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6 18:21

크리미널 스쿼드, 2018 대여점 (구작)


가끔 보면, 이상한 선택의 결과물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니까 예컨대 이런 거다. 호랑이와 사자 사이에서 나오는 라이거는 이해가 된다. 호랑이나 사자나 둘 다 고양이과 동물이니까. 같은 의미에서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교배로 나오는 노새도 마찬가지. 그런데 강아지면 강아지고 고양이면 고양이지 서로 다른 그 두 종을 합쳐 만드는 건 좀 괴상하지 않나? 캣독 있는데? 아니면 독수리랑 연어를 교배 한다든가... 뭔 소리야

<크리미널 스쿼드>가 딱 그렇다. 강아지랑 고양이 둘 다 하려다 망한 케이스라고 할 만하다. "우리 당은 진보와 보수가 함께 있는 진보수다!" 약간 이런 마인드? 아니면 "우리 종교는 기독교와 불교를 모두 합친 기독불교다!" 뭐 이런 건가.

형식은 하드보일드인데, 정작 그 형식 안에서 뛰노는 캐릭터들은 불타는 감정들로 날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드보일드라고 하면 좀 건조하게 묘사되는 게 맞는 거잖아. 비정함과 냉혹함 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사로운 감정들은 거세함으로써 더 비관적인 동시에 그 세계를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그런 방식이 하드보일드 아냐? <크리미널 스쿼드>의 큰 형식과 이야기의 설정은 그런 하드보일드의 정의에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복수나 가족 드라마로 점철된 범죄가 아니라, 그냥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범죄.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 범죄자와 불구대천의 원수라거나 하는 등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게 자신의 직업이고 일이기 때문에 그들을 막으려드는 공권력 쥔 사내들. 셋팅은 하드보일드로 잘 되어 있다. 범죄자의 아내가 등장하긴 하지만 딱 크로키 마냥 빠르고 간결하게 묘사될 뿐이고, 범죄수사대의 멤버들 역시 그 사이 뜨거운 형제애라든가 이딴 거 전혀 없음. 

근데 또 웃긴 건 범죄수사대의 반장과 범죄조직 두목, 이 둘 사이 셋팅은 감정으로 점철 되는 것이 더 좋은 셋팅처럼 느껴진다는 데에 있다. <무간도><신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빅 닉과 메리멘 사이엔 좀 더 서로가 서로에게 치달을 수 있는 감정적인 무언가가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왜냐면 둘이 존나 엮이거든. 빅 닉은 메리멘의 존재를 알고 있고, 그게 평범한 수사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어물쩍 넘어가면 할 말 없지만 어쨌거나 둘이 꽤 자주 만난다. 빅 닉이 식당에서 메리멘을 열 받게 할 때, 심지어 후에 메리멘의 아내에게 접근해 그를 도발할 때 등. 이런 전개는 하드보일드를 약간 빗겨나가는 부분들 아니야? 차라리 거기서 감정적으로 쫙 뺐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영화는 제멋에 설정한 하드보일드에게 발목을 잡힌다. 상식적으로 웬 썅놈이 나 없는 동안 내 집에서 다 벗은 내 아내랑 함께 있었으면 그게 숨겨진 계획이었든 뭐든 간에 일단 멱살부터 잡고 봐야 정상인 거 아니냐고. 아니, 그리고 애초에 자기 아내한테 그딴 미션을 왜 줘? 그 미션으로 뭔가 엄청난 전개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잖아.

감정을 다 배제해야할 장르에서 오히려 풍부한 감정이 잔뜩 고일 수 있는 셋팅으로 밀고 나갔단 점이 앞서 말했듯 괴상한 것이다. 그리고 어쨌거나 포장은 범죄 액션 영화 쯤으로 되어 있는데, 이건 홍보부의 잘못이겠지만 그 액션이랄 게 별로 없음. 영화가 두 시간 좀 넘는데, 시작하고 20분쯤부터 1시간 20분쯤까지 한 시간 동안이나 내내 지루하다. 여기에 가장 어이가 없는 건 영화의 반전. 사실 구태여 그 놈의 반전이란 걸 집어넣을 필요가 없었던 영화였다. 근데 영화는 스스로도 싱겁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그에 대한 타개책을 반전에서 찾았다. 근데 그게 타개가 안 됐음.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을 카이저 소제 마냥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카이저 소제는 개뿔, 그냥 데우스 엑스 마키나 곁들인 호구처럼 밖에 안 보이던데. 술집에서 일하며 그 수많은 고급 정보들을 모두 모았다고? 혼자서? 이게 말이 되냐... 그럼 나도 북창동 술집에서 일하면 근처에 있는 한국은행 본점 털 수 있는 거임? 존버하고 술값 계산하며 한 몇 년 보내면 한국은행 그냥 껌 되는 거임? 내참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리고 다 떠나서, 나쁜놈 vs 미친놈 구도로 갈거면 그거 하나만큼은 미치도록 잘 묘사 했어야지 않냐고. 제라드 버틀러의 빅 닉이 그렇게 미친놈처럼 보이지 만은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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