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주인공 모두 여성이라는 점, 백인과 흑인으로 나름의 인종적 균형도 맞추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둘 모두 과체중에 가깝다는 점. 근데 이 둘이 수퍼히어로야.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한 시도이고 무엇보다 또 코미디 만들기에도 용이한 설정이지. 근데 그런 거 다 떠나서 일단 영화가 재밌어야 하는 거 아니냐? 새로운 시도 할거면 일단 장르의 기본기를 잘 다져놨어야지. 서양엔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도 없나보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교내에서 그녀를 괴롭히고 왕따 시키는 소년의 이름으로 '웨인'이 제시된다. 어차피 같은 장르인데 이건 뭐 노린 거 맞지? 주인공의 스파링 파트너 이름은 또 '토니'고, 그 스파링 장면은 <아이언맨2>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혐의가 더 짙다. 심지어 토니는 붉은색의 스파링용 풀수트 착장. 여기에 최종 보스로 <앤트맨>에서 주인공의 연적 아닌 연적으로 출연했던 바비 카나베일도 나오고, MCU의 맨티스인 폼 클레멘티에프도 출연. 이어서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나왔던 "랭귀지" 드립도 나옴. 주인공이 혈청 맞아 수퍼 파워 얻는다는 것도 그렇고, 기존에 존재하는 여러 수퍼히어로 장르 영화들의 설정을 끌어모아 농담으로 쓰고 있는 영화인 것이다.
문제가 뭐냐. 패러디는 존나 하는데 정작 코미디 영화로써 웃기지는 못한다는 것. 사실 이 영화 한 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코미디 영화들에는 확실히 잘못된 방식의 전략이 이미 자리 잡아 버린 것 같다. 재미있는 대사와 연기의 타이밍, 상황 편집 등으로 코미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유명 코미디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워 그 또는 그녀의 개인기와 애드립에만 의존해 코미디를 만드는 것. <썬더 포스>가 딱 그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주인공 자리를 다른 이도 아닌 멜리사 멕카시가 차지하고 있잖나. 물론 그녀는 좋은 코미디언이고, 꽤 괜찮은 배우다. 허나 두 시간 좀 안 되는 장편 영화 전체의 코미디를 SNL식으로만 책임지기엔 그녀 혼자 너무 버겁다.
예전의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들은 확실히 시각적인 감각이 출중 했었다. 패럴리 형제는 좀 더럽고 노골적이긴 했어도 작은 설정을 스노우볼 마냥 굴려가며 큰 상황으로 이어가는 코미디를 통해 당시의 메인 스트림을 장악 했었고, 그래도 근래의 젊은 감독이긴 하지만 에드가 라이트 역시 키치함이 잔뜩 묻어나는 탁월한 촬영 및 편집 센스로 새로운 척도를 세웠다. 근데 그 후임자들은? 그냥 요즘 유행하는 타 장르 영화의 궤를 패러디란 형식으로 빌려와 유명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그저 꽂기만 함. 그리고 그 코미디언이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카메라를 들이밀고 계속 찍고 있는 모양새다. 그게 관객인 나에게도 보이고 또 느껴질 정도로.
사실 위 문제는 <썬더 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코미디 영화들이 대개 다 그렇다는 거지. 그러니까 <썬더 포스>가 더 뻘쭘해 하기 전에 이쯤하고. 코미디 영화이긴 해도, 수퍼히어로 또는 자경단의 인간적 조건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란 점에선 나쁘지 않았다. 물론 영화가 그걸 의도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지만 초인적인 힘과 능력을 얻었을 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위해 사용해야하는지가 중요하단 거지. 그러니까 누구에게 그 힘을 쥐어줘야하는지가 관건. 막말로 주인공인 리디아가 정의롭긴 하지만 막무가내에 다혈질인 것 역시 팩트잖아. 범죄자 잡겠다고 시내버스 냅다 던져버리던데, 그거 잘못 맞춰서 누군가가 죽기라도 했으면 그게 수퍼히어로냐? 그냥 수퍼빌런인 거지. 그렇기에 따지고 보면 배트맨의 진정한 힘과 능력은 인내심 & 자제력인 것이다. 엄청난 능력이 있어도 결코 선을 넘지 않는. 수퍼맨 그 새끼가 소련 땅에 떨어져서 공산주의자 된 우주만 봐도 존나 무섭잖아. 아울맨도 마찬가진데?
뱀발 - 하프 코리안 드립이 나온다.
뱀발2 - 두 주인공의 초기 수퍼히어로 로고가 왠지 묘하게 나이키 같음.
덧글
rumic71 2021/04/13 17:00 # 답글
CINEKOON 2021/04/20 15:34 #
rumic71 2021/04/20 16: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