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8 13:24

스토어웨이 극장전 (신작)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결국 발사 성공한 우주행 로켓. 선장과 두 승무원, 총 세 명을 싣고 떠난 로켓은 안전하게 우주 기지와 도킹한다. 그렇게 모든 과정이 순조로워 보였는데... 이게 웬걸, 딱 세 명만 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던 로켓 내에 웬 밀항자 한 명이 더 타고 있었네? 피 흘린 채로 기절한 상태라 일단 치료를 해주기는 했는데, 대체 어떤 일이 있었고 왜 탄 것인지는 물어봐야 할 것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우주 기지내 장치가 고장 나버려 딱 두명 분의 공기만이 남은 상황. 이 피말리는 난국을 이들은 과연 어찌 타개할 것인가.


스포일러웨이!


미안한 이야기인데, 요즘들어 이런 종류의 영화들에 좀 학을 떼게 되었다. <그래비티>는 정말로 놀라운 작품이었지만, 그 이후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엇비슷한 영화들이 자꾸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인터스텔라>가 바로 뒤에 나왔고, 그 이후로도 하위 장르는 좀 다르지만 <패신저스>와 <라이프>가 있었으며, 가장 최근엔 <애드 아스트라><미드나이트 스카이>가 나왔다. 그러다보니 <스토어웨이> 보기 전에 세부적인 전개까지 줄줄이 맞힐 수도 있겠더라. 우주선과 우주 기지 내에서의 환경 및 무중력 묘사, 근데 또 뭔가가 고장난다든지 해서 굳이 우주복 입고 기지 외부로 나가야하는 상황 발생할거고, 태양 폭풍이나 소행성 등의 영향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다시 빨리 내부로 들어가야 하는 전개 나오겠지. 여기에 긴박한 음악은 덤. 그리고 실제로 본 <스토어웨이>가 딱 그런 식으로 전개 되더라.

그러다보니 이 영화만의 주안점은 선내에 숨어들어온 그 밀항자의 존재가 된다. 일단 제목에서도 강조해주고 있잖나. 그럼 당연히 관객으로서 이런 생각이 먼저 들 거다. '저 밀항자는 대체 누구일까? 왜 탔을까?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야!' 당연하지. NASA가 멍청이 집단도 아니고 이렇게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저따위의 실수를 한다고? 이건 분명 저 밀항자의 음모였을 거야! 게다가 그 밀항자가 숨어있던 곳도 나사못으로 봉인되어 있었잖아? 그것도 가장 중요한 기계 장치 쪽에 말이야. 그럼 최소한 자기가 원해서 탔든지 아니면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뒷통수 맞고 거기 봉해져 있었던 것이든지 할 거 아니겠는가.

존나 어이 없는 건, 그 인물의 밀항이 정말 실수였다는 데에 있다. 자기 여동생 이야기, 이어서는 옛날에 화상 입었던 일 등의 썰을 마구 풀어 제끼길래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연유한 음모가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 그냥 착한 놈이었다. 그 어떤 미스테리나 악행도 없었다. 좁은 우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살인이 주가 될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고 그냥 모두가 살기 위해 한 명을 죽일 것인지, 아니면 그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로 작동하는 영화였던 것.

이게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지금까지의 우주 배경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써먹지를 못한다. 아니, 써먹지를 않는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었던 설정인데 이걸 그냥 뻔하디 뻔한 인간 드라마의 한 굴레로 쓰기만 했다. 물론 그 밀항자 데리고 밀실 살인 벌인다거나 하는 것도 어쨌거나 아주 신선한 전개는 아니었겠지. 그래도 지금 버전보다는 낫지 않을까. 

주인공이 대체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꽈찌쭈의 이야기인가? 모든 걸 다 잃고 햄보칼 수 없는 그의 이야기? 아니면 <유전> 이후로 엄청난 표정 연기들을 보여주고 있는 토니 콜렛 선장의 이야기? 다 아니었어. 심지어 그 밀항자가 주인공이었던 것도 아니다. 나오는 영화마다 족족 이상적인 소리만 하고 있어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안나 켄드릭이 결국 주인공이었던 걸로. 문제는 이 캐릭터가 주인공으로서 뭔가를 주체적으로 하는 모습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 막판에 딱 그거 하나 했지, 그 전에 선장님이 열흘이나 시간을 줬는데 뭐 하는 모습을 아무 것도 안 보여주잖나. 최소한 조사에 몰두하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이상주의자로서 그려졌다면 이 정도로 짜증나진 않았을 것이다.

나름의 가능성이 있었는데, 그걸 혼자 발로 뻥하고 차버린 영화. 그래서 결국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는 영화. 오히려 마지막에 가서는 애초부터 별 할 말 없었다는 태도로 서둘러 끝내버리는 영화. 제목을 왜 밀항자로 했냐, 그냥 마밀라피나타파이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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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j898 2021/05/11 14:01 # 답글

    이거 수년전 DUST에서 상영했던 단편 영화를 엉성하게 뻥 튀겨서 영화로 만든것 같네요.
    내용은 단편 영화가 스토리 주제 등등 짜임새 더 나아보이구요~

    단편 영화에서는 식민지 행성에 필요한 의료약을 전달 해야 하는데 무선 승임한 소녀 때문에 연료 부족으로 도착을 못할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소녀는 고민 고민 끝에 우주로 사출되는 걸로...

    https://www.youtube.com/watch?v=-BL8GsHWtqc
  • CINEKOON 2021/05/09 14:31 #

    제 생각이 딱 이거였습니다. 차라리 단편에 더 유리한 밀도의 소재라고 봤거든요
  • dj898 2021/05/11 14:01 #

    반대로 단편영화를 잘 버무려서 장편영화로 만든게 아래 작품 이라고 생각 되네요.

    https://blog.naver.com/dj898/22149664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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