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에 이어 다시 한 번, 불행한 사람들의 봉기.
영화는 프랑스의 한 지역에 뭉쳐 살아가고 있는 여러 인간군상들을 보여 준다. 각각 인종도, 종교도, 문화도, 출신지도, 직업도, 사회적 계급도 모두 다른 이들이지만 단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거부하거나 싫어한다는 것. 무슬림들은 경계 받고 흑인 커뮤니티는 베타적이며 그와중 그런 치안을 책임져야 하는 공권력의 화신 경찰들은 정작 그들의 권위를 으스대기에만 바쁘다.
영화는 타이트한 쇼트 사이즈와 빠른 편집, 다큐멘터리를 방불케하는 촬영, 그리고 사실주의적 톤의 연기로 그 모든 것들을 속전속결로 담아낸다. 그런데 화면 넘어가는 속도는 빨라도 워낙 담을 것이 많았다 보니 이야기 전개 자체는 예열 되는 데에 오랜 시간을 소모한다. 가뜩이나 다소 산만한 전개인데 제대로된 핵심 사건에까지 불이 붙질 않으니 정신 놓고 있다가는 맥락 놓치기 딱 좋은 영화다. 1시간 하고도 40여분이 더 붙어 있는 런닝타임의 영화인데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이 시작하고 1시간 뒤쯤 나오니 말 다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한 페이크였던 건지, 한 발의 총성이 사건의 본격적인 시간을 알리고나서 부터는 이야기가 쏜살같이 흐른다. 경찰들은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도망치는 동시에 쫓기 시작하고, 이를 목격한 각 계층의 사람들은 서로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비록 조금 산만하긴 했지만 전반부에 잘 깔아놓았던 설정들이 후반부 들어 급물살 타는 전개에 큰 도움을 준다는 점에 있어서는 확실히 니쥬를 잘 깐 영화.
기본적으로 그들은 사회적 약자에 가까운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외곽으로 몰렸고, 몰린 만큼 그 외곽은 좁아졌으며, 또 좁아진 만큼 더 오밀조밀 붙어살 수 밖에 없었다. 각자가 달랐고, 그 다름을 경계 했기에 그들은 언제나 화약고 안에 앉아 사는 셈 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세계는 나뉘어있고, 또 그렇게 나뉘어진채로 합쳐져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폭탄을 안고 산다. 단적으로 들 수 있는 국가적 예는 지금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관계, 또는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 등이 있겠지. 인종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나뉘어진 상태인데 정작 살을 맞붙인 채로 살고 있는 국가와 사람들. 뭐, 비단 오늘날 만의 이야기겠는가. 따지고 보면 세계 대전을 촉발 시켰던 사라예보 사건이나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 등이 다 비슷했지. 서로를 구분짓고 그 구분에 따라 각종 혐오와 편견을 조장 했던 사건들이지 않았나, 그 대부분이.
과연 영화 마지막 이사의 선택은 어떻게 끝났을까. 영화와 감독은 관객에게 그 총자루를 건넴으로써 그 소임을 다한다. 우리는 그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인가? 과연 당기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의 막이 내리고 스크린에 남은 검은 화면 위에 관객들 얼굴이 비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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