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5 12:55

나의 아저씨_SE01 연속극 대잔치


뭔 장수말벌도 아니고 무당벌레 한 마리에 기겁하는 회사. 흔한 멜로 드라마 혹은 가족 드라마일 거라 생각했던 드라마의 도입부가 좀 생뚱맞다 싶었다. 여기에 나올 줄 알았던 연애나 가족 이야기는 안 나오고 막상 보니 이건 뭐 회사를 배경으로한 궁중 암투극에 가깝잖아?

한마디로, 진짜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냅다 시작했던 드라마. 주위에서 하도 보라고 보라고 아리랑 추길래 기대 1도 없이 봤던 드라마. 근데 다 보고나니 역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구나-하고.

애초 나부터가 직장인이 아니다보니 회사 생활의 디테일 따위 내가 알 수는 없었지. 그러나 구성을 보면, 정말로 직장인들의 어떤 출퇴근 싸이클 감성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잘 짜여있단 생각이 들었다. 각종 정치질과 중상모략으로 흘러가는 회사 시퀀스가 끝난 뒤에 번갈아서 찾아오는 정희네 포차에서의 술 한 잔. 보는 이로서도 피곤한 회사 시퀀스 뒤 퇴근 후의 나른한 여유가 뭔가 찌뿌둥했던 심산을 풀어주는 것 같아 그 흐름이 좋아보인다. 퇴근과 주말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회사원들의 마음이 실로 이런 것일까.

솔직히 까놓고 말해 오해 받을 소지는 충분했다고 여겨진다. 일단 제목과 캐스팅 부터가 그렇지. 개인적으로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아이유, 그러나 한때 롤리타 논란이 있긴 했잖아. 아, 분명히 말하는데 논란이라고 했다. 팬이 아닌 나조차도 그 논란은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이야기하는 건 그 논란이 있기는 했다는 것. 여기에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나와버리니 막상 보지도 않은채 까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던 거지. 고로 애초 오해할 사람들에겐 오해의 소지가 차고 넘쳤다는 것.

그러나 이미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듯, 이는 본편 정주행 하고 나면 다 풀리는 오해들이다. 물론 이선균과 아이유가 각각 연기한 박동훈, 이지안 사이 소위 연애감정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게 사실이긴 하다. 근데 그 정도의 간질거림이 없으면 애초 드라마 어떻게 봐? 실제 둘이 이어지는 결말도 아니고, 둘이 서로 사랑하며 죽네마네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의 간질거림은 좀 있는 게 맞지. 그게 드라마의 활력이고 곧 동력인데.

결국 이야기하는 건 좋은 어른의 기본적인 조건들에 대하여다. 요즘에야 이른바 '라떼'와 '꼰대' 따위의 표현들로 불순한 농담처럼 포장되고 있지만, 하여튼 간에 정말로 '좋은 어른' 내지는 '멘토', '선배' 등은 언제나 필요한 것이지 않나. 그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들도 존재하고. 여기에 <나의 아저씨>는, 멋진 미사여구의 조언들과 쿨하게 보태주는 용돈들도 물론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어른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드라마다. 한 번 더 눈길을 주자는 말이다. 어린 뒷세대를 생각하고, 배려하고, 보호하고, 어른으로서 그리고 윗세대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자는 것. 젊은 세대에게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알려주고, 회식 자리에서 고기를 좀 더 건내주고, 망가진 문은 수리해야 한다 말해주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사생활 침해의 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웃어른으로서 지켜봐주는 일. 제사 문화 따위의 전통과 경조사를 챙기고 또 그 예절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미안할 때 미안하다 말하고 고마울 때 고맙다 말할 수 있는. 그게 진짜 좋은 어른 아닌가-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드라마의 주인공이니 성장하는 모양새를 띄지만, 바로 그 점에서 보면 이선균의 박동훈은 어느 구석으로 보나 이미 완성된 어른이었다. 그게 멋지다.

더불어 힘들 때 에어백처럼 날 잡아줄 커뮤니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드라마다. 지금까지 그걸 이상적으로 그리는 드라마들, 물론 많았지. 힘든 회사 생활 후에도, 더럽고 치사한 연애 중에도 주인공의 시시콜콜한 신세 한탄을 들어줄 가족과 친구들의 존재. <나의 아저씨>도 그걸 잘했다. 근데 좀 더 심도 있게 했다고 본다. 그냥 주인공의 가족 또는 친구로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각자의 이야기와 딜레마를 품고 있는 인물들로 그린 것. 다만 바로 이 때문에 극이 조금 산만해지는 단점도 존재한다. 막말로 정희와 겸덕의 이야기는 빼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근데 또 따지고보면 드라마 포맷에 없어서는 안 될 플롯이기도 함. 이게 영화 포맷이었으면 빼는 게 나았을 텐데, 호흡이 긴 드라마이다보니 주인공 둘의 서사로만 몽땅 채우기엔 분명 무리가 있었을 테니까...

한국 드라마 리뷰할 때마다 PPL 이야기는 꼭 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근데 나 진짜 PPL의 필요성 인정 한다니까? 그리고 센스있고 재미있게 집어넣은 PPL은 진짜 존경한다니까? 여기 나오는 것들도 다 봐봐. 맥심 커피믹스? 인정.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사무실인데 모름지기 대한민국의 회사 사무실이라면 맥심 커피 믹스랑 카누 스틱 한다발로 준비해 탕비실에 놓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같은 이유로 고티카 커피? 인정. 몽쉘? 좀 웃기지만 인정. 쉐보레 자동차? 존나 인정. 그런데... 왜 <비밀의 숲>도 그렇고 한국 드라마들은 잘 나가다가 꼭 막판에 그 짓거리를 못해 안달일까? <비밀의 숲>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도 그렇더니, <나의 아저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의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PPL은 진짜 최악이었다. 그냥 주인공들이 멋지게 쓰는 모습 가볍게 그리면 되는 거지, 거기다가 꼭 그 주요 기능 설명 욱여넣고 싶었냐... 진짜 한국 드라마판은 일정부분 개벽이 필요하다.

뱀발 -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에서도 그러더니 여기서도 불륜남이네. 물론 순서는 이쪽이 먼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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