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8 11:44

악어소년 알로 극장전 (신작)


뉴욕 하수구에 버려진 아기. 구원의 손길이라도 신께 받았던 것인지, 그 아기를 태운 요람은 물줄기와 파도를 따라 이윽고 남미에 도착한다. 대략 아마존 즈음으로 보이는 정글 한 구석에서 그 아기를 발견한 여자는 그를 키우게 되고, 그렇게 아이는 정글 곳곳을 누비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하는 소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근데 애니메이션이라 하더라도 좀 충격적인 건 그 소년이 악어소년이라는 거. 100% 악어도, 100% 인간도 아닌 그 50/50 비율의 악어소년이었다는 거.


스포소년!


리뷰 시작부터 김새는 소리지만 존나 뻔한 이야기다. 동화적이고 교훈적일 수 밖에 없는 애니메이션 매체 특성상 당연한 거 아니냐 따진다면 할 말 없기는 하다. 그러나 굳이 변명을 좀 하자면, 나도 이런 뻔한 이야기가 마냥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아. 전체적인 이야기의 기승전결은 전형적일 수도 있고, 또 그 안에 품고 있는 교훈과 메시지 조차도 상투적일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의 메시지가 존나 올드하기는 한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주제라 괜찮았어. 진짜 가족을 찾아 나섰다가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난다는 이야기. 혈연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연대하고 함께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가족. 나 그 메시지 좋아하고 또 동의한다고. 

문제는 디테일이다. 존나 뻔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걸 재밌게 하는 달변가들이 세상엔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이 진정한 이야기꾼인 거지. 그럼 <악어소년 알로>의 각본은? 이 각본은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된다. 예상과는 다른 부분이 전혀 없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동시에 바깥 세상으로부터 격리된채 그를 막연히 동경 하기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되고, 결국 생일을 맞아물론진짜생일은아니었지만 유일했던 입양 가족에게 진짜 친부모에 대한 힌트를 듣는 묘사까지. 이후 떠난 모험에서 만나게 되는 악당들과 동료들까지. <악어소년 알로>는 거의 설명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캐릭터들의 개성과 그 비중 배분도 문제다. 알로가 세상 바깥에서 만난 유사 가족, 그들이 모두 일종의 소수자를 은유 한다는 것쯤은 알겠다. 남들과 다른 외모로 고민하는 친구와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트랜스젠더로 추정되는 인물과 반인반수의 혼혈까지. 소수자들이 서로를 보듬어 나간다는 것 역시 좋다 이거야. 허나 그 각 캐릭터들에게 제대로된 활약이 배분되어 있는지 돌이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야기의 구조와 그 크기에 비해 인물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그중 몇몇 인물들은 그저 몇마디 유머를 던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이 한데 엮이게 되는 동기가 너무 약하다고.

물론 <악어소년 알로>에도 장점은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들 속 뮤지컬 넘버와 비교했을 때, 그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음악과 노래들이 이 영화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작화가 너무나도 따뜻하다. 특히 기껏 찾은 친아버지에게 다시 한 번 버림받고 내면의 깊은 물웅덩이로 빠져들어가는 알로의 모습 시퀀스는 따뜻해서 더 차갑게 느껴진다. 뭔가 전반적으로 복고풍의 느낌 물씬나는 작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장점들을 그대로 쌈싸먹어버리는 이야기의 엄청난 상투성. 평소 애니메이션 좋아하고 또 런닝타임이 그리 긴 영화가 아니었는데도 어째 영 안 내키더라. 그나저나 친아빠는 버드맨이던데 대체 어떻게 친아들은 악어맨으로 나온 걸까. 엄마가 악어우먼이었나? 근데 왜 전혀 안 섞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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