 이게 말이 되냐고... 그냥 각본의 필요에 따라 죽인 것일 뿐이잖아, 존나 개연성 없게...
끝까지 동료 간수 못하는 건 더 말 못하겠음. 같이 있었으면서 메이도 놓치고 보이도 놓치고... 어휴, 씨바 무능한 것들. 숨어도 모자랄 판에 카이주의 이름까지 큰 소리로 외쳐가며 어그로 끄는 실력도 수준급.
마지막 에피소드가 되어서야 드러나는 보이의 정체. 일단 <진격의 거인>이 바로 떠올라 이게 뭔가 싶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본가 시리즈의 설정을 와장창 박살내는 존나 안 하는 게 더 나은 설정이 보는내내 짜증만 나더라고.
폴리곤 스튜디오 특유의 3D 작화라고 해야할까?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난 그게 너무 가벼워만 보인다. <퍼시픽 림 - 업라이징>이 전작의 그 육중함을 계승하지 못해 욕 많이 먹었었지? 내가 봤을 때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비하면 <퍼시픽 림 - 업라이징>은 선녀다. 뭔놈의 거대 로봇과 거대 괴수들이 그토록 재빠르게 움직인단 말이냐. 이건 뭐 스토리도 가벼운데 액션도 가볍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벼워...
진짜 보는내내 욕만 존나 하다가 오로지 의무감 하나 때문에 새벽 3시까지 보고 잠들었음. 그러니까 결론. 시즌 2 100% 나올 피날레든데 안 볼 거임. 후속 이야기 궁금하지도 않고 보는내내 열 받는 주인공 남매를 또 볼 자신이 없음.
덧글
포스21 2021/03/18 20:21 # 답글
CINEKOON 2021/03/29 15:24 #
SAGA 2021/03/21 11:09 # 답글
퍼시픽 림의 매력포인트는 1번도, 2번도, 3번도, 예거의 육중함과 그걸 표현해내는 액션인데... 트랜스포머 따라한 퍼시픽 림 업라이징 보다 못하다면 볼 필요 없겠네요. 그냥 퍼시픽 림이나 다시 봐야겠습니다.
CINEKOON 2021/03/29 15:25 #
Shishioh 2021/03/28 09:10 # 답글
아가들이랑 봐야합니다
저희는 암걸리는 그 주인공 남매의 뻘짓이
(꼭 어릴때 둘리와 친구들이 벌이는 소동이 이해가
가고 말리는 고길동이 나빠 보이듯이..)
애들은 이해를 하더군요;;
CINEKOON 2021/03/29 1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