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8 14:28

<저스티스 리그>. 검수자 : 조스 웨던. 객관성 담보 불가


원래 재감상한 영화에 한해서는 블로그에 리뷰 새롭게 다시 올리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하면 한도 끝도 없어지니까. 근데 이 영화의 감독판 아닌 감독판이 세기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제 오리지널인 건지 아닌 건지도 헷갈리는 이 극장판을 한 번쯤은 다시 봐두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극장에서 개봉 당시에 본 이후 거의 4년여만에 재감상.

존나 웃긴 건 4년 전에 봤을 때랑 감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원래 못 만든 영화도 다시 보면 좋은 점이 보이고, 잘 만든 영화도 다시 보면 나쁜 점이 보이는데 어째 이 영화는 1회차 관람했을 때랑 그 감상이 똑같다. 그냥 맛이 없는 영화. 여전히 無맛. 

4년 전의 감상은 여기. 여기. 그리고 또 여기.


1.
스테픈울프의 디자인은 재고의 여지 없이 최악이다. 그냥 플라스틱을 적당히 주형틀에 부어놓고 조물조물해 대충 마무리한 유아용 프라모델 같은 디자인. 그것도 재고가 남아 토이저러스 구석탱이 선반 어딘가에 아직도 걸려있을 것만 같은. 아니면 프렌차이즈 햄버거 가게의 어린이 세트 장난감 같기도 하고. 하여튼 매력은 커녕 그 만듦새부터가 조악하다는 말. 몸뚱이는 그렇다쳐도 면상 디자인이 진짜 욕나온다. 이건 뭐 무서운 것도 아니고 웃긴 것도 아니고... 아니면 이렇게 이목구비 강조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모션 캡쳐를 통한 담당 배우의 표정 연기에 더 집중 하든가. 지금 버전의 스테픈울프는 어차피 연기를 보여줄 구멍도 없는데.

2.
최애는 언제나 플래시였기에, 첫 감상했을 때도 플래시에게 만큼은 마음이 조금 열려있었다. 이번에 다시 봤을 때도 특유의 그 발랄함이 마음에 들었고. 다만 그 빈도가 너무 잦다. 존나 지구가 망하게 생겼는데도 거기서 농담 따먹기 하고, 민간인들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도 모자랄 판국에 수퍼맨과 또 잡담 나누는 것도 마음에 안 듦. 

3.
그러나 플래시는 애초부터 그런 농담 따먹기를 위해 배정된 캐릭터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한 반면, 그 밖의 남는 유머들을 잔반 처리하는 게 배트맨이었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 대체 왜? 갈데까지 간 다크 히어로가 왜? 심지어 이 세계관의 배트맨은 늙고 지친데다 잔뜩 빡쳐있는 인물이라며. 근데 대체 얘가 왜 농담 따먹기에 합류한 거냐고. 액션이 어정쩡한 것도 실망스러운데 왜 거기서 농담 따먹고 지랄이야.

4.
개봉 당시에도 러시아의 외딴 가족 이야기는 죄다 조스 웨던만의 비전 아니었을까-하며 의심 했었는데 요즈음의 뉴스를 보니 그게 진실인 것 같더라. 다시 봐도 여전히 왜 넣은 건지 알 수가 없는 인물들. 민간인들을 비추는 것이 싫다는 게 아니다. 당연히 민간인들과 피해자들도 주목 해줘야지. 근데 암만 생각해도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는 거지. 

5.
아틀란티스 묘사도 개구림. 물론 아쿠아맨과 메라를 비롯한 아틀란티스인들의 갑주 디자인은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제임스 완의 그것도 충분히 매력있지만, 이쪽도 디자인적으로 그렇게 꿇리는 편은 아님. 그러니까 세부적인 건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놓고 왜 아틀란티스는 그따구였냐고. 물론 아틀란티스 시내를 보여준 것도 아니요, 그저 마더박스 보관소 딱 하나만을 그린 것이었겠지만... 지금 버전은 마치 레고 세트 같다. 미니 피겨 몇 개 동봉되어 있고 대충 배경이 되는 구조물 몇 개만 뚝딱 만들어 넣은 것 같은.

6.
나는 항상, 영화라는 게 일종의 독립성을 띄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당연히 시리즈 내 작품들끼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게 맞지. 내가 이야기하는 건,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만의 독립성. 그러니까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수퍼맨과 배트맨을 하나도 모르는 아이에게 이 영화들을 보여주어도 내용이나 설정,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가 다 이해되어야 한다는 거지. 영화 내에서 설명을 다 끝마쳐야지, 기타 코믹북이나 게임 따위의 부가 작품들로 그 빈 구멍을 모조리 때우겠다는 심보는 사양이다. 바로 그 관점에서, 이 영화와 이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온전히 스스로 설 수 있는 독립적 작품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원더우먼>까지는 다 봤다 치자고. 근데 그 사람들이 과연 사이보그와 플래시, 아쿠아맨의 서사를 다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이 영화만으로? 그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함.

7.
존나 까느라 바빴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어느 정도는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좋은 영화는 아닌 거 맞는데, 그렇다고 또 최악의 망작까지는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그게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다. 10여년 전만 해도 캡틴 아메리카나 블랙 팬서 따위는 대한민국 영화 팬들에게 듣보잡에 가까운 존재였단 말이지. 앤트맨도 그렇고 토르도 그렇고. 심지어 1편 나오기 전의 아이언맨도 한국에서의 존재감은 거의 0에 수렴했었잖아. 허나 수퍼맨은? 배트맨은? 원더우먼은? 이 트리니티를 싫어할 순 있어도 모르는 사람이 존재했나? 아마 없었을 거라고 본다. 근데 이 빅3를 데려다 놓고도 이렇게 평범하고 지루한 영화를 만들어놨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죄. 그리고 그 죄는 나에게도 있다. 팬으로서 DC를 좋아하고 또 응원했던 죄...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


어쨌거나 이제 곧 스나이더컷 공개 된다. 영화 역사상 이토록 말 많고 탈 많았던 프로젝트가 또 있었을까. 여전히 불신이 더 크지만,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기에. 일단 보고 더 주절거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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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21/03/18 15:23 # 답글

    이 글의 많은 부분에 동의합니다. (스나이더는 중2병 보균자라 전혀 신뢰하지 않지만)
  • CINEKOON 2021/03/29 15:23 #

    근데.. 해냈네요...?
  • 포스21 2021/03/18 20:10 # 답글

    이거 전편인 저스티스의 시작... 을 며칠전에 저도 넷플릭스로 다시 봤네요. 결론은 역시나...
    그외엔 2014 고질라도 재감상했는데... 그것도 좀... 이제와선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더군요. 이번에 개봉한다는 콩은 좀 나을려나?
  • rumic71 2021/03/18 23:20 #

  • CINEKOON 2021/03/29 15:24 #

    전 <고질라>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오히려 이번에 개봉된 신작이 제 취향과 거리가...
  • SAGA 2021/03/21 10:54 # 답글

    DC 슈퍼히어로들의 팀업 무비는 데드풀의 말대로 그냥 겁나 어둡게 만드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눈뽕 엄청 집어넣고, 배트맨을 위시한 딥 다크한 내용으로 영화 방향을 잡은 잭 스나이더가 나름 괜찮은 판단을 한 거죠... 다만 그 답 안 나오는 스토리 텔링은 몇 대 맞아야겠지만...

    그 배트맨으로 어설픈 농담따먹기 하려고 하니 대차게 말아먹을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봅니다.
  • CINEKOON 2021/03/29 15:24 #

    잭 스나이더는 정말 장단점이 명확한 감독인 것 같습니다. <왓치맨>처럼 뼈대잡아줄 엄청난 원작이 있든가, 아니면 진짜 좋은 각본을 써줄 시나리오 작가가 제대로 붙어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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